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문재인 정부는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사흘간의 연휴를 만들어냈다.

지친 의료진과 국민을 위해 지정한 임시공휴일에 뜻하지 않은 어휘력 논쟁이 붙었다.

그 원인은 바로 ‘사흘’이라는 우리말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사흘을 4일로 잘못 알고 15,16,17일로 이어지는 3일 간의 연휴라며 기사를 쓴 기자를 비난하는 댓글로 도배했다.

그것도 모자라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네티즌과 다시 댓글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사흘이라는 단어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연령별 검색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거꾸로 정부가 사흘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게 된 계기가 된 웃픈 결과가 됐다.

금일을 금요일로 잘못 알고 상대방에게 약속을 펑크내냐고 성을 내던 문자메시지는 이미 많이 회자하는 사례다.

(사진=네이버 캡쳐)
(사진=네이버 캡쳐)

고교 영어 수업시간에 ‘상쇄, 본질적, 관행, 임의의’ 등으로 해석해줬는데 오히려 국어의 뜻을 모른다는 말, 국어 수업시간에 ‘주옥같은 글’에서 ‘주옥’을 몰라 설명해줬다는 사례, 한자어가 많은 과학 수업시간에 고등학생인데도 ‘승화, 기화, 액화, 용해, 용융, 융해’ 등 기초부터 단어의 뜻을 설명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혼란 속에서 지난 17일 보란 듯이 영문으로 사업명을 만들어 발표했다.

2021년부터 진행하는 1단계 사업에 5년간 무려 총 18조5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이 사업명은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그린 스마트 스쿨)’이다.

교육부는 “한국판 뉴딜 대표과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중략)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친환경 그린학교 등을 만든다”고 했다.

벌써 영문만 ‘포스트’, ‘뉴딜’, ‘그린’, ‘스마트’ 등이 나온다.

외부 공개한 보도자료를 보면 ‘유비쿼터스’, ‘인프라’, ‘ICT’, ‘SOC’, ‘제로에너지’ 등 다양한 영문들이 즐비하게 나열돼 있다.

물론 고유명사로 사용하는 단어에 대한 활용과 설명자료에서 뜻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한 영문의 사용은 어느 정도 할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도 그 뜻을 명확히 하고자 할 때이다.

사업명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를 보고 정확히 어떤 사업인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어떤 이는 MB 정부에서 추진한 녹색성장과 무엇이 다른지 개념조차 잡지 못하겠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녹색 똘똘이 미래학교?’라며 사업명에 영문을 사용한 것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사진=교육부 보도자료)
(사진=교육부 보도자료)

세계가 하나의 인터넷 망으로 연결되는 온라인 시대에 외국어를 부정하거나 회피하거나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이든 뿌리가 있고 줄기가 있으며 그속에서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대한민국 근본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교육부만이라도 우리말과 글 사용에 더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 어휘력 부족이 심각히 문제되고 있는 현실에서...

참고로 순 우리말 표기는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 열하루, 열이틀, 열사흘, 열나흘, 열닷새(보름, 보름날)...로 한다.

지성배 에듀인뉴스 기자
지성배 에듀인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