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우리가 본 것은 '미래' 아닌 '현실'..."뜬구름 잡는 '미래' 타령 그만 해야"
교육부의 미래는 '학교 가지 않고 수업 듣는 것?'..."학사 장사로는 부족한가"

[에듀인뉴스] ‘대학이 문제’라는 주장은 한국사회에서 식상할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사회구성원 모두가 지금의 대학이 가진 한계에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대학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공간은 현저히 부족하다. 교육에 대해 말하는 테이블에서 고등교육은 전문가 영역으로 취급되고, 청년에 대해 말하는 테이블에서 대학은 기득권으로 비춰지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대학’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답답한 대학사회에 균열을 내고 싶다. 그 균열이 더 나은 대학을 만드는 길에 하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에듀인뉴스] 교육부가 최근 고등교육과 관련하여 열을 올리고 있는 비전이 있다. 바로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이라는 키워드다. 모두가 코로나 시대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고 말하니, 이에 대한 일종의 답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의 면면을 보면 절망감이 든다. 차라리 코로나 이전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교육부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 시대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래’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미래에 조금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었고, 그 ‘미래’는 바로 ‘학교에 가지 않고 수업을 듣는 것’이다.

그리고 각 대학에서 진행해왔던 비대면 원격수업은 바로 이런 미래가 곧바로 도달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성공적인 케이스(?)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미래형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학에 족쇄가 되었던 규제들을 차례대로 없애버리고 본격적으로 원격수업에 바탕을 둔 교육과정을 도입할 것이다. 이것이 뉴노멀이며 또한 K-에듀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다. 코로나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은 물리적 거리두리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생존을 건 삶의 투쟁이다.

단칸방에 주방과 화장실이 없어서 자가격리를 할 수 없는 사람들, 2미터 간격두기가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 노트북이 없어서 비대면 수업을 들을 수 없는 학생들,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도대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어디에 있단 말인가.

코로나가 드러낸 것은 한국사회의 민낯이다. 어디가 가장 아프고 취약한 곳인지를 재난을 통해서야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대적인 등록금 반환 목소리를 통해 고액 등록금의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공유할 수 있었고, 불확실한 개강연기에 자취방 월세만 감당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청년세대의 주거난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고민은커녕, 뜬구름 잡는 ‘미래’ 타령만 하고 있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그 ‘미래’의 구체적 모습이 ‘학교에 가지 않고 수업을 듣는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미래가 왜 온라인 세계에서의 만남인지도 모르겠거니와, 그동안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교육의 영역이 온라인 수업을 중심으로 한 규제 완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은 납작하기 그지없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이 있다면 그 장점에 특화된 강의들을 개설하고 추가로 보완하면 된다.

그런데 마치 그동안 진행해왔던 현장 수업의 모든 부분이 한계가 있었다는 듯, 비대면 수업에 대한 찬사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문제적이다.

고등교육의 핵심은 학습과 연구를 통한 성장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필요에 따라 병행하면 될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일 대학 총장과의 대화에서 '고등교육 변화와 혁신 지원' 정책 과제를 제시하며 대학의 온라인 석사학위 과정 운영 허용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자료=교육부)
교육부는 지난 2일 대학 총장과의 대화에서 '고등교육 변화와 혁신 지원' 정책 과제를 제시하며 대학의 온라인 석사학위 과정 운영 허용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자료=교육부)

단적으로 교육부가 발표한 온라인 석사 시스템은 석사과정을 통해 실력 있는 연구자를 양성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석사 학위 또한 절차만 밟으면 누구나 소지할 수 있도록 ‘판매’하겠다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이제 학사 학위 장사로는 부족하니 석사 학위도 본격적으로 박리다매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교육부가 미래의 교육상으로 제시한 ‘미르네바 스쿨’ 또한 그 실체를 보면,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강의를 매개로 한 플랫폼이지 학교라고 보기 어렵다.

교육의 핵심가치 실현은 플랫폼이 아니라 공동체로서 가능하다. 플랫폼에는 그 구성원들의 성장과 성취를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의만 제공할 뿐, 그 강의로 얻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알아서들 하세요”라니 얼마나 무책임한가.

교육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무를 인식하고, 지식의 성취가 곧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과 직결된다는 점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에 교육이 필요한 이유 자체가 서로 다른 개인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식을 학습하고,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 교육에 필요한 것은 오히려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부가 발표한 ‘K-에듀의 국제화’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고 싶다.

이는 K-방역이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지점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그러나 K-방역에 대해서도 다시 점검하고 평가해야 할 시기다. 곳곳에서 K-방역 과정에서의 감시 시스템에 대한 우려, 시스템이 아니라 의료진들의 헌신에만 측면 등 비판적인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궁여지책이었는지, 아니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지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 지점 없이 소위 ‘국뽕’으로만 일관해선 안 된다. K-에듀는 그 ‘국뽕’을 교육개혁이라는 미명으로 끌고 오겠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K-방역이 자랑스럽지 않고, K-에듀는 부끄럽다.

김창인 정의당 교육개혁특별위원장. "09학번으로 중앙대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했다. 대학기업화의 상징인 중앙대에서 두산재단에 맞섰고 그 대가로 무기정학 등 징계폭탄을 맞았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 교육기관이고, 교육은 시장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이라고 믿었다. 이에 저항을 지속하기 위해 2014년 대학을 자퇴했다. 자퇴 이후 '괴물이 된 대학', '추락하는 대학에 날개가 있을까' 등의 책을 저술했고, ‘이상한 대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대안대학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정의당에서 교육개혁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창인 정의당 혁신위원. "09학번으로 중앙대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했다. 대학기업화의 상징인 중앙대에서 두산재단에 맞섰고 그 대가로 무기정학 등 징계폭탄을 맞았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 교육기관이고, 교육은 시장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이라고 믿었다. 이에 저항을 지속하기 위해 2014년 대학을 자퇴했다. 자퇴 이후 '괴물이 된 대학', '추락하는 대학에 날개가 있을까' 등의 책을 저술했고, ‘이상한 대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대안대학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정의당에서 교육개혁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