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장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장

[에듀인뉴스] ※ 다음의 문제를 읽고 정답에 해당하는 것에 √표시를 하세요.

[문제1] 현재 상황에서 배움과 방역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

① 방역 수칙에 따라 협동학습을 하지 않고 일제학습과 개별학습으로만 수업을 한다.

② 학생들의 배움 증진을 위해 짝 활동 등 최소한의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③ 어차피 교실에서 대면 접촉은 불가피하므로 모둠 활동 등 협동학습으로도 수업을 한다.

학습구조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상호 작용 방식을 말한다. 학습 구조론 관점에서 수업 방식을 분석하면 4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일제 학습은 교사 중심, 지식 중심의 접근으로서 대표적인 수업 방법으로 강의식 설명법이 있다.

개별학습은 학생 중심 접근으로서 학생 상호 간 상호 작용이 없는 방식으로 개인별 맞춤형 지도, 수준별 수업 등이 있다.

경쟁학습은 ‘너의 성공이 나의 실패’인 부정적인 상호의존 관계로서 퀴즈식 수업, 스포츠 경기, 경쟁 놀이, 토론대회, 상대평가 등이 여기에 속한다.

협동학습은 ‘너의 성공이 나의 성공’인 긍정적인 상호의존 관계로서 배움이 일어나는 것으로 과제분담학습, 팀 프로젝트 수업, 비경쟁식 토론 등이 있다. 일반적인 수업 디자인에서는 4가지 학습 구조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수업을 구성한다.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 교육부나 교육청, 학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구태여 말하라고 한다면 ①번을 정답이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②번이나 ③번이라고 말하는 순간 질병관리본부에서 말하는 방역 수칙을 거스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어떤 교사가 ③번을 선택하여 협동학습으로 수업을 했다면, 교실에서 발병이 일어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넘어가겠지만 혹시 발병 사건이 일어났다면 해당 교사가 그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행정 기관 특성상 절대로 ②번이나 ③번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행정 기관은 법이나 지침으로 해석하기 애매한 경우, 조직 특성상 보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문제 발생 시 그 책임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 입장에서는 ②번이나 ③번을 선호할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 모둠 활동을 하지 말고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을 지키면서 수업을 해야 한다면 수업 방식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불편하게 된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교육청 차원에서 추진된 배움 중심 수업(경기, 경남), 질문이 있는 교실(서울, 광주, 제주, 인천), 활동 중심 수업(경북) 정책은 ②번과 ③번 관점에서 진행되어왔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에서 ②번이나 ③번을 정답으로 제시하면 교육청이 코로나 확진자 발생 시 그 방역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심 ③번이 정답이라고 생각해도 ①번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2] 현재 블렌디드 러닝 상황에서 일반 교과의 대면수업을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

① 수행평가와 온라인 수업 내용을 다시 복습하고 진도 나가기

② 지난 온라인 수업 내용을 복습하지 않고, 기존 방식대로 수업을 진행하기

③ 온라인 수업으로 할 수 없는 실기, 실습, 활동을 중심으로 수업하기

정답은 없다.

플립 러닝(거꾸로교실) 관점에서는 ③번이 정답이겠지만 현재 코로나 방역 상황에서는 실기, 실습, 활동 등이 현실적인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현재 많은 학교들에서 교사들은 ①, ②번 방식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상위권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성실하게 참여하고 사교육 등을 통해 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학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편이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상에서 피드백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의 하향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수업에서 학력 격차 문제는 더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학력 격차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일부 학교들은 이번 기회에 플립 러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배움과 방역 사이의 딜레마에서 과감하게 배움에 방점을 찍고 온전한 형태의 플립 러닝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플립 러닝은 방역 수칙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변에 공언하지 않고 조용히 플립 러닝을 실천하고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아픔이 학교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플립 러닝을 하고 있어도 공개적으로 플립 러닝을 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3] 다음 중 체육 수업을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가?

① 실제 체육 수업을 하지 않고 그 시간에 자습하거나 다른 활동으로 대체한다.

② 이론 설명하거나 스포츠 동영상을 보여주고 학습지를 느낌을 기록하고 발표한다.

③ 대면 접촉이 없는 줄넘기 등 개인 운동만 한다.

④ 배구 등 상대적으로 대면 접촉이 적은 운동만 한다.

⑤ 어차피 학생들끼리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서 접촉 활동을 하기 때문에 씨름, 축구 등 예전 체육 수업과 동일하게 진행한다.

정답은 없다. 왜냐하면 학교 규모와 위치, 지역적 특성, 발병 상황 등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코로나 청정 지역에 있는 시골학교의 경우, ⑤번으로 체육 수업을 한다. 하지만 수도권 다인수 학교의 경우, 많은 학교들이 ②번이나 ③번을 선택하여 운영하고 있다. 물론 대도시 다인수 학교의 경우라도 일부 선생님들은 ④번이나 ⑤번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④번과 ⑤번을 선택하여 체육 수업을 운영하다가 만약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체육 수업을 하더라도 숨어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체육 교과의 목표와 특성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④번과 ⑤번을 선택해야 하지만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②번과 ③번을 선택할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④번과 ⑤번을 선택한 선생님들에게 사회적 비난이나 제재를 가할 수 있을까?

②번과 ③번을 선택한 교사는 방역에 초점을 둔 것이고, ④번과 ⑤번은 배움이 초점을 둔 것이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에 친구들끼리 어울려 다니는 것을 교사가 완벽히 통제할 수 없고, 방과 후 학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려면 방과후에도 학교 방역 수칙처럼 진행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하지 못하다.

이러한 배움과 방역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타협점을 집단 지성을 통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체육 수업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나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할 수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수업을 하는 것까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①번은 정답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①번 행동은 교육과정 재구성이 아니라 파행적 교육과정 운영이기 때문이다.

[문제4] 다음 블렌디드 러닝 방식 중 우리 학교에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주간 기준으로 3학년은 전일제, 1학년은 1,3주, 2학년은 2,4주로 등교 수업 운영하기

② 요일 기준으로 3학년은 월, 화, 2학년은 수, 목요일, 1학년은 금요일 등교 수업 운영하기

③ 시간을 기준으로 홀수반은 오전반 수업, 짝수반은 오후반 등교 수업 운영하기

④ 학급 구성원을 기준으로 홀수번 학생들은 오전반, 짝수번 학생들은 오후반으로 구분하여 등교 수업 운영하기

이 문제의 정답은 없다. 왜냐하면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방안이 더 좋다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교 학생수, 학생들의 특성, 학교급별 특성, 해당 지역 방역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블렌디드 러닝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5] 우리 학교는 부천에 있는 초등학교인데, 인근 인천 지역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경우, 우리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① 기존 수업 방식대로 수업을 한다.

② 거리가 가깝고 생활권이 동일하기 때문에 모든 수업을 원격 수업으로 대체한다.

③ 우리 교육청 소속 학교가 아니므로 우리 교육청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그에 따라 행동한다.

정답은 없다. 왜냐하면 코로나 발병 상태 정도나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교육청 지침 등에 따라 학교가 다르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의사결정 과정과 주체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문제6] 우리 학교에 맞는 온라인 수업 유형과 블렌디드 러닝 유형을 선택하고자 할 때 누가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

①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② 교육부 ③ 시도교육청 ④ 교육지원청 ⑤ 학교 교장 ⑥ 학부모

이번 문제에도 보기 중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정답을 구태여 제시한다면 학교 자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학교 자치란 교사,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문제를 주체적으로 고민하여 민주적 참여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학교 자치의 핵심은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성과 책무성이다. 학교 자치 안에 교사 자치, 학부모 자치, 학생 자치가 존재한다. 학교 자치는 하향식 의사결정이 아니라 상향식 의사결정을 지향한다.

학교 자치 관점에서 온라인 수업이나 블렌디드 러닝 방식을 선택할 때는 학교 구성원들이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의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여러 가지 대안들을 찾고 장단점을 분석해야 한다. 즉, 온라인 수업이나 블렌디드 러닝 방식 중 각 유형별 장단점을 분석하고 전체 교사들이 각 대안들에 대하여 숙의하고나서 토론해야 한다. 그래서 힘들지만 전체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대안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실행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고 나서 수정 보완해야 한다.

예컨대, 즉, 온라인 수업의 경우, 실시간 쌍방형 수업, ebs 콘텐츠 활용형 수업, 교사 콘텐츠 활용형 수업, 과제 제시형 수업 4가지 대안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고 교사들이 토의 토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ebs 콘텐츠 활용형 수업을 기본으로 하되, 교사 개인별로 다양한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의사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수업을 진행한 뒤 교사 뿐 아니라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수합하고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ebs 콘텐츠 활용형 수업의 문제점으로 학생들의 학습 효과가 떨어지고 교사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나타났다면 이 문제를 재논의를 하여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동일한 결과라도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이 학생들의 학습효과가 좋고,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다고 해서 학교 교장이 단독적으로 의사 결정하여 밀어붙인다면 많은 교사들이 반발할 것이다.

왜냐하면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은 교사 입장에서 부담이 크고, 인터넷망이 불안하거나 스마트 기기가 미비하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블렌디드 러닝 방식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학교 자치 관점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오전반과 오후반을 구분하여 운영하는 플립 러닝 방식을 채택했다고 가정해보자.

아무런 문제가 없이 학교 교육 활동이 진행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가 문제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학교 전체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책임을 공동으로 질 수 있어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학교장이 최종 책임을 가져야 한다.

교장은 ‘왕관의 무게’를 버텨야 한다. 교장이 최종 책임을 질 테니까 교사들은 수업과 생활지도, 방역에 중점을 두면서 교육 본질에 맞추어 노력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 교육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자치는 단위학교의 책임경영제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 교육의 본질을 견지하면서도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을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교장이 다른 어느 시기보다 필요한 때이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의 진가가 드러난다.


우리 학교 모델, 학교 자치 관점에서 찾아야


이제는 정답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특히 모든 학교의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러닝 실시 문제는 초유의 사건이기에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학교에 적절한 모델은 외부에서 찾기 힘들고 결국 학교 자치 관점에서 적절한 모델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기에 현재의 상황에서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평가하고 수정 보완하면서 우리 학교만의 정답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어야만 미래에서도 그 학교가 살아남아서 발전할 수 있겠지만 경직되고 관행에만 근거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 학교는 결국 실패하고 망하고 말 것이다.

교육청과 교육부도 이에 맞는 행정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