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여행을 하고 경험을 쌓는 아웃도어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고 성장을 해가는 동시에, 우리의 자연과 사람들, 문화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 나간다. 사진에서는 청소년들이 낙동강 상류의 물줄기를 따라 여행하고 있다. (사진 =이지호)

아웃도어 교육의 개념과 적용

[에듀인뉴스] '아웃도어 교육'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에게 낯설 것이다. 그렇지만 자연 속에서 사람을 키운다는 개념은 인류의 긴 역사 동안, 그리고 세계 어디에서나 존재되었던 것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자연 속에서의 평화로운 시간, 혹은 예기치 않은 모험을 통해 한 인간이 기존의 면모를 벗어나 성숙해가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초반에 들어서면서 서구 사회는 이와 같은 자연 속 교육을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혹은 하나의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 체계화시키는 시도에 나서게 되었다.

이와 같은 시도들은 여러 나라들에서 다채로운 형태로 갈래를 만들어 나가며 발전하게 되었으며, 20세기 중, 후반이 되었을 때 경험 교육의 주요한 한 분야로서 자리를 잡아 나가게 되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아웃도어 교육’이 생소한 표현이라 하여도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철학은 우리가 교육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 즉 사람을 키운다는 것에 충실한 것이며, 또한 많은 교육 기관들이 표방하는 전인 교육(holistic education)을 수행하는 중요한 교육 철학이며 이론인 것이다. 

아웃도어 교육의 개념 ‘자연 속에서 사람을 키우다’

아웃도어 교육은 자연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교육적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의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이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는 어떠한 관점과 방향을 가지는가에 따라 범위가 달라지고 다양해질 수 있다.

근본적으로 아웃도어 교육은 자연과 사람이라는 두 개의 큰 요소들이 상호 작용을 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경험이다.

그러므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이 두 가지 요소 즉,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발달시키고 확장하여 나가게 된다. 사람에 대한 이해는 자기 자신, 그리고 자기를 둘러싼 동료 친구들, 교사들은 물론 과정 중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하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이해는 그 과정의 배경이 되는 공간, 그 공간의 생물들과 무생물들을 포괄하는 것이 된다. 아울러 이것은 우리가 살아 나가는 세상, 세계를 비유하는 것으로도 크게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아웃도어 교육이 설계하는 경험은 사람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것을 통해 성장과 발달을 추구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때의 경험은 어떻게 이와 같은 이해를 높이고 발달시킬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하는 결과물로서 나타나는 것이어야 한다.

아웃도어 교육을 통한 경험은 다음과 같이 크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 환경, 생태 학습/ 다양한 야외 활동 경험과 습득/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발견의 경험/ 친구들, 교사들과의 상호 작용의 경험

이와 같은 아웃도어 교육의 경험들을 실제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때에는 그 사회의 교육 환경과 자연 환경, 그리고 경제적인 여건과 문화적인 요소 등이 작용하게 된다.

즉, 그 사회에 가지고 있는 배경에 따라서 프로그램의 형태는 달라지게 되며, 어떤 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모든 사회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어 효과를 나타날 수는 없는 것이다. 

아웃도어 교육의 프로그램은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는가, 또는 대상이 누구인가 등에 따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아래는 프로그램의 기간과 환경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며, 이를 통해 현재 아웃도어 교육 분야의 주된 흐름을 읽을 수도 있다. 

아웃도어 교육은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방향, 교육 기관의 목표, 청소년들의 경험 수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성이 될 수 있다. 교육 기관의 여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능한 한 매학년 일정 기간 이상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사진=이지호)

숲학교와 숲유치원 프로그램 Forest School & Forest Kindergarten Program

여러 유럽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학교와 유치원에 자연의 경험을 불러 들이려는 노력을 진지하게 기울여 왔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학교와 유치원 교육 과정의 일부 혹은 전체를 주변의 자연 속에서 보내는 것으로, 어린이들은 자연과의 친밀감을 확대시키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숲 학교의 경우, 매주 일정 시간 이상을 학교 부지 혹은 바로 인접한 자연 속에서 보내게 되며, 학생들에게는 교실의 수업과는 다른, 넓은 자율성이 주어진다. 이때 교사들은 과정을 앞장서서 끌고 나가는 지도자로서가 아니라 어린이들의 주도적인 활동을 도와주는 퍼실리테이터가 되어야 한다.

숲 학교 프로그램은 현실적으로 가장 가까운 자연 환경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실용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상 속으로 자연을 불러들여 보다 친근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도 반드시 시도되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숲 유치원의 경우는 가능한 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자연 속에서 지내도록 하며, 이를 통해 어린이들의 발달을 꾀하는 프로그램이다.

2019년 세종시에 문을 연 솔빛숲유치원은 우리 나라 최초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숲 유치원이며, 더불어 민간 분야의 숲 유치원은 빠르게 보급이 되고 있어서 이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를 보여준다.

거주형 아웃도어 교육 프로그램 Residential Outdoor Program

실내 숙박 시설 혹은 고정된 방갈로나 야영 시설 등에서 머물면서, 시설 주변의 자연 환경을 이용하여 며칠 동안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형태를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흔한 청소년 수련시설 등을 생각하면 되는데, 보다 자연과 어울리는 규모나 형태의 시설을 갖추고, 프로그램의 내용 역시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 형태의 경우 거주 시설이 어떤가 하는 점 보다는 어떠한 교사들이 어떠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가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즉 어떤 고정된 형태의 시설이나 장비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은 아웃도어 교육이 지향하는 방향이 아니며, 경험이 직접적이며 자연과의 교감이 최대로 일어나도록 프로그램이 설계되고 진행이 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중앙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 교육청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설들이 다양하게 있으나, 대개 많은 수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내와 시설을 중심으로 바쁘게 짜인 일정을 소화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이러한 시설들의 프로그램을 전환하고, 아웃도어 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시도한다면 빠르게 아웃도어 교육을 우리의 교육 현실에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정형 프로그램 Expedition Program

자연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여러 날 동안 여행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백두대간을 따라 일주일 동안 백패킹을 한다든지, 카약을 타고 남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떠내려 간다든가 하는 여정이 익스페디션 프로그램이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보다 많은 어려움을 청소년들에게 제공하며, 또는 깊은 자연이 주는 전혀 낯선 관점과 정서를 경험하게 만든다.

청소년들은 세계와 자신, 동료들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며, 여정은 인생의 다양한 도전과 성취, 난관과 즐거움을 상징하게 된다. 정통적인 아웃도어 교육 기관들의 많은 프로그램은 이와 같은 익스페디션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아웃도어 프로그램을 말할 때면 흔히 이런 원정 프로그램을 연상하게 된다.

많은 교육기관에서는 고등학교 상급반이나 대학생 등의 청소년들에게 ‘통과의례 Rite of Passage’로서의 의미를 가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연, 환경에 대한 리터러시로서의 교육

우리 청소년들은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극도로 발달한 정보와 미디어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보다 더 심각하게 도시화된 생활 환경 속에 익숙해지고 있으며, 따라서 자연을 가까이 접하면서 그것이 주는 다양한 감각과 관점을 익힐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인류는 미디어를 통해 자연에 대한 더 많고 다양한 사실을 배우지만, 정작 우리가 사는 지역의 숲이나 들판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는 상실해 가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매우 피상적인 이해를 가지게 된다. 

교육은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일상에서 영위하는 모든 행동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자연이 다시 우리의 삶에 궁극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플라스틱의 문제, 화석 연료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각 개인의 관점, 행위가 결국 어떤 식으로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며 다시 돌아서 우리 인간에게 그 영향이 돌아오는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정작 인류는 아직까지 문명의 양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으며, 그렇다면 교육은 인류가 지속 가능한 문명 사회를 위해 가르치는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라볼 수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자연, 그리고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보다 깊게 이해하고, 우리 각자의 생활과 행동이 만들어내는 영향에 대해 자각할 수 있도록 교육이 역할을 해야 한다. 아웃도어 교육은 자연 속에서 직접적 경험을 통해 자연과 관계를 맺어 나가도록 하며, 따라서 자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문명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교육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는 트레킹, 카약과 카누, 자전거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러한 활동은 교육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잘 타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자전거라는 활동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이해하고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진=이지호)

학교 교육에서 아웃도어 교육을 수행하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쉽지 않다이며, 넘어가야 할 언덕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지식 혹은 정보의 전달에 과다하게 무게를 실은 까닭에 배우는 사람의 신체와 성격을 어떻게 발달시킬 것이며, 또 그들이 사람들, 사회의 현상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도록 배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방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 현장에서 아웃도어 교육을 시작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교육 방향에 대해 진지하며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우선은 작고 쉬운 프로그램들로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현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내어야 하며, 각 교육청 등에서 풀어낼 수 있는 지원 방안들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각 지역 교육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학생 야영장들은 많은 경우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시설들을 다시 살려내어 이용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웃도어 교육에 대한 교육계의 이해를 늘리고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리고 아웃도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교육자들을 양성하는 것도 동시에 시작이 되어야 한다. 좋은 교육은 결국 사회적인 지지와 함께, 뜻을 가진 능력 있는 교사들이 밑바탕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와 아웃도어 교육

코로나는 현재 진행형이며, 2020년이야말로 진정한 세기적 전환점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여실히 깨닫고 있다.

이 세계가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은 명료하며, 그것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 모두들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달라진 세계에서 교육의 철학은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서 깊게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인류에 의한 자연의 파괴가 어떠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오는가에 대해서 실증하고 있으며, 더 이상 이와 같은 파괴적인 문명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제 교육을 통해 우리의 미래 주인공들은 자연에 대해, 그리고 문명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배워야 하며, 이를 통해 미래의 지속 가능한 사회를 계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몇 달은 학교가 단지 지식의 전달 이상의 중요하고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해 왔다는 것을 우리 사회에 잘 알려 주었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워 나가며, 교사는 이들이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살펴 준다.

학교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균형 있게 성장하여 성숙한 시민으로서 생활하고, 사회를 지탱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산실이며, 이 기능은 어느 다른 곳이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교육의 진정한 목표와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교육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연 속에서 자라며 친밀감을 형성하고, 우리의 흙이며 나무, 풀꽃과 관계를 만들어나가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지속이 가능한 문명을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웃도어 교육은 이제 우리 학교들을 통해 자연 속에서의 경험을 풍부히 제공하고, 이를 통해 개인은 물론 사회의 건강한 성장과 지속을 꿈꾸도록 해야 한다. 

이지호

이지호=아웃도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의 아웃도어 교육 현상과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특히 학교 교육을 통해 아웃도어 교육이 수행되는 것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론서 ‘아웃도어 교육의 기초’를 저술하였으며, ‘아웃도어교육저널’을 통해 아웃도어 교육에 대한 정보와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아웃도어 교육 실무자로 현재 인천에 위치한 채드윅국제학교에서 아웃도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