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누구에게나 점심시간이나 오후 무렵에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과 음악에 귀가 쫑긋하고 즐거운 순간을 보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동을 주는 사연이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이런 경우 오랜 기간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고 매우 행복한 경험으로 간직될 것이다. 

지금은 TV나 인터넷 동영상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아 일상의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매력 있는 매체가 된 지 오래되었다. 반면에 라디오는 예전의 인기가 퇴색하고 특정한 순간, 예컨대 운전 중이거나 대중교통(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시에 우연히 청취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중고등학교의 방송부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라디오의 추억을 재생시켜주고 재미와 웃음을 선물하는 유익한 단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도 필자의 학교에서는 특별한 방송 시간을 가졌다. 거기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사연까지 소개되어 학교 현장에서 듣는 라디오 방송이 더욱 새롭게 다가왔다. 지난주에 이어 제2편으로 ‘양심라디오’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대는 흘렀어도 학교마다 방송부의 활동은 여전하다. 본교에서는 2020학년도 1교 1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양심제고]라는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실시한 1학년의 ‘양심 체험기 쓰기’와 ‘양심 말하기 대회’ ‘내가 만든 양심 명언’에 이어 이번에는 3학년의 ‘양심라디오’를 2차로 운영하게 되었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시간이다. 이는 64년 역사의 ‘무감독 시험 제도’라는 뿌리에서 연유한 것으로 최근에는 인성교육 중점 학교를 운영하면서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창안하여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재미와 성장이란 교육적 목표를 혼합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이러한 행사는 본교에서 조직한 학년별 10인 이내의 총 30여명으로 구성된 양심지원단이 주체가 되어 실시하고 있다. 

오늘은 7월의 마지막 날에 채택된 2편의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연마다 충분히 양심에 얽힌 의미 있는 이야기로 이는 학생들의 양심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화되고 표출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인성교육의 증거라 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지난주에 이어 오늘 7월의 마지막 날, 31일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양심지원단의 라디오 방송, 양심라디오입니다. 저희 라디오는 친구들의 양심 사연들을 들어보고 있는데요, 금년이 첫 시행이다 보니까 많은 사연들이 모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양심 사연들을 보내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사연을 보낸다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한 데 이렇게 선뜻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하며 오늘의 양심라디오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볼까요?

오늘의 첫 번째 사연이자 지난 주에 이어 익명 사연이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제물포고등학교 다니는 3학년 학생입니다. 제가 한참 중학교를 다닐 때였어요. 그날따라 비도 오고 날씨도 매우 안 좋았죠. 저는 학교를 지각하지 않으려고 학교를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호등을 건너려는 순간 폐지를 주우시는 할아버지께서 횡단보도를 건너시다 그만 폐지를 횡단보도에다 쏟아버리셨습니다. 

그 폐지들이 양도 많은 데다 비까지 와서 그런지 매우 지저분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순간 고민을 했죠. 할아버지를 도와드리면 지각을 할 것 같은데 못 본 척 지나갈까 아니면 도와드릴까. 그때 제 몸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신호를 어기고 지나가려고 하는 차를 막아서고 할아버지와 함께 쏟아진 폐지를 줍고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너시도록 도와 드렸습니다. 

저는 기분이 매우 좋고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엔 지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학교에 오다가 마주친 할아버지를 도와드리다가 지각을 했다고 하니 선생님은 당연히 안 믿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것보다 할아버지를 도와드려서 할아버지께서 무사히 가셨다는 사실이 더 뿌듯하고 마음에 남았습니다. 앞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 사연은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하는 사연인데, 이번 사연 속 친구는 굉장히 멋있는 친구인 것 같아요. 자신이 학교에 지각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를 도와 드렸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 선뜻 나서서 도와 드렸다는 게 굉장히 우리가 본받을 만한 점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만약 학교등교 시간이 아닌 자신이 꼭 시간에 맞춰가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었다면 그땐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까요? 그럴 땐 꼭 자신이 직접 도와드리기보단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심한 경우라면 경찰에게 연락을 해서 도와드리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이 사연을 보내준 친구에게도 저희가 소정의 상품을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사연이네요. 

안녕하세요. 제물포고 3학년 학생입니다. 익명으로 부탁드려요. 때는 제가 학원에 간 어느 날 이었어요. 수업을 마치고 나와 보니 비가 엄청 많이 쏟아 내리고 있었죠. 우산이 없던 저는  매우 곤란해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우산꽂이에 친구들이 다 가져가고 남은 한 우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전 아무 생각 없이 그 우산을 가져가 쓰고 집에 갔습니다. 그런 후 다음 날, 알고 보니 그 우산은 다른 친구의 것이었습니다. 

친구가 학원 안에 있었는데 화장실에 있어서 발견하지 못했던 거였습니다. 그 친구는 우산을 가져간 사람을 찾고 있었고 저는 그게 저라고 선뜻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가 알게 되면 화를 낼까 두려워서였죠. 왜냐면 당시 비가 심하게 많이 오고 있었는데 저 때문에 우산을 못 쓰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화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있고 1주가 지났지만 그 우산은 아직도 제 집에 있습니다. 저와 이 우산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 친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할지 저희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네요.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럴 때는 사과를 하는 게 먼저죠. 제가 이 친구의 상황이라면 가져갔던 우산을 돌려주며 사과를 할 겁니다. 그 후에 우산의 주인인 친구가 화를 낸다면 그건 어쩔 수 없을 거 같아요. 왜냐면 이 친구가 남의 우산을 가져간 것이고 그 때문에 그 친구는 피해를 봤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친구가 화내는 게 두렵다고 이 문제를 회피하면 안 돼요. 

자신이 했던 그릇된 선택을 마주하고 제대로 해결하려고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이후엔 자신의 양심을 져버린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사연 속 친구는 하루라도 빨리 그 친구에게 사과하며 우산을 돌려주세요. 아마 진심으로 사과하며 다가간다면 그 친구도 용서해 줄 수도 있으니까요. 사연이 채택된 이 친구에게도 저희가 상품을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학생들의 순수한 사연을 듣고서 정말 인간은 쉽게 판단하지 못할 존재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필자는 이처럼 우리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만족스럽다. 모든 행동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래서 섣부른 판단으로 그 사람의 인성을 심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처음부터 바른길을 걷는 양심적인 학생도 있지만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성찰함으로써 오히려 뒤늦게 깨달음을 얻어 확실한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경우,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양심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인지하는 그 자체다. 안타깝게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어른이 많은 우리 사회, 그들은 학창 시절에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단지 많은 지식을 암기하고 문제를 잘 풀어 좋은 대학을 나와서 출세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기보다 약한 자 위에 군림하려 들고 획득한 지식을 이용해 사법농단 같은 행태를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래도 본교 학생들은 64년을 한 결 같이 외친다.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 보다 명예롭다." 

이와 더불어 금년에 본교에서 실시한 양심 관련 행사 –양심 체험기 쓰기, 양심 말하기 대회, 양심 룰렛, 양심 명언 짓기, 양심 라디오-는 대한민국의 인성교육을 선도하는 작은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다. 

끝으로 "행복한 학교는 이유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학교는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는 말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다시금 비유해 본다. 앞으로도 본교가 양심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인성교육에 더욱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 성공하는 학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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