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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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수능 응시자 중 확진자는 병원이나 생활치료하는 장소에서 보게 된다. 감독은 저희 교육당국에서 나가 방호복 입고 할 예정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4일 ‘2021학년도 대입 관리 방향’ 브리핑에서 “수능을 치르는 자 중에서 확진자의 경우 교육당국이 방호복을 입고 병원이나 생활치료하는 장소에서 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가 말한 감독자인 교육당국은 교사가 될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 A 고교 교사 역시 “교사가 방호복을 입고 감독하라는 것 아니냐”며 걱정스런 한숨을 내뱉었다.

또 시험실 수용인원을 28명에서 24명으로 낮춰 시험실도, 감독자도 17%가 늘어날 전망이다. 어느 교사가 시험실에서 또는 생활치료 장소나 병원에서 감독을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감독을 해야 하는 당사자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그 무엇보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생명권, 즉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지키고자 하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교사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잠재울 방안을 갖고 있을까.

마침 눈에 보이는 것은 지난 3년간 교사들이 요구한 수능 감독관 의자 제공이다.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4시32분까지 진행된다. 여기에 5교시를 시행하는 학교는 40분이 더 늘어나 오후 5시40분이 되어야 막을 내린다.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된 교사들은 1교시는 30분 전에, 나머지는 10분전까지 시험지 및 준비물들을 들고 입실을 완료해야 한다. 시험이 끝나면 모든 수험생의 답안지와 시험지를 수거해 개수를 확인하고 퇴실해야 한다. 앞뒤로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이다.

감독관은 실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은 꼬박 초집중 상태로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그간 개선을 요청해왔다.

2018년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설문조사 결과를, 2019년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서한문을, 2020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민원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감독 소홀 및 민원 발생 등을 이유로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올해도 입장을 고수할까. 예상하면 올해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교육부 입장을 바꾸도록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대로 코로나19로 방호복을 입고 감염자 옆에서 감독해야 하는 상황과 시험실 응시인원 축소로 17%에 달하는 감독관의 증원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교육부는 최근 시도교육청에 감독관 의자 배치에 대해 공식 의견을 요청했고, 이미 30억원 가량이 들 것이라는 예산 추계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늘 뒤로 한 가지를 숨겨 놓고 무언가를 발표했다”는 30년차 현직 교사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역시 교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무언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에는 중등 교원 정원을 확 깎고서는 중등 교과 순회교사 정원을 찔끔 늘린 교육부로 볼 때, 수능 감독관 의자와 늘어나는 감독관, 방호복 감독을 딜 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시나리오를 단지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교육부가 장사꾼은 아닐 진데 언제부턴가 교육계도, 정부 기관도 협상에만 능숙해 지고 있는 것 같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교육부가 준비한 deal, 그게 무엇인지 더는 궁금하지도 않아야 하는데... 독이 든 사과가 더 맛있어 보이는 법이다.

지성배 기자.
지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