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하나도 재미없어. 다시는 안 할래” “너무 재미있어. 다음에 또 하고 싶어. 너도 해봐”

교육 현장에서 이 두 마디 표현에는 극과 극의 상황으로 뚜렷하게 비교가 된다. 

그만큼 학교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재미(Fun)는 무언가 활동 내지 배움의 촉진제로 연쇄적으로 작용하는 원동력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도 일상에서 무언가에 재미를 붙이면 반복해서 몰입하게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이를 기꺼이 권유하기도 한다. 이것이 인지상정이다. 

우리말에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하듯이 어떤 활동이든 이왕에 재미가 있으면 그 효과는 훨씬 크다. 그래서 일찍이 동양의 고전 논어에선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 했다. 이로써 단지 아는(知) 것은 좋아(好)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樂) 것만 못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즐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재미있게 무언가에 몰입하여 행함으로써 자신이 의도한 바를 달성하고 그로써 즐거워함을 의미한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을 보라. 자신들이 하는 일에 재미를 느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밥 먹는 것도 잊고 어른으로부터 혼나지 않는가. 그래도 얼굴 표정과 마음은 마냥 평화로울 수가 없다. 이것이 재미의 본질이다. 

그럼 결과는? 몰입, 즐거움, 성취의 일석삼조가 수반된다. 따라서 철학자 니체는 일찍이 인간의 정신발달 3단계에서 1단계는 무조건 남의 지시에 따라 수용하는 낙타 단계, 2단계는 용기 있게 저항하여 자신만의 독자 힘으로 풀어나가는 사자 단계, 그리고 3단계는 하는 일에 재미있게 몰입하여 즐거움을 느끼고 성취감을 얻는 어린이 단계임을 주장하였다. 

그중에서 마지막 3단계를 최고의 정신발달 상태라 진술했다. 또한 생텍쥐베리는 ‘어린이는 어른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본교에서는 2020학년도 1인 1인성교육의 실천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인성교육 중점학교 2년 차를 운영하는 것으로 일찍이 64년 전통의 ‘무감독 시험 제도’를 인성교육의 원점인 뿌리로 삼아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작년에는 ‘양심 무인 판매‘ 행사(무인 바자회를 업그레이드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실행하였으며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새롭게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양심 체험기 쓰기“ 와 ’양심 말하기 대회‘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양심 라디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학생들의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양심 룰렛‘이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중요한 점은 이를 실천하는 주체가 바로 학생들의 ’양심지원단‘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모든 것이 기획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학생들 스스로 창안하여 실시한다는 것이다. 모든 행사엔 학생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어 가급적 학생들의 취향에 적합한 행사로 진행하여 재미를 통한 지적, 인성적 성장이란 목표 아래 많은 참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미 위에 소개한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의 많은 호응을 얻어 이로써 본교가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목표이자 학생상(學生像)인 '양심 제고인’을 육성하는 데 충실하게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이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설문 조사를 통한 행사 후의 자체 평가에 의한 것으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해(年)를 이어 지속적으로 실행하고자 하는 교육공동체의 의지와 희망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br>
(사진=전재학 교감)

지난 24일 오후에 비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2학년 양심지원단 학생들의 주도하에 <웃터골 ‘양심 룰렛’>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학생들의 출입이 잦은 실내에서 학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가운데 성황리에 행사를 마침으로써 이 행사가 의도하는 소기의 성과를 얻는데 100% 교육목표를 이루었음을 자랑스럽게 밝힐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이다. 

여기엔 양심이란 인성교육의 프레임을 재미를 중점으로 활용하여 실시한 교육활동이기에 더욱 큰 성공의 요인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날 행사를 위해 많은 학생과 부장교사, 담임교사, 비담임 교사, 그리고 교감과 교장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 속에 그야말로 즐겁게 끝난 행사였기에 여기에 간단하게나마 지면을 이용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그럼 ‘양심 룰렛’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운영 방법을 소개해 본다.

먼저 1. 학급에서 양심지원단으로부터 받은 초대 티켓을 행사 진행자에게 보여 준다. 2. 룰렛판을 돌리고 주사위를 던진다. 3. 자신의 주사위가 3가지 색깔(노랑, 주황, 녹색)의 어느 위치에 멈추었는지 확인한다.

4. ‘양심 룰렛’판으로 가서 해당 색깔의 위치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번호를 선택한다. 5. 그 번호에서 요구하는 게임을 행하거나 퀴즈를 풀든지 또는 양심에 관해 널리 알려진 명언의 빈칸을 완성한다. 6. 미션을 원만하게 수행하면 진행자로부터 소정의 상품을 받는다. 

여기서 먼저 노랑 색깔에 해당하는 미션을 살펴보자. 

1. 양심지원단의 탕수육 게임 2. 물구나무 15초 버티기 3. 양심지원단 유성조와 두근두근 팔씨름 4. 동전 두 번 던져 같은 면 나오게 하기 5. 물통 세우기 6. 양심지원단과의 눈싸움 7. 고양이 흉내 내기 8. 참참참 세 번 이기기 9. 절대 음감 게임 등 주로 재미 위주로 짜여있어 즐겁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청소년 취향의 놀이와 접목되어 있다. 

(사진=전재학 교감)

두 번째 주황색에 해당하는 퀴즈는 미리 알 수 없도록 종이 테이프를 붙혀 놓았다. 해당되는 내용으로는 2학년 학생들의 즐거운 학교 생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학교생활 관련 내용 위주로 퀴즈 형식을 빌어 9개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다소 황당하지만 ‘우리 학교 교감(교장) 선생님 성함은?’ 이나 ‘현재 2학년은 우리학교 몇 회 졸업생인가요?’등의 내용으로 짜여있다. 나머지 사항은 미처 확인하지 못해 다소 아쉽게 생각한다. 

다음으로 녹색에 해당하는 색깔은 명언에 해당하는 문장에서 핵심부분을 빈칸으로 제시하여 완성시키는 것이다. 

1.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______인 양심이 있다. 2. 양심은 _______(이)가 계속되는 것과 같다. 3. 당신의 의지의 주인이 되라. 그리고 당신은 양심의 _____(이)기 되라. 4. _____(은)는 밖으로 나타난 양심이요, 양심은 내부에 깃든 _____(이)다. 5. 양심은 어떤 ____의 힘보다 강하고 현명하다. 6. 양심 없는 용기는 ______(이)다. 7. 두려움은 양심이 만들어 낸 _____이다. 8. 훈련된 양심은 사람의 가장 좋은 _______(이)다. 

이처럼 녹색 부분은 다소 어렵지만 한순간 생각을 집중하면서 양심에 대해 숙고하는 기회가 되도록 짜여 있다. 이 모두가 2학년 10명의 양심지원단 소속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집단지성이 모여 이루어낸 것이기에 순수한 학생 중심의 활동에 그 진정한 의미를 두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재미없으면 외면하는 풍조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유머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서 그 탈출구로 유머를 찾는 것일까, 아니면 삶의 여유가 생겨서일까. 아무튼 유쾌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감각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 인기가 많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만 해도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과 풍자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지 않았던가.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격리, 봉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때에는 사이다 같은 유머와 재치가 필요하다. 

예컨대,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냉혹한 시기에도 확진자보다 살이 ‘확 찐 자’ 되는 게 더 무섭다는 풍자 말이다. 재미있는 사람! 여기에도 교육의 힘은 크다. 

미래 교육은 상상력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한다. 창의적 인재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인간은 놀이, 재미, 즐거움을 추구할 때, 저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을 할 때,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활짝 편다. 엄숙하고 재미없는 일은 아무리 해도 상상력이 자라지 않는다. 유쾌하고 여유 있을 때 상상력이 제대로 발휘된다. 

3M이나 구글 같은 선진기업에서는 하루 일정 시간(10~15%) 이상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쓰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게임기를 주면서까지 놀라고 한다. 왜냐면 그렇게 해야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안정환은 TV 연예프로그램에서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에 다시 오르려면 어릴 적부터 축구를 재미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연한 애국심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우리도 학교는 성공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곳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청소년기에 실패가 많을수록 나중에 크게 성공할 확률도 높고 재기의 기회도 상승한다.

그래서 선진기업에서는 신입 사원 면접 시에 실패한 경험을 묻기도 한다. 또 재직 중에는 실패보고서를 제출하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성장 추구는 학교 교육의 주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려서 너무 일찍부터 성공을 도모하기 위해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고통을 감수하기보다 즐겁게 날로 성장하는 것을 모색하는 학창시절! 이는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즐기면서 자발적이고 의도적으로 학습을 해나가는 데서 시작한다.

재미와 성장 그리고 인성계발! 이는 우리의 학교 교육이 인성교육과 병행하여 추구해야 할 중심축이다. 그래서 본교에서 실시하는 인성교육과 관련하여 재미와 성장을 목표로 실시하는 양심 교육은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