재지정 평가 아닌 학교 비리 문제로 자사고 지정취소 첫 사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5일 '2020 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서울시교육청)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5일 '2020 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서울시교육청)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서울 휘문고등학교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당하고 일반고로 전환된다. 재지정 평가가 아닌 학교 비리 문제로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는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휘문고에 대한 지정 취소 절차를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은 자사고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앞서 휘문고는 2018년 감사에서 학교법인 휘문의숙 제8대 명예이사장 김모 씨가 2011년부터 6년 동안 법인사무국장과 함께 38억25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명예이사장과 이사장, 법인사무국장(휘문고 행정실장 겸) 등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1심 선고 전 숨진 명예이사장 외 3명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연 서울시교육청은 법원 판결과 감사 등을 심의해 휘문고에 대한 지정취소 절차에 들어갔으며 휘문고 대상 청문회는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이후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동의를 얻어 지정 취소가 확정되면 휘문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돼 신입생을 선발한다.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당초 계획된 자사고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다만 휘문고 자사고 지정 취소 사유에 대해선 학교 측과 교육청 간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시행령에는 회계 부정의 주체를 ‘자사고’로 명시했는데 법인 이사장 일가의 횡령을 학교 회계 부정으로 볼 수 있을지 의견이 갈릴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휘문고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8개교는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감사 결과 발표 때도 사학비리는 적당히 타협할 수 없는 척결의 대상이라고 말했다"며 "앞으로도 사학비리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해 사립학교의 공공성과 책무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립학교의 회계 투명성이 한층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