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부터 '내 몸에 손대지 말 것!' 가르치는 프랑스 성교육

[에듀인뉴스] 프라이부르크의 묘지에 들렀습니다. 한참을 돌며 지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데, 부인의 어깨에 팔을 두른 하얀 폴로를 입은 남편이 지나갑니다.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손을 잡고, 어깨를 두르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남편과 아내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포옹하는 일. 유럽에 살면서 일상처럼 보는 일입니다. 

처음 프랑스 남편과 결혼을 하고 나서 불쑥 불쑥 길거리나 공적인 장소에서 손을 잡거나 껴안으며 걷거나 키스를 해서 다툰 적이 많습니다.

애정표현은 숨겨야 하는 것이고, 사적인 것이고, 은밀한 것이라는 저의 사고방식 때문에 남편은 그때마다 '누가 본다고?', '우리한테 신경쓰는 사람 아무도 없어' 그랬지요. 

그래서 지금은 너무도 당연히 공적인 장소 특히 한국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한국의 오래된 부부들처럼 저멀리 떨어져 오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묘지의 부부를 보며 '부부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한국의 성 스캔들과 미투 사건들. 그리고 그것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고, 가족의 인생이 끝나고, 또 한 여자의 인생이 끝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인생이 너무도 짧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일련에 퍼지는 한국의 많은 사건은 하나의 맥을 타고 흐르고 있습니다. 손정우 아동 성착취, 고 최현숙 선수 폭력 사건, 박원순 시장 미투 사건, 성교육 학부모 민원 사건 등...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많은 범죄 사건이 성과 폭력을 두고 종이 뒤집듯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고 있습니다. 범죄와 일상의 이면 속에 섞이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식욕, 성욕, 사회적 인정욕구의 모든 기본은 사랑일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이며 행복한 일이라는 마음 대신, 성은 부끄러운 것이며, 숨겨져야 하는 것이고, 은밀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모순. 

프랑스의 성교육은 3세부터 시작됩니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 내 몸과 내 마음이 소중하다는 것, 그래서 다른 아이의 몸과 마음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을 되뇌고 되뇌어 가르칩니다.

3세부터 '내 몸에 손대지 말 것!' 하고 가르치는 프랑스의 성교육. 내가 즐거움을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초등학생이면 가르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중학생이 되면 자연과학 시간에 고무 성기에 콘돔을 끼우며 비장하게 가르칩니다. 그렇게 조심을 했는데도 아이가 생긴다면 사회가, 국가가 길러줄 테니 걱정 말라 안심시키는 교육.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나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행복하고 쾌락을 누리는 대신 큰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요?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없는 학교 앞을 나서면, 술에 취한 연인들이 너도 나도 모텔방을 찾고, 온갖 기기로 수많은 포르노에 노출되어 온라인 교육 때도 초긴장을 하고 아이들을 감시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불륜과 그로 인한 가족의 갈등, 내 사랑에 책임지지 않는 비겁한 어른들이 서로 소리 지르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갈등하며 파국으로 가는 드라마가 온 종일 TV에 나오는 세상. (사진=jtbc 부부의 세계 캡처)

불륜과 그로 인한 가족의 갈등, 내 사랑에 책임지지 않는 비겁한 어른들이 서로 소리 지르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갈등하며 파국으로 가는 드라마가 온종일 TV에 나오는 세상.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나니 내 곁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 허무한 그런 초라한 남자와 여자들의 인생.

그래서 '애인이 셋이면 금메달, 둘이면 은메달, 하나면 동메달, 없으면 목매달' 따위의 싸구려 농담 따위를 하며 사랑이 아닌 여자수집, 남자수집에 혈안이 되어가는 삶. 그것들이 날마다 TV와 일상을 갉아먹는 시간들.

그런 무의미한 거짓 사랑에 내 인생을 팔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랑이란, 
행복이란, 
가족이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이며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 가치가 다시금 교육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랑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사랑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부탁해야 하는지, 
사랑이 없어 외롭다면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쳤으면 합니다. 

그래서 일에 매몰된 삶이더라도, 
일상 속의 작은 사랑의 메시지들로, 

아내와 남편의 작은 메시지로, 
작은 입맞춤으로, 
수줍게 잡은 손으로...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인생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욱 사랑하고, 더욱 사랑하는 것이 타인의 행복과 사랑을 해치지 않는 일이면 합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사랑에 대해서 '노'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건 프랑스의 3세 아이들도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더 이상 사랑이 폭력이 되고, 희롱이 되고, 추행이 아닌,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고 귀한 일이라는 것을 가르쳤으면 합니다.

노선주 한불교육교류협회 대표/부르고뉴대학 한국어 강사<br>
노선주 한불교육교류협회 대표/부르고뉴대학 한국어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