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 캡처)

[에듀인뉴스] 요즘 교육담론이 너무 촐싹거린다는 느낌이 든다. 이 촐싹거림의 논리는 늘 같다. 

뭔가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이 나오거나 큰 사건이 하나 터진다. 그러면 바로 그 이름을 딴  “OO시대의 교육”이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지금은 “OO시대” 로 바뀌었으니, 이제까지의 교육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앞으로 새로운 “XX교육”을 해야 한다는 식의 담론이 난무한다. 

그 다음 단계는 자기네 방법, 프로그램, 교재, 기자재가 바로 그 교육에 가장 적합한 해법이라며 채택을 요구하는 마케팅들이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에서 이겼을 때 딱 그랬다. 즉시 인공지능 시대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이 인공지능 시대에 구글 검색하면 다 나오는 지식이나 가르치는 교육, 더구나 촌스럽게 그걸 오프라인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는 학교는 사라져야 마땅한 것이라며 마구 난타당했다. 심지어 교사 연수에서 단골로 방영되던 동영상에서는 ‘재판’까지 받았다.

5년 정도 지난 지금. 학교는 천지개벽을 겪지 않았다. 여전히 수업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때로 와이파이도 안 되는 교실에서 답답한 상황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큰 불편은 없다. 

만약 와이파이가 되고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태블릿이나 랩탑이 지급되었더라면 훨씬 다양하고 효과적인 수업이 가능했겠지만, 그렇다고 학교 교육이 바로 태블릿과 랩탑에 의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알파고가 아니라 오메가고가 나와도 교사와 학생이 물질적인 공간에서 물질적으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만남으로써 이루어지는 교육은 여전히 건재하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동안 학교가 전혀 변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10년 정도 지나서 문득 돌아보면 학교가, 교실이,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엄청나게 바뀌었음을 깨닫는다. 

심지어 시대에 뒤떨어진 권위주의의 화신으로 교육에 심대한 방해가 되고 있다며 욕먹고 있는 교육행정조차 엄청나게 바뀌었다. 

가령 우리 세대만 해도 학교에서 대청소라도 하면 “오늘은 장학사 오시는 날” 이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장학사가 그 따위로 학교에 행차 했다가는 바로 갑질 신고 들어간다.

교육에서의 변화, 학교의 변화는 그런 식으로 일어난다. 일어나는 듯 일어나지 않는 듯. 

(사진=유튜브 캡처)

학교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 자체가 그렇다. 위대한 영웅 한두 명, 위대한 발명 한 두개로 세상이 단숨에 바뀌지 않는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며, 결국 그 변화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때 그 저항을 단지 ‘수구꼴통’ 이런 식으로 매도해서는 원하는 변화를 결코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 시대의 교육, 혹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등의 말까지 쏟아지고 있다. 

당장 아니면 늦어도 내후년 사이에 뭔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 같고, 조금만 늦는다면 교육이 영영 세상 변화에 뒤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마저 심어준다.

30년 이상 착실하게 학생들을 잘 이끌어왔던 노(老)교사가 동영상 자료 촬영, 편집 못한다고 갑자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어느새 그 동영상 촬영, 편집하던 교사들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 안한다고 천덕꾸러기로 내몰린다. 그러더니 이제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하던 교사들이 콘텐츠 제작, 실시간 쌍방향, 출석 수업을 유기적으로 블렌딩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당연히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는 식으로 갖가지 교육기법, 프로그램, 기자재, 시스템이 이 이름표를 달고 저마다 자기들을 구입해 달라고 난리를 치고 있다. 이럴 때 한 마디 던지고 싶다.

아직  알파고 시대의 교육,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등 담론을 찍어대던 종이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이렇게 무슨무슨 시대 교육이라는 말을 함부로 하기 전에 먼저 신중하게 좀 따져 보자. 이렇게 덮어놓고 누가 시대에 앞서느니 뒤 지느니 할 일이 아니다. 적어도 다음 넷 정도는 따져 봐야 한다.

1.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큰 변동인가?
2. ‘~시대’라 불릴 정도로 의미 있는 큰 변동이 일어나면 교육 역시 그 정도로 크게 바뀌어야 하는가?
3.  만약 바뀌어야 한다면, 교육의 어느 영역이 어느 정도로 바뀌어야 하는가?
4. 지금 제시되고 있는 방법들, 해법들, 도구들이 바로 그 변화에 부응하는 것들인가?

하나같이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질문들이다. 그런데 교육은 변화에 취약하고 가소성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당연히 무엇 하나를 바꾸려 해도 크고 무거운 질문들을 던진 다음에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을 운운하기 전에, 실시간 쌍방향이니, 온라인 협업이니, 블렌딩 수업이니 등을 운운하기 전에 먼저 저 무거운 질문들에 대한 차분하고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심지어 아직 알파고 시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서도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사람의 몸을 다루어야 하는 의학에서도 새로운 약품, 치료법이 나오면 짧아도 1년 이상의 시험기간을 거치고, 더 까다로운 심사과정과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들의 의견을 검토하여 채택된다. 

사람의 몸과 마음,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까지 다루어야 하는 교육 역시 그런 신중함, 그리고 실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당분간 코로나 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방법이라며 내세우는 이런 저런 프로그램이나 기법에 대한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까다롭고 비판적 검토, 그리고 앞에서 제시한 무거운 질문에 대한 다각적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일지 비포 코로나 시대일지 누가 알겠는가? 

권재원 서울 마장중 선생님/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사진=지성배 기자)
권재원 서울 마장중 선생님/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사진=지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