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경(破鏡)'이라는 낱말에 얽힌 에피소드의 여자 주인공 낙창공주의 모습을 판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남녀가 부부로 만났다가 남남으로 헤어지는 일이 요즘은 부지기수다. 그런 경우를 이혼(離婚)이라 한다는 점은 우리가 잘 안다. 문학적인 표현으로는 파경(破鏡)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거울을 깨뜨린다, 거울이 깨졌다 등의 의미다. 그러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그 안에 숨어 있다.

낙창공주(樂昌公主)가 있었다. 중국 역사 속에서 유명한 여인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을 사람이다. 그녀는 남북조 시대인 1400여 년 전, 강남에 자리를 잡았던 진(陳)나라 왕실의 공주였다. 고귀한 신분이었지만 성격은 소탈했다. 화려함 보다는 질박함을 우선했던 그녀에게 명망가의 청혼이 줄을 이었지만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배필로 선택한 사람은 평범하지만 문학적인 재주가 뛰어난 서덕언(徐德言)이라는 인물이다.

때는 바야흐로 북방의 수(隋)가 일어나던 시절이다. 양견(楊堅)이란 인물이 북방을 평정하고 남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강남의 마지막 왕조였던 진 나라는 곧 수에게 패망했다. 금슬이 좋았던 이 부부에게도 큰 변화가 일었다. 패전으로 망한 나라 왕족들은 모두 승전국의 수도인 장안으로 끌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공주는 남편과 헤어지기 전 구리거울을 두 조각으로 나눠 하나를 남편에게 건넨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이 거울을 들고 서로 만나자"고 다짐한다. 둘은 이렇게 눈물을 머금고 헤어진다. 장안에 끌려간 공주는 수나라 왕실의 친족이자 대장군이었던 양소(楊素)의 첩이 된다.

처음 맞이하는 대보름이었다. 그녀는 하인을 저자거리에 내보내 반쪽짜리 거울을 판다. 아주 높은 가격을 부르도록 했다. 엉뚱한 가격 때문에 이를 사려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거울 한 쪽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 보름이 지나고, 이듬해 보름도 그냥 넘어간다. ‘남편이 나를 잊은 것은 아닐까’라는 독백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 나왔을 법하다.

3년째의 대보름. 해마다 같은 행동을 반복했던 하녀가 기막힌 소식을 전해온다. "길거리에 서생 차림의 한 사내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거울 반쪽을 팔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거울과 사람이 떠나갔네, 거울은 돌아왔으나 사람은 오지 않네(鏡與人俱去, 鏡歸人未歸)"라는 시구도 함께 들고 왔다.

둘은 만난다. 수나라 고관대작의 첩과 유랑하는 평민의 신분으로다. 수나라 대장군 양소라는 인물이 기특하다. 둘의 사정을 모두 듣고는 공주를 놓아준다. 예전의 남편에게 돌아가라는 배려였다. 오랜 기다림과 눈물이 웃음으로 변한다.

세속에서는 이혼의 절망감을 두고 "깨진 거울은 다시 합치기 어렵고, 떨어진 꽃은 가지에 오르지 못한다(破鏡不重圓, 落花難上枝)"고 표현했다. 이혼의 풍파를 보통 '파경'이라고 하는 유래다. 그러나 원래는 이렇게 해피엔딩이다.

세밑에 전해진 모 대기업 총수의 이혼 의사 표명이 커다란 화제다. 영겁에 가까운 인연의 실타래가 얽혀 맺어지는 사이가 부부다. 조그만 갈등이 번져 헤어짐까지 생각하는 이 시대의 많은 부부들이 행동에 앞서 먼저 새길 게 있다. 파경이라는 고사에 얽혀 있는 부부 사이의 소중한 감정과 인연 말이다.

유광종 기자  kj@newsworks.co.kr

*위 글은 뉴스웍스와 유광종 기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