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공동대표/ 한국교사학회장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공동대표/ 한국교사학회장

[에듀인뉴스] 길어지는 온라인수업과 등교수업의 여파로 학생들은 점점 책과 멀어지고 있다. 도서관은 개관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도서관도 개점 휴업상태로 움직이고 있다.

학생들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위주의 교육 등으로 지식의 보고인 책을 멀리하고 있어서 독서장려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독서를 방해하는 요인은 입시위주의 교육정책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키워야 하며, 그런 힘을 기르는 데에는 독서가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진행되다보니 수능시험과의 70% 연계율 유지로 고교생들은 오로지 EBS의 수능 교재 및 강의에 몰두해야 한다.

대입 수능시험에서 중요시되는 교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과목에 몰두하도록 가르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사용되는 교과서와 EBS 교재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와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책 읽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Z세대로 호칭되는 지금의 학생들은 활자로 인쇄된 종이책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폰의 영상에 노출이 되어 있으며, 영상으로 제작된 콘텐츠의 적응력이 높다.

급격하게 떨어진 독서율

코로나19 이전에는 지자체의 도서관, 학교의 도서관에서 학생들은 쉽게 책을 빌리거나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올 초부터 불어 닥친 팬데믹 사태로 인해 도서관은 장기간 동안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됐다.

학교는 순차등교로 교과와 연계된 도서관 활용 수업은 진행이 되기 어려운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

그나마, 8월 들어 일부 도서관이 개관하거나 개관을 준비 중이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지만, 학생들의 책읽기 저조한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독서교육이 이뤄져야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에 꽂힌 책 몇 권만 뽑아 봐도 한 번도 읽지 않은 책이 예상 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도서관에 책정된 예산으로 도서를 구입해서 꽂아 놓아도 책을 빼놓는 학생들이 없거나 적다는 것을 반증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책들이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다. 차라리 학생들이 원하는 도서를 정하게 하고 구입해 주거나 책 구입 문화 바우처 제도를 정착하는 것이 낫겠다.

학생들이 책을 찾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독서교육이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

책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우선

학생들이나 어른들의 마음속에 독서는 국어, 문학, 독서 등의 특정한 교과에서만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특정한 독서교육 프로그램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독서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독서교육이 잘 이뤄지려면 실질적인 독서지도 역량과 의지를 지닌 교사, 이를 도와주는 부모, 독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독서교육은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자전거 수리 법을 먼저 가르치는 것과 같다.

어떤 책이 도움이 되는지 교사가 직접 읽고 학생들에게 경험을 공유하는 등 책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가령,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세우는 법, 자전거 여행지 안내, 스스로 가고픈 장소를 찾아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법의 순으로 말이다.

“책을 읽었으니 써 보자, 써 봤으니 토론하자” 식의 교육은 제대로 된 독서교육이 아니다.

도서관의 접근성 강화, 독서 습관 개선이 필요

신축된 지 오래된 학교 건물 속의 도서관은 학생들이 배우는 교실 공간에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 10분,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 등을 활용하여 책을 읽거나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관의 위치는 학생들이 책과 멀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책을 읽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책속의 핵심에 대한 파악능력이 결여된 것을 발견하곤 한다.

학생들이 진득하게 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자신의 삶과 앎을 연결시키는 활동이 필요하지만, 수학 겉핥기식으로 책을 읽는 잘못된 습관으로 심도 있게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교과와 연계된 ‘한 학기 한 권 읽기’, ‘온 책 읽기’

입시위주 교육현실로 학생들의 책에 대한 관심은 초·중·고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최근,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행사 등은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1회성 이벤트에 그치다보니, 효과적인 측면에서 떨어진다.

교과와 연계된 ‘한 학기 한 권 읽기’, ‘온 책 읽기’ 등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교과목 진도 맞추기와 행정업무에 부담을 느끼는 일선 교사들의 교육환경개선과 이에 따른 독서교육 역량 강화, 학부모, 교사 등 조력자들의 인식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

Z세대는 종이보다 스마트폰 화면 속의 콘텐츠에 익숙하다. 어른들이 아무리 책읽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소용없다. 학생들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입시위주 교육에 매몰된 상황 속에서 책읽기는 참으로 힘든 교육인 셈이다.

그렇다고, 정부와 교육당국의 교육정책 탓만 할 수는 없다. 학생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책 속에서 자신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는 독서장려 정책, 사회적 분위기 개선이 요구된다.

이제, 가정에서 부모부터 자주 책을 가까이 해보자. 그러면, 자녀도 책을 가까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