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이 글은 대구시교육청이 ‘어쩌다 원격수업! 선생님의 수업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명칭으로 공모한 온라인 개학 이후 실시한 원격수업‧평가 운영 사례 수기 응모작입니다. 

김준우 대구 대륜중 교사<br>
김준우 대구 대륜중 교사

미래와 조우

[에듀인뉴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고, 대처 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처음 가는 길이 낯설고  불편했고, 나 역시 하루빨리 이 상황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원했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이 바이러스는 멈출 줄 몰랐고, 그렇게 손 놓고 마냥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가장 큰 걱정은‘학교수업’이었다. 그동안 진행해온 전통적 방식의 교실 수업이 한 순간 온라인 수업으로 강제 전환된 것이다. 그야말로 먼 미래의 일로 느껴졌던 일들을 준비 없이 순식간에 눈앞에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갤럭시탭을 활용한 첫 수업자료 제작​

현대판 一夜九渡河記 

다양한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온라인 수업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들은 오히려 걱정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연암 박지원의 ‘一夜九渡河記(일야구도하기)’처럼 거친 물소리와 높은 파도의 정보 속에서 긴장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지만 마음만 다급했고, 아침 출근길처럼 아무 옷이나 일단 걸치고 나서야 했다.

다른 선생님은 어떻게 수업하나 궁금한 마음에 유튜브 자료도 검색해 보았다. 화려한 효과가 넘치는 영상에 자꾸 주눅이 들었지만, 단기간에 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했다. 

알량한 자존심에 나에게 맞지 않은 자료들을 쭉 늘어뜨려 수업하긴 싫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필요가 있었다. 

“서툴러도 학생들에게 진심을 전달하자.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 아닌 알맹이다.” 

그렇게 부끄럽고 어색한 온라인 강의의 첫 발을 내딛었다.

유튜브 개인채널
유튜브 개인채널

새로운 도전과 실패, 그리고 배움

첫 수업 영상을 그렇게 만들고 나니, 두 번째 부턴 좀 수월했다. 부끄러움에 남들 눈을 피하여 퇴근 후 방구석에서 늦은 시간까지 촬영하던 것도, 학교 교실에서 한결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나름 결과물도 내 눈에는 꽤 그럴 듯해 보이니 뿌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게 몇 개의 강의를 업로드 하며,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욕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교실수업에서 시도하던 ‘활동수업’을 ‘온라인’에서도 진행해보고 싶었다. 처음엔 못한다고 생각했던 ‘쌍방향 수업’에 대한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3월 초, 집에 아이들이 학원강의를 할 때 썼던 ‘ZOOM’이 생각났다. 유튜브에서 사용법을 찾아보았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몇몇 학교 선생님들과 연습삼아 진행한 회의에서도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당장 학교 아이들에게 사용을 해보고 싶었다. 주말을 이용하여 줌을 이용한 접속방법 및 다운로드 관련한 자료를 탑재하고, 월요일 1교시 담임시간에 학생들을 접속시켜 보았다. 

물론 한 번에 원활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현실은 더욱 가혹했다.

학생들 간에 오디오가 서로 물리고, 접속에 어려움을 겪어서 전화가 오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모습을 노출하기 꺼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환상은 그렇게 무자비하게 깨져버렸다.

교사와 학생들 모두에게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내가 너무 성급했다. 내가 할 수 있으니 학생들도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또 신입생인 학생들과 충분한 래포가 형성되지 않는 상태에서 쌍방향 수업의 진행은 학생들에게도 심리적 부담감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과욕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근자감이 자신감으로 포장되어 자만심으로 변하는 순간을 경험한 소중한 기회였다.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온라인 수업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덧 학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도 어느 정도 안정화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집단 지성의 힘으로 다양한 교수 방법을 모색한 선생님들, 그리고 그에 잘 따라준 학생 및 학부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온라인 수업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온라인 수업에서의 활동중심수업,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의 연결, 평가의 공정성 등 앞으로 협의할 부분이 산적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직업의 순위권에 교사가 있었다. 하지만 조금은 빠른 미래를 접하고 있는 지금은, 교사라는 직업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온라인 수업이 더욱 활발해 지고, AI가 아무리 발달을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모두가 깨닫고 있으니 말이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덮인 들길 걸어갈 제 
不須胡亂行(부수호란행) 함부로 흐트러지게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서산대사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여러 선생님들. 우리의 한걸음 한걸음이 미래의 후손들에게 새로운 길잡이가 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