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커녕 정치화...학운위와 이견 시 분쟁, 혼란만
학교 별 여건 고려해 자율적 조직‧운영하도록 해야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교직원회, 학부모회, 학생회의 설치‧운영을 학교에 의무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15일 표명했다. 

교총은 이날 강득구 의원실에 공식 의견서를 전달하고 개정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강 의원은 교직원회, 학부모회, 학생회는 학교 운영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는 그 의견을 존중하고 교직원회, 학부모회, 학생회 대표가 학운위에 참여하도록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총은 “현행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이 이미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와 의견 수렴을 보장하고 있고, 학교자치기구인 학운위 또한 설치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각 구성원마다 별도 조직을 법제화할 경우, 이견에 따른 권리 다툼과 갈등, 충돌로 학교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민주화를 빌미로 학교 기구 설치 등 학교운영의 영역마저 법률로써 규율하는 것은 오히려 학교의 자율적 운영을 침해하고 강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운영의 핵심은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으로 ‘전문성의 원리’가 존중돼야 하며 민주성 못지않게 자율성과 책무성이 고려돼야 한다”며 “책임은 없고 권한만 부여하는 수평적 분산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교육의 책임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지금도 학교는 학운위와 각종 학부모회 구성‧운영에 부담이 크다”며 “그럼에도 학교 구성원마다 별도의 법적 기구를 강제한다면 가뜩이나 구성원 내, 그리고 구성원 간 갈등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학교와 교사의 기구 설치‧운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법안의 불합리성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학생회 법제화는 초‧중등교육법 제17조에서 학생자치기구 조직‧운영의 기본적인 사항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명시돼 있고, 동법 시행령 제59조의4에는 학운위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돼 있다.

이미 법제화된 기구 및 운영에 대해 법률로써 재규정하는 것은 법적 실익이 없다는 것. 

교직원회 법제화도 학운위에 이미 교사 대표 참여가 보장돼 있으므로 별도 교직원회 법제화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학교에는 교원노조, 교원단체 외에 행정직원‧공무직‧비정규직 노조 등 다수의 조직이 있어 갈수록 교직원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단위학교 별 교직원회 법제화는 교직원 범위를 둘러싼 갈등을 증폭시키고, 학운위에 누구를 참여시킬 지에 대한 충돌과 혼란까지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현재 대학도 교수회는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교수회가 있는 경우에 한해 학칙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또 개정안은 교직원회가 ‘학교교육 및 운영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교장 및 학운위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규율하고 있다. 이는 학운위와의 기능 중복과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교총의 지적이다. 

학부모의 학교운영 참여권도 이미 교육기본법 제5조와 제13조에 명시돼 있고, 이에 터해 지금까지 학부모규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돼 왔으며, 학운위라는 공식 법제화 기구에 학부모위원 참여도 보장돼 있다. 

교총은 “농어촌, 도서벽지 학교 등 현재도 학운위 학부모위원조차 선출이 어렵고, 조례에 따른 학부모회 구성도 교사들이 구걸하다시피 하는 게 현실”이라며 “개정안처럼 모든 학교에 학부모회 구성을 강제할 경우, ‘자발적 구성’이 아닌 ‘억지 구성’으로 이어지고 교사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서울‧경기‧전북 등 학부모지원조례를 제정해 학부모회를 강제한 지역에서는 교사들이 학부모를 모시려 삼고초려 하는 일이 연례행사가 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총은 “현재 학운위 학부모위원은 법령에 따라 학부모 전체회의를 통해 투표로 선출하는데 반해 개정안의 학부모회는 일부 활동적 학부모로 구성될 경우, 대표성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며 “학부모들의 참여 저조가 과연 법률적 기구가 아니어서 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스럽다”고 밝혔다.  

하윤수 회장은 “학교민주화를 빌미로 학내 기구의 구성‧운영을 법과 조례로 강제하고, 권한만 부여하는 것은 학교 정치장화와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며 “현재처럼 학교가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조직,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