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선 M세대 신임교수..."교수자 온기 학생에게 전해지길"

김선미 동강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교수학습개발원장
김선미 동강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교수학습개발원장

[에듀인뉴스] “여러분은 21세기를 이끌어갈 주역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초등학교 미술 시간, 선생님의 질문과 함께 그렸던 상상화는 밀레니엄 시대를 넘어서면서 더욱 발전해가는 인터넷과 빠르게 확장하는 모바일 네트워크 속에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원까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냈지만,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만큼 학교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 학교는 변한 듯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은 듯 변하고 있다.

필자는 2019년에 임용된, 올해로 2년차 햇병아리 교수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대학은 이 지상에 존재할 수 있는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영국의 시인 존 메이스필드의 글을 방문 앞에 붙여놓고, 캠퍼스에서 강의하는 모습을 꿈꾸며 공부했다.

대학에 임용된 선배들을 보면서 간절히 원하던 그 길에 섰다. 대학은 젊음의 에너지와 낭만이 넘치고 캠퍼스의 학생들은 자신의 황금기를 발산하고 있었으며, 필자는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 젊은이들과 최선을 다해 상호작용했다.

교수의 업무는 연구나 수업 외에도 많았다.

첫해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배우느라 많은 것이 서툴렀고, 입시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겨울방학을 보내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해가 바뀌면 학교생활의 흐름을 조금은 알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우스울 정도로 배울 것들은 많았다.

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2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증가하던 코로나 확진자 추이는 심상치 않았다. 교육부는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020학년도 신학기 학사운영 방안을 내놓고, 단체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라고 안내했다.

많은 대학이 개학을 연기했다. 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개강을 더 연기하지 않고, 집합 수업 대신 원격수업 등 방법을 제안했다.

더불어 수업의 방식은 학교 재량에 따라 구성원 협의를 거쳐 자율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학생들의 활기찬 에너지 대신 학교는 정적이 흘렀다.

필자는 다시 신규 임용된 교수와 다를 바 없는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한두 주로 연기되며 마무리될 것 같았던 개학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며,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교수님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계셨다.

실습 병행 교과는 과제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다 대면수업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지만, 필자의 담당 교과목은 이론 교과라 비대면 수업으로 계획을 다시 잡았다.

영상자료 소비자에서 영상자료 생산자로 거듭나기 위해 2주 동안 참 많은 자료와 책을 뒤졌다.

당시 언론에서도 대학의 원격수업과 새로운 수업 진행방법에 대한 내용들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교육현장에 계신 분들이 아니더라도 EBS 온라인 클래스, e학습터, 클래스팅, 구글 클래스룸 등의 LMS(학습관리시스템)부터 이러닝, 플립러닝, 블렌디드 러닝 등의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앞으로 변화될 학교의 모습을 그리고 계셨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변해야만 했고 변하고 있었다.

1학기 수업 방향을 고민하며, 지도학생들의 요구를 들었고 원격수업과 관련하여 많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자문이나 참고자료를 통해 배운 소프트웨어나 앱들을 활용하며 4과목 수업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임용 첫해를 보내며 앞으로 수업 준비하는데 자료를 새로 만들지 않고 내용을 조금만 더 추가하면 되겠구나 했던 생각은 코로나로 인해 산산히 부서졌다.

김선미 동강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선미 교수)
김선미 동강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선미 교수)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이나 교육원의 관련 강의들을 보고, 이러닝 수업 설계 자료를 참고하여 1차시 수업의 틀을 잡았다.

학생들과의 대면수업과는 달리 내 수업을 제3자도 볼 수 있고, 누군가는 저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기존 수업과는 달리 준비과정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다.

수업 설계 과정, 수업 내용 전개 방법, 요약·정리, 평가 방법 등도 고민이었지만 기존에는 의식한 적 없었던 얼굴도 공개해야 하는가, 간간이 섞여 나오는 내 사투리 억양은 어떡하나, 갑자기 말이 끊기면 재촬영해야 하나, 촬영 중 누가 들어오면 안 되니 문을 잠가야 하나 같은 평소에는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들까지 떠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첫 촬영을 끝내고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연구실 의자에 멍하니 앉아,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교수에게 교육과 연구 중 우선순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빠졌다.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은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된다"며 코로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 코로나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신임교수가 한 학기 동안 참 안간힘을 쓰며 영상자료를 제작하게 만들었고, 처음으로 실시간 화상수업을 진행하게 했다.

나아가 학교의 학습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하게 했으며, 많은 교수자에게 새로운 방식의 수업방법을 고민하도록 했다.

대한민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가발전 전략으로 그린 뉴딜과 함께 디지털 뉴딜을 제시하며, 안전망 확충과 사람 투자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코로나로 인해 초중등교육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에서도 빈부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원격수업을 듣기 위해 디지털 기기 및 원격수업이 가능한 환경 속에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교수자도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촬영할 수 있지만, LMS 구축도 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다 수업 촬영을 포기할 수도 있다.

사실 지역 소규모 학교들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학생들, 십수 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이미 노후화된 교육환경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에서 학생이 받는 교육의 질이 수능성적 순은 아니어야 하고, 교수자가 교육하는 환경과 그에 대한 지원이 암묵적으로 정해진 대학의 순위는 아니기를 바란다.

지난 달, 하계 계절학기가 끝나는 시점에 교수법 사례 연수를 신청했다.

수업 촬영과 화상수업을 병행하면서 진행된 1학기 수업의 방향성에 의문이 들었고, 2학기 수업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답답했기 때문이다.

교수법 관련 연수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대학의 새로운 미래와 함께 지금 나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가졌다.

2학기는 나만 열심히 준비한 수업, 내가 돋보이는 수업, 있어 보이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속도와 감정을 체크하며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하는 수업을 만들고 싶다.

수업내용에 집중된 신임교수의 욕심은 덜어내고, 교수자의 온기가 학생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2학기 수업을 설계하려고 한다. 위기 속 성찰의 기회가 더 큰 도약을 만든다. 어렸을 적 꿈꾸며 상상했던 학교, 그 학교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과 연구를 하고 싶다.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금의 학생들이 꿈꾸는 학교를 위해 행동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