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19년 정책연구 결과...여학생, 중학교, 여학교 피해 많아
학교조치에 대해 일반고 특목고 자율고 학생, 여학생은 부정평가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의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긴급 점검하는 가운데, 학교생활 중 불법촬영 피해가 3%로 조사된 정책연구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16일 교육부로부터 받은 ‘중고등학교 양성평등 의식 및 성희롱 성폭력 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생활 중 불법촬영이나 유포 피해가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 14만4472명 중 3.0%다. 

여학생(3.7%), 중학교(3.1%), 여학교(3.7%)는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세부 유형별로는 △신체 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당한 경험 1.0% △성관계 행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당한 경험 0.3% △신체 부위나 성관계 사진이나 동영상을 요구받은 경험 0.7% △원하지 않았음에도 모바일(문자, 카톡, SNS 등)이나 인터넷을 통해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을 일방적으로 받은 경험 2.1%였다. 

불법촬영·유포 주체는 '같은 학년 학생'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다른 학년 학생' '교사' '그 외 학교 직원' 등이 뒤를 이었다.

불법촬영 및 유포를 경험했을 때 대응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가 가장 많았고(42.4%), ‘부당하다고 생각하거나 불쾌했지만 참았다’(30.6%)가 뒤를 이었다. 

성별에 따라 대응도 달랐다. 남학생은 ‘그냥 넘어갔다’가, 여학생은 ‘참았다’가 가장 많았다(각각 58.9%와 36.0%). 


대응하지 않은 이유 남녀별 차이 커... 여학생 2차 피해 두려워 신고 안 해 


불법촬영 및 유포 행위에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할 만큼의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61.8%)가 가장 많았다.

이어 ‘신고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처벌을 할 것 같지 않아서’(20.1%), ‘신고 및 처벌과정의 여러 절차가 복잡하고 두려워서’(11.5%),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날까봐’(11.2%), ‘행위자와의 관계가 나빠질까봐’(11.0%), ‘해당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를 명확히 알지 못해서’(11.0%), ‘발설 시 행위자가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서’(9.4%), ‘부모님/가족이 받을 충격이 두려워서’(5.0%), ‘행위자가 발설하지 말라고 해서’(4.5%)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남학생의 경우 ‘신고할 만큼의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76.0%에 달하는 데 반해 여학생은 49.9%만이 이와 같이 응답했다. 

즉,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신고를 통한 문제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적고, 신고 및 처벌과정에 대한 두려움이나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 가족이 입을 피해, 행위자의 보복 등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한편 ‘해당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알지 못해서’라고 응답한 경우, 여학생(12.1%, 남학생 9.7%)의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아 향후 성희롱 인지도(감수성) 제고를 위한 조치가 남녀 모두에게 이루어질 필요가 제기됐다. 

학교 조치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았다. ‘불법촬영 관련 학교의 처리 과정이나 결과에 만족한다’에 긍정은 58.3%, 부정은 41.7%였다. 

고등학교는 긍정과 부정 평가가 비슷했고, 일반/특목/자율고는 부정이 57.2%로 더 많았다. 

‘학교의 조치는 불법촬영이나 유포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에 긍정은 54.3%, 부정은 45.7%였다. 일반/특목/자율고와 여학교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자료=심상정 의원실)

성희롱 경험 25.4%...음담패설 등 성적 농담 가장 많아/ 예방교육 대한 학생 반응 '와 닿는 게 없는' '아무도 안 듣는'


이 외에도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4명 가운데 1명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성희롱 피해를 봤다. 전체의 25.4%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여학생이 28.7%로 남학생(22.3%)보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일이 더 많았다.

피해 유형은 '성적인 농담이나 음담패설 등 경험'(17.8%)이 가장 많았고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16.9%) '이성교제에 대한 수위 높은 발언'(13.8%) '특정 신체 부위를 들여다보는 행위'(8.1%) '칠판 등에 성적인 비유나 행동과 관련된 그림이나 동영상 등을 노출시키는 행위'(5.4%) 등 순으로 이어졌다.

이번 조사는 2019년 9월 3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과 교원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조사방법은 웹을 통한 온라인 조사이며, 응답자는 학생 14만4472명과 교원 3만4980명이다. 성폭력 관련 첫 대규모 실태조사다.

보고서는 △학교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의 정례화 △학교 전수조사 매뉴얼 제작 △조사 관계자 역량 강화 및 절차 간소화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의 표준 교육과정 마련과 예산 확대 △남성성 프로그램 도입 등을 제안하고 있다. 

연구진은 "성폭력 예방교육이 대부분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의무시수인 3시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가 44.9%에 달했다"며 "보건교과가 채택되지 않은 학교나 보건이 배정되지 않은 학년에서는 그조차도 실시하지 못하거나 부실하게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 중 하나는 교육의 내용에 대한 것으로 학생들은 성폭력예방교육과 성교육을 ‘와닿는 게 없는’, ‘기억나는 것이 없는’, ‘아무도 안 듣는’ 교육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학생과 교원에게 의미 있는 교육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성희롱·성폭력예방교육 보강이 필요하며 정책적으로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은 “학생들은 학교와 일상에서 적지 않은 성희롱 성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사회와 학교 모두에서 성희롱 성폭력이 근절되도록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이 업무 총괄하는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수개월째 공석인데,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