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문예지 경기 시흥 승지초등학교 교사
문예지 경기 시흥 승지초등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2019 개정 교육과정부터 초등 국어과에 독서 단원이 들어오면서, 온 작품 읽기를 매 학기 학생들과 해보게 된다.

아이들도 재미있게 참여하고 교사도 활동을 자유롭게 구성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이지만 한 권의 책을 자세히, 깊게 읽어나갈 활동을 구성하는 데에는 고민이 깊어지게 된다.

그래도 점점 활동 경험이 쌓여가면서 돌아보니 비주얼씽킹은 활동의 전 과정에서 아이들이 생각을 펼쳐나가도록 하는 데에 좋은 방법이 되어주었다.

내가 주로 활용하는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온 작품 읽기의 활동의 유형을 나누자면, 크게 4가지로 들 수 있다.

1. 글의 맛 느끼기

2. 글의 내용 상상하기

3. 나만의 문학체험 넓히기

4. 내 생각과 친구들의 생각을 공유하기


이미지로 상상하는 '글의 맛 느끼기'


‘글의 맛 느끼기’는 어휘를 이미지로 상상하는 활동으로 진행한다.

국어 단원 중 ‘감각적인 표현(3학년)’이나 ‘비유적 표현(6학년)’ 단원의 학습 내용과 관련지어 책 속의 감각적인 표현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툭, 툭’ 떨어지는 것과 ‘우수수’ 떨어지는 것의 차이를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 장면의 그림으로 설명할 때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감각적인 표현이나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한 문장을 학생 스스로 만들고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다.

비유적인 문장을 작성하고 비주얼씽킹을 활용하여 시각화한 작품들.(사진=문예지 교사)
비유적인 문장을 작성하고 비주얼씽킹을 활용하여 시각화한 작품들.(사진=문예지 교사)

문자로만 문장을 만들 때에는 글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비주얼씽킹을 활용하여 문장의 의미를 시각화하하면서 비로소 ‘아~’ 하면서 진짜 그 표현의 맛을 느끼는 반응한다.

모순될지 모르겠지만, 글을 문자 그대로 글로만 봐서는 그 느낌이 살지 않는다.

진짜 글의 맛을 느끼려면 글이 이미지로 살아나 현실, 삶에서 만나는 모습으로 마음에 와 닿았을 때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단어의 뜻, 느낌을 시각화해보는 활동을 해볼 때 아이들은 책 속 표현들의 맛을 느껴볼 수 있다.


추상적인 언어, 그림으로 구체화해볼까?


‘글의 내용을 상상하기’는 추상적인 언어로 적혀있는 부분을 그림으로 구체화해가는 활동이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글의 내용을 상상하며 읽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경우 글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다. 한참을 읽고 그래서 무슨 내용이었지? 라고 물으면 그때 다시 생각하며 읽곤 한다.

책 삽화에 말 주머니, 효과음, 주변 사람들의 표정 등을 추가적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서 글의 내용을 상상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학생들과 책을 읽어나가면서 삽화를 보고 ‘이 장면에서 주인공들은 어떤 말을 할 것 같은지 말 주머니를 넣어보자!’, ‘주변에 어떤 것들이 더 들어가면 좋을까?’,‘표정을 그려본다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등 이렇게 글을 읽으면서 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깊이 이해하고 더 재미있게 책을 읽어나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장소 배경을 상상해서 시각화 해보는 활동도 글의 내용을 깊게 읽고 생각하며 읽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인물의 외모가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해보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물어보면, 책 속에 서술된 글귀들을 짚으며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설명한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책을 읽으면서, 삼촌에 대한 설명들이 나오면 쭉 읽고 삼촌을 찾는 포스터를 그려보는 활동을 해보았다.

글 속에 있는 삼촌에 대한 글귀 하나하나를 가지고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나갔는데 학생마다 생각이 다 달랐다.

삼촌이 ‘2002년 월드컵 티셔츠를 입고 있을 것 같다’고 발표하여 이유를 물어보니 그 티셔츠를 ‘백수의 상징’이라고 대답을 하였다.

2004년에 태어난 학생이 인물에 대해서 이렇게 살아있는 상상을 할 수 있다니! 이렇게 비주얼씽킹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에 꼬리를 물게 만들어준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읽고 삼촌 포스터 만들기를 한 작품들.(사진=문예지 교사)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읽고 삼촌 포스터 만들기를 한 작품들.(사진=문예지 교사)

책 띠지 만들며 넓혀보는 책에 대한 이해와 감상


‘나만의 문학체험 넓히기’는 개인별로 책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넓히는 활동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찾아보기, 마음에 와 닿는 글귀로 카드 만들기, 책 띠지 만들기, 미니 북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면서 나만의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들이다.

3학년 아이들과 책 ‘띠지 만들기’ 활동을 진행했다.

3월 2일 처음 선생님을 만날 때, 어떤 사람을 처음 볼 때 우리가 예쁜 옷을 입고 나가는 것처럼 이 책을 처음 만날 사람에게 이 책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입는 옷이 ‘띠지’라고 알려주고, 띠지에 이 책을 한 장면으로 간추려보거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소개해보도록 했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 한 장면을 그리고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이런저런 내용을 채워나갔다.

아이들은 장면의 한 부분 한 부분을 그리며 책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고 아이들이 한 장면을 넘어 그동안 읽었던 한 권의 책을 떠올려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정리를 해두면 언젠가 아이들이 이 책을 꺼내 볼 때도 지금 읽었던 시간이 떠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무리 활동으로 종종 해본다.

초등학교 3학년들이 표현한 띠지 만들기 활동 작품들.(사진=문예지 교사)
초등학교 3학년들이 표현한 띠지 만들기 활동 작품들.(사진=문예지 교사)

내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해 친구들에게 설명해볼까?


‘내 생각을 친구들과 공유하기’는 토론이나 토의 활동에서 비주얼씽킹을 활용하는 것이다.

6학년 아이들과 ‘아름다운 아이’라는 책을 읽고 토론 활동에 비주얼씽킹을 적용하였다. 책 속에서 주인공 어기의 가족을 우주에 비유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내용을 아이들의 삶으로 가져와 ‘우리 가족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라는 활동을 해보았다. ‘가족화 그리기’처럼 한 장면의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도 적어보도록 했다.

이렇게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을 할 때에는 미술 수업과 비주얼씽킹 수업의 목적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아이들은 동물같이 그리기 힘든 것에서 머뭇거린다. 미술 시간이라면 사진을 보여주며 외곽선을 먼저 따라 그려보게 하지만 비주얼씽킹 수업에서는 자신이 상상한 이미지의 특징을 나타내보게 한다.

왜 그 동물이어야 하는지, 그렇다면 그 특징을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식의 질문을 던진다.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조금씩 있는 것 같다. 그건 사실 ‘잘 그려야 한다.’, ‘실제와 똑같이 그려야 한다.’에 대한 부담감인 경우가 많다.

실제와 똑같지 않아도, 알아볼 수밖에 없는 그림들을 그림을 못 그리는 선생님이 보여주면 아이들은 차츰 어떻게 표현하는지 방법에 익숙해져 간다.

그래서 시각화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울음소리를 써주거나 이름표를 달아줘도 된다고 한다.

마치 그리스 신화의 신들 옆에는 상징물을 꼭 그리듯이, 그 이미지를 알아볼 수밖에 없게 해주라고 말한다.

글로만 쭉 되어있는 결과물을 아이들끼리 바꿔 읽어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대충 읽고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시각화하여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고 그 결과물을 칠판에 뚝 붙여두면, 한눈에 여러 친구의 생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요즘 아이들은 카드뉴스 정도의 짧은 글과 그림에 집중도가 훨씬 좋다. 그리고 그냥 친구들의 입만 보고 발표를 들을 때는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친구 그림을 보며 먼저 ‘왜 저렇게 그렸을까?’라는 호기심과 ‘표현이 재미있는데’라는 흥미 덕분에 좀 더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다.

온 작품 읽기 수업에 비주얼씽킹을 더하면서 학생들의 생각으로 풍부해지는 수업이 되었다.

생각을 시각화하는 과정을 이용해서 ‘몰라요’를 외치는 아이들에게 생각을 시작하는 지점을 알려주고 어떻게 생각을 넓혀가는 것인지 방법을 알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조금 더 쉽게 보고 공유할 수 있었다.

‘그림 그리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문자언어가 아닌 조금 더 직관적인 시각언어를 활용하여 ‘씽킹, 생각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이들의 재미있는 생각에 교사도 즐거운 수업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