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최초 도입 전담교사 활동 해보니 "낙인 효과는 우려였을 뿐"
40명으론 부족..."전남은 확대하고 전국에서는 벤치마킹해보세요"

신관희 순천북초 기초학력 전담교사.(사진=신관희 교사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는 교실 수업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거에요. 한글 자모도 모르는 아이들이 수업 시간을 답답해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한글 해득을 통해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요.”

전남교육청이 기초학력 부진 조기 예방을 위해 전국 최초로 올해 도입한 기초학력 전담교사로 활동한 신관희 순천북초 교사의 말에서 우리는 무엇을 캐치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의 평생 동반자인 한글을 체득하지 못한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수업이 흥미로울리 만무하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도입, 초등 정규교사 40명(문해력 전담 34명, 수해력 전담 6명)을 기초학력 전담교사로 배치해 170명 아이들의 개별 지도에 나섰다.


낙인 효과 무섭지만..."그래도 앎의 즐거움을 주는 게 먼저!"


하지만 언제나 난관은 있다. 기초학력 전담교사제 역시 개별화 지도는 가능하지만 풀아웃(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따로 떨어져 수업받는 방식)이 오히려 낙인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우선순위는 교실 수업에서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믿음 하나로 전남교육청은 정책을 밀어 부쳤다.

신관희 교사는 “아이들이 하루빨리 한글을 깨쳐 교실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 게 더 시급한 일이었다”며 “학부모님께 개별화 수업 동의서를 받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낙인 효과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한글반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한 신 교사는 “1학년때 담임이었던 선생님이 의욕이 없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라고 이야기해 준 한 학생은 한글반에 오는 게 제일 좋고 한글 공부가 재밌고 신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쓰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신관희 교사.

일반 수업 방식으로는 한글 체득 안 돼..."연수에서 배운 '읽기 따라잡기' 기법, 효과 좋은데?"


이러한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신 교사는 아이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한 글자씩 끊어 읽는 축자적 읽기 경향이 심각한 아이가 있었어요. 개별화 수업만으론 축자적 읽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어 방과후 읽기 지도를 병행했습니다. 최근 읽기 따라잡기 연수에서 이 아이의 수업 영상을 가지고 사례 나눔을 했는데 다들 축자적 읽기 경향이 심각한 아이였다는 걸 믿지 못할 정도로 책을 유창하게 잘 읽는다고 하셨어요. 개별화 수업이 없었다면 아이가 이만큼 발전하진 못했을 거예요.”

아이가 신나하니 학부모의 만족은 저절로 따라왔다.

신 교사는 낙인 효과를 우려하던 학부모가 전향적으로 지지하니 교육하는 입장에서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고 지난 1학기를 회상했다.

간단한 낱말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에게 일반 한글 체득 수업 방법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교육청도 전담교사들을 위해 ‘읽기 따라잡기’라는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신관희 교사가 가르친 아이는 2학년 4명이다. 간단한 낱말이나 문장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 아이들을 위해 연수를 통해 습득한 ‘읽기 따라잡기’ 기법을 적용해 교육에 나섰다.

“읽기 따라잡기란 아이의 삶과 관련된 실제성에 기반한 읽기를 통한 읽기 교육, 쓰기를 통한 쓰기 교육을 통해 단순히 한글을 읽고 쓰는 한글 해득을 뛰어넘어 아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초기 문해력을 키워주는 수업이에요. 이를 위해 기초학력 전담교사들은 따로 관련 연수를 받아 전문성을 신장시켜요.”

교육청과 교사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전남교육청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운영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에 참여한 학생들의 ‘자모이름대기’, ‘단어읽기’, ‘읽기 유창성’, ‘단어 받아쓰기’ 전 분야에서 크게 성장했다고 밝혔다.(그림 참조)

전남교육청 2020년 상반기 기초학력전담교사제 운영성과 분석 자료.(자료=전남교육청)
전남교육청 2020년 상반기 기초학력전담교사제 운영성과 분석 자료.(자료=전남교육청)

"효과 있습니다!"...기초학력 전담교사제 벤치마킹해가세요


아이들에게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등 제도의 효용성이 입증되었지만 아쉬움은 있다. 아직 전담교사 수가 40명에 불과해 전남 도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이 어려운 것이다.

신관희 교사 역시 “아직 기초학력 전담교사제의 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며 "읽기 부진은 학습 부진으로 연결되므로 기초학력 전담교사의 인원이 충원된다면 1, 2학년 시기에 조기 개입해 예견된 학습 부진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국의 모든 교육감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초학력을 보장하겠다며 교육감 스스로 ‘교육에 대한 책임’을 강조, 기초학력 지원 방안을 앞다퉈 내놨다.

실제 효과를 보고 있는 전남교육청의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들여다보고 벤치마킹하는 것은 어떨까.

“전남교육청의 기초학력 전담교사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서 모든 시도교육청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어요. 교실 수업에서 소외되어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에요.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통해 수많은 아이들의 삶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5년차 교사로, 기초학력 전담교사로 활동한 신관희 교사의 말, 특히 교실 수업에서 소외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는 말에 다른 지역 교육감들도 주목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