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 진화한 프랑스 'Stage Musicale'..."음악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 등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에듀인뉴스] 이전의 글에서, ' Audition'의 두 가지 뜻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오늘도 한 가지 단어를 소개하려고 한다.

Stage, 영어로는 '발달 진행상의 단계'를 의미하는 이 단어를 프랑스에서는 '연수' 또는 '인턴십'의 의미로 사용한다. 프랑스 교육 과정에서 중학교 이후부터는 일정 기간의 Stage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다.

그런데 음악에서도 이 'Stage'를 조금 다르게 사용한다. 한국말로 맞춰보자면 '음악 연수',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는 '음악 캠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한미소)
(사진=한미소)

여름 바캉스가 긴 프랑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의 기간 동안 'Stage Musicale(스타쥬 뮤지칼)'이라는 일정 기간 동안 음악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국가에서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다.

Stage의 규모에 따른 차이가 있는 반면, 프랑스 내 유명 연주자들이나 음악원 교수들, 또는 유럽 내 다른 나라의 연주자들을 초빙해서 참여한 학생들에게 수업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는, 대도시 및 지방 곳곳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Stage musicale이 열리는데, 이는 일종의 지역 행사와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지역을 방문하고 되고- 실제로 학생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 모두 바캉스처럼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로 인한 여러 축제가 개최되기도 하고, 커다란 시장(Grand Marché) 가 열리기도 한다.

간이 놀이동산도 설치돼 놀이기구를 타며 마음껏 놀 수도 있다.

또 Stage musicale은 여러 국적의 많은 학생들, 또 어린 나이부터 대학생들까지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고, 전공자, 비전공자 관계없이 동일하게 수압을 제공한다.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짧은 시간동안 음악에 좀 더 집중하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비전공자들은 좋은 음악 교육 기회와 경험을 제공받으며 바킹스를 보낼 수 있다.

나의 첫 Stage musicale은 2017년 여름이었다. 당시 반주자를 급하게 찾던 한 단체가 있었는데, 내가 다니고 있던 학교의 한 교수가 나를 소개해 주었고 나는 학생이 아닌 반주자로서 그 Stage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늘 지내오던 파리와 그 인근 지역을 벗어나 알자스(Alsace - 프랑스 동쪽지역, 독일 남서부 국경과 스위스 북쪽 국경과 인접하다)는 내게 전혀 다른 분위기와 공기를 주었고, 근처의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나 콜마르(Colmar) 와 같은 아름다운 도시들을 여행할 기회도 생겼으며,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와인들을 맛보는 기회도 제공받을 수 있었다.

물론 마냥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의 바캉스 보내는 방법에 적응 중이라고 할까.

한국의 음악 캠프에서도 그러하듯이, 보통은 본인의 교수를 따라 캠프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고, 아니면 Stage 에서 개설한 홈페이지를 통해 수업받고 싶은 교수에게 등록할 수 있다.

참석하는 시즌 동안 (평균 한 시즌은 10일 정도) 수업을 받고, 시즌이 끝날 무렵 그 동안 수업을 받은 곡들을 음악회에서 연주한다.

또 시즌 동안 Stage 에서 수업하는 교수들 혹은 별도로 초빙한 연주자들의 음악회를 열어 수준 높은 음악을 감상하고, 또 좋은 곳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는다.

많은 한국인도 프랑스의 Stage musicale에 참여한다.(사진=한미소)
많은 한국인도 프랑스의 Stage musicale에 참여한다.(사진=한미소)

많은 한국 학생들이 여름 방학을 이용해 유럽의 여름 Stage에 참여한다. 내가 일하는 Stage 에도 꾸준히 한국 학생들이 오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들까지, 대부분은 음악을 전공하고 있고 계속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오다 보니 비전공자들이 캠프에 침석하는 것을 보며 놀랄 때가 있다.

또 중·고등학생들은 아무래도 진학 문제에 좀 더 집중되어 있는 편인데, 대학생들은 유학이나 이후 진로 문제 등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고, 내가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일이 더러 생겼다.

나의 유럽 생활이 긴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보다 조금 더 일찍 경험했던 삶을 들려주고, 그들에게 용기와 앞으로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나는 Stage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역할을 더 발견한 셈이다.

음악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임을, 이 유럽에서 더 많이 느낀다.

요즘 클래식 강국으로 위상을 떨치는 우리 나라에서도 클래식은 여전히 어렵고 지루한 음악이다. 사실 유럽의 젊은 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대중 문화, 대중 음악에 더욱 관심이 많고 클래식은 그들 사이에서도 재미없고 어려운 음악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유럽은, 자신들의 유산을 기억하고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앞에서 소개했던 음악 교육의 일부분들이 그렇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음악 축제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 그렇다.

그들에게 '음악은 모두가 즐길 권리가 있다'라는 대전제가 항상 존재하는 것 같다.

동양인인 내가, 아직 인종차별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 유럽 땅에서 그래도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예술 그리고 음악 속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대한 음악가 모차르트(W. A. Mozart) 는 이렇게 말했다.

"Music begins where the possibilities of language end(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된다)."

음악은 우리에게 차별을 주지 않는다.

#'프랑스로 읽은 오늘 기획 연재를 마감합니다. 지금까지 '프랑스 유학생들과 함께 한 '프랑스로 읽은 오늘'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프랑스의 필자 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미소 프랑스 유학생.
한미소 프랑스 유학생.

 


한미소. Conservatoire à Rayonnement Regional de Rueil-Malmaison, Conservatoire à Rayonnement departemental de Bourg-la-reine 반주자. 경북대학교 피아노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전문사 오페라과 코치 전공 졸업 후, 오페라 코치 및 전문 반주자로 활동하던 중 프랑스 유학을 결심, CRR Rueil-Malmaison에서 L'Accompagnement au Piano를 전공, DEM(Diplôme d'Etudes Musicales) 과정과 Perfectionnement 과정을 만장일치 수석으로 졸업했다.

"덴마크의 위대한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말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아니하는 곳에서 통하는 것이 음악이다.'

한국에 있을 때 여러 나라 연주자들을 만났고, 그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 가운데 음악으로 대화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렇듯 음악은 국가와 환경, 인종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아름다운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가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만큼, 음악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열정 또한 가득합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경험한 음악, 그들이 삶속에 녹아들어 있는 음악 교육, 그리고 삶의 연주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