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고 2헉년 학생이 학생회장 투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전재학 교감) 

[에듀인뉴스] 학교에서 어느 순간이 학생들의 기분이 가장 고조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연출할까? 학생 조회 시간, 동아리활동 시간, 점심시간, 체육활동 시간, 외부 강사 초청 강연회 등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행사가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학생회장단 선거이다. 

학교의 학생회장단 선거는 마치 사회의 총선이나 대선의 모습과 흡사하게 진행 된다. 따라서 국가적인 선거의 축소판이자 유사정치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학생자치조직의 대표적인 기구로서 또한 학생문화를 창조하는 활력소이기도 하다. 

고교는 매년 1학기 중반 이후에 신, 구 학생회장단 교체가 이루어진다. 현임 회장단은 1학기를 끝으로 1년 임기를 마무리한다. 대학진학 준비를 해야 하는 3학년 학생들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대개 전년도 1학기에 학생회를 구성해서 다음 년도 1학기에 인수인계를 하는 1년의 임기시스템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매년 6월쯤이면 학생회장단 선거에 대한 공고가 나가고 교내 곳곳엔 회장과 부회장 입후보자의 선거공약이 담긴 포스터가 부착되어 눈길을 끌어 왔다. 

올해는 휴업 장기화와 온라인 개학에 따라 시기가 늦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학생들의 관심은 짧고 굵게 저마다 자신의 선거공약을 내세우는데 역시 이상을 지향하는 이상주의파 후보와 현실적인 문제를 민감하게 들추어 이를 바로잡겠다는 목소리 큰 현실파 후보가 상대적인 비교 우위를 점하려고 유세에 열중한다. 

유권자인 학생들은 외견상 관심이 없는 것처럼 허허실실 작전을 구사하나 유심히 공약을 주시하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후보자의 공약을 두고 찬반 의견을 나누며 토론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본교 학생회장단 선거는 2학년 회장, 부회장단은 러닝메이트 제도에 따라 운영하고 1학년 부회장단은 1학년 자체로 개인별로 입후보하여 실시한다. 이는 학교 학생회장단 구성에 대한 학생들의 창의적 의견수렴과 지도교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학교규정을 개정하였으며 올해부터 실시하게 되었다.

선거 일정과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 되었다. 

1. 후보 소견 발표 ; 7/10(금) 5교시. (1) 방법 : 유튜브 실시간 방송 (2) △격주 등교로 온라인 수업하는 1학년: 집에서 온라인클래스 창의적 체험학습(창체)을 통해 접속. △2, 3학년: 각 학급에서 온라인클래스 창체를 통해 접속 (3) 유튜브 실시간 방송 링크는 점심시간에 창체에 연결할 것임(미리 들어갈 수 없음). (4) 5교시 담당 교사는 각 학급 정보도우미 학생들이 온라이클래스에 접속하여 실시간 방송 채널을 열어놓을 수 있도록 지도함. 담임교사는 아침 조회 시간에 전달하고 지도함. 2. 투표 (1) 2, 3학년 ; 7/10(금) 6교시 (2)1학년 ; 7/17(금) 점심시간 (다음 주 등교 기간에 실시)  

※ 추가 전달 사항 : △1학년에 대한 선거운동기간이 부족하여 다음 주 수/목(7/15~16)에 추가 선거운동이 있을 예정임. △2, 3학년 각 학년 층마다 기표대와 투표함을 설치함. △투표소마다 학생부 지도교사 1명씩 배치함. △3학년 학생회 선거관리위원들 3명씩 배치되어 질서지도, 선거인명부 확인, 투표용지 배부함. 3. 개표 ; 7/17(금) 1학년 투표 직후 (개표위원 ; 학생부 교사 및 선거관리위원단)

학생회장 입후보 학생의 명함.(사진제공=전제학 교감)

학생회장단에 입후보한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요약해 보면 러닝메이트로 나온 2학년 학생회장 후보 박○○와 부회장 후보 이○○은 Change! 제고! “제고의 페러다임을 우리가 바꾼다!” 라는 슬로건 아래 1. 건의함 설치를 통해 학생과의 원활한 소통. 2. 운동회와 축제에서 모든 학생 참여 프로그램 건의. 3.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효율적 활동을 위한 강사 초빙 확대. 4. 학생들의 학업 경쟁력을 위한 1대1 멘토링 확대. 5. 학생들의 웰빙을 위한 성덕당, 탁구장 개바.을 실천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다른 러닝메이트인 2학년 학생회장 후보 박○○와 부회장 후보 이○○은 1. 졸음 방지 책상 설치 2. 교복 후드티 제작 3. 스포츠 및 게임 대회 개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단독으로 부회장 후보에 나선 1학년 정○○ 후보는 <여러분과의 약속> 공약으로 1.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 되겠음. 2. 새 신발이 헌 신발이 되도록 열심히 뛰겠음. 3. 학교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음을 제시했다. 

다른 1학년 부회장 최○○ 후보는 1. 덴탈 마스크 각 학급에 추가 배부. 2. 식수대 옆 1회용 종이컵 설치 추가. 3. 남을 배려하며 열심히 학교를 위해 봉사하겠음. 이 후보는 다소 물질적인 공세를 내세워 눈길를 끌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집안의 경제적 사정이 좋다고 한다. 

또 다른 부회장 후보인 1학년 김○○은 한 발 빠르게 입시정보를 공유하겠다는 학구파적인 공약을 내세우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부회장 후보인 1학년 윤○는 1.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 만들기 2. 비 오는 날 우산 대여  3. 화장실 핸드워시 비치 등을 공약했다. 어찌 보면 현재 학교에서 학생 복지로 제공하는 사업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온라인 정견 발표 모습

예년과 비교해서 올해 학생회장단 선거는 적극성과 창의성이 떨어지고 분위기 또한 다소 침체된 것으로 판단된다. 매년 필자가 기대하는 참신하고 창의적인 인물의 등장 측면에서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회장단 선거는 학생들 사이에선 지대한 관심을 끄는 학생문화의 핵심이기에 당연히 학생들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현실은 다소 아쉽고 부족하지만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모처럼 아름다운 학생활동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다만 학생들이 한 곳에 집단으로 모이는 것이 일시적으로 허용이 안 되기에 점심 후에 교내 통행로에 모이거나 실내의 휴식용 의자 곳곳에 삼삼오오 앉아 후보자의 실천 공약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일견 정겨운 시간으로 다가왔다. 

학생들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에 동물원에 소풍을 나온 것처럼 가슴이 설레기조차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코로나 방역으로 마스크를 쓴 채 후보자는 온라인으로 정견발표를 하고 유권자는 이를 듣고 기표함으로 향하기 전에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어쩔 수 없다지만 처음 겪는 상황인지라 매사 낯설고 어설퍼 보였다. 

그래도 가끔은 청춘답게 용기를 내어 마스크를 벗고 큰 소리로 대화를 하다가 지나치는 교사의 저지를 당하면 재빠른 동작으로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순간적인 웃픈 모습이 펼쳐지기도 하였다. 

본교 학생들은 오랜 명문고로서의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학교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인지라 교풍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어 착한 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실시하는 양심교육의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것은 본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자랑이기도 하고 자부심의 원천이다. 

참고로 본교는 1954년 개교하여 1956년 1학기 이래로 지금까지 65년을 전국 최초로 무감독 시험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생활 속에 양심을 실천하는 인성교육 중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그런 것처럼 올해도 대학에서의 온라인 시험의 부정행위가 보도되면서 각종 언론 기관에서 취재를 나와 본교의 무감독 시험 제도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기도 하였다. 이 글의 독자에게 에듀인뉴스에 실린 필자의 <전재학 칼럼> 2020.6.10.자 글을 참고하시길 권하는 바이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