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도(人道) 없는 등굣길부터 해결한 홍제남 교장 "내부형 공모교장이라 가능했지요"
[인터뷰] 인도(人道) 없는 등굣길부터 해결한 홍제남 교장 "내부형 공모교장이라 가능했지요"
  • 지성배 기자
  • 승인 2020.07.15 19: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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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부임 첫 해 등굣길 인도 조성 나선 홍제남 서울 오류중 교장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 위치 오류중, 등교시 차량과 학생 뒤엉켜 '위험'
거주자 주차구역 옮기고, 학교 부지로 인도 조성하니..."학생은 안전, 주민들은 감사"
홍제남 서울 오류중학교 교장을 만나 학교 등굣길 인도 조성 및 교장공모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지성배 기자)
홍제남 서울 오류중학교 교장을 만나 학교 등굣길 인도 조성 및 교장공모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Harold Maslow)는 안전을 인간의 욕구 중 두 번째 욕구로 봤다. 그만큼 안전은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이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각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2019년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김민식 군을 계기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사망이나 상해사고 가해자 가중처벌 등 내용을 담은 민식이법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 주변 도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 인도가 없는 통학로 등 안전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 처한 학교가 부지기수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오류중학교 역시 다르지 않았다.

빼곡히 불법 주차된 차량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도로로 통학하는 아이들, 인도가 없어 차량과 외벽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는 아이들, 그로 인해 학교 가는 길이 설레임 대신 두려움으로 가득 찬 아이들...

'안전'을 강조하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작년까지 오류중 학생들의 통학 모습은 이러했다.

“교사로 근무하던 당시 제 차량으로 학생의 발을 살짝 친 경험이 있어요. 오류중학교 통학로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체험하게 됐죠. 언젠가는 이 길에 인도를 만들어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안전하게 길을 걷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홍제남 교장은 2019년 교장 부임과 함께 인도 조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뛰었다. 구청 관계자, 지역 구의원, 교육청 관계자들과 수차례 논의를 했지만 풀리지 않는 것은 땅 문제였다.

사진 오른쪽 노란 박스 안은 원래 거주자우선주차구역으로 총 8대의 차량이 주차하고 있었다. 홍제남 오류중 교장은 학교 부지 일부를 주차구역으로 만들어주고 해당 도로에 인도를 만들어 냈다.(사진=지성배 기자)
사진 오른쪽 노란 박스 안은 원래 거주자우선주차구역으로 총 8대의 차량이 주차하고 있었다. 홍제남 오류중 교장은 학교 부지 일부를 주차구역으로 만들어주고 해당 도로에 인도를 만들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했다.(사진=지성배 기자)

학교 건물의 동쪽 외벽에는 일방통행로에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이 설정돼 있었다.

먼저 홍제남 교장은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학교 부지로 옮기는 것을 제안했으나 구청에서 스스로 남는 부지를 확보해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만들었다. 기존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은 인도를 만들 여력이 생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건물 남쪽 정문을 낀 도로였다. 양방통행으로 차량만 지나가기에도 빠듯한 수준의 공간인 이 곳에 인도를 내야 하는 것이 난제였다.

홍 교장은 여기서 학교 부지를 줄여 인도를 만들기로 결단했다. 

“구청에서 양방통행은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구청은 화단으로 조성된 외벽 내 학교 부지를 활용하자는 제안을 하더군요. 교육청에 질의 후 2m 정도 인도를 확보하기 위해 외벽을 학교 안으로 물리는 결정을 했습니다. 대신 그 공간에 있던 수십년 된 나무들은 살리기로 했죠. 나무가 공존하는 인도 조성은 그렇게 결정되었어요.”

학교 정문 옆길. (왼쪽부터) 인도 조성 전과 인도 조성 후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학교 정문 옆길. (왼쪽부터) 인도 조성 전과 인도 조성 후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인도가 조성되니 가장 기뻐한 것은 학생들이었다. 이제는 학교 주변에서 만큼은 통행하는 차량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숨기거나 벽에 달라붙은 것 없이 등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이준 학생(오류중 3학년)은 “예전에는 차량이 오면 주차된 차량 사이로 몸을 숨겼다가 다시 나오고 친구들과 일렬로 줄지어 걸어야 하는 등 신경을 곧추세워야 했다”며 “인도 조성이 등교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노희형 학생(오류중 3학년)은 “학교 주변이라도 인도가 조성되어 기쁘다”면서도 “다세대주택이 많아 등교하는 많은 길에서 차량과 학생이 엉킨다. 정문이 아닌 다른 입구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류중학교 동쪽과 남쪽에는 인도가 없어 특히 차량과 엉키는 등굣길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사진 내 빨간 실선은 홍제남 교장이 구청, 구의원, 교육청, 지역 주민 등과 협의해 인도를 조성한 부분이다.
오류중학교 동쪽과 남쪽에는 인도가 없어 특히 차량과 엉키는 등굣길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사진 내 빨간 실선은 홍제남 교장이 구청, 구의원, 교육청, 지역 주민 등과 협의해 인도를 조성한 부분이다.

실제 주변을 살펴보니 다세대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아이들은 건물과 건물 사이 통로를 이용하거나 인도 없는 거리를 차량과 함께 통행하고 있었다.

조유정 학생(오류중 3학년)은 “동쪽에서 오는 학생들은 정문까지 가는 게 어렵다”며 “올해부터 오픈한 동쪽 쪽문 개방 시간을 늘려주면 학생들이 지각으로 인해 뛰는 문제 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요청했다.

홍제남 교장은 “정문만 이용해 등교를 하는 것은 아이들을 위험에 더욱 노출시키게 된다”며 “안전한 등교를 위해 정문, 후문, 쪽문을 모두 개방해 등교를 돕고 있다. 학생들의 사정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즉답했다.

이어 “학교 동쪽에 마을버스 회차로에 정류장이 있다. 많은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려 정문으로 다시 내려오는 문제가 있다”며 “정류장에서 바로 학교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트고 문을 만들고자 한다. 이미 정류장 부근 산과 연결되는 곳에 야외학습터도 만들어 놨다”고 안전한 등교를 위한 다양한 구상을 설명했다.

홍 교장이 이처럼 부임하자마자 바로 학교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던 것은 사정을 잘 아는 내부형교장공모제 B형을 통해 교장이 된 것도 한 몫 했다. 홍 교장은 2011년 서울형 혁신학교 지정을 위한 준비에서부터 혁신부장까지 오류중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장공모제는 학교가 필요한 것, 구성원이 요구하는 것을 구성원에게 약속하고 구성원의 선택을 통해 교장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학교를 잘 알아야 할 수밖에 없죠. 구성원과의 약속이 기본이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잘 도와줍니다.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임 첫 해, 안전한 학교 등굣길 조성을 성공적으로 해낸 홍제남 교장. 마을과 함께 하는 학교를 꿈꾸는 그가 남은 임기에는 어떤 일들을 해낼지, 3년 뒤 오류중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지성배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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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 2020-07-16 11:47:07
멋진 교장샘!
오류중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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