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이 글은 대구시교육청이 ‘어쩌다 원격수업! 선생님의 수업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명칭으로 공모한 온라인 개학 이후 실시한 원격수업‧평가 운영 사례 수기 응모작입니다.

장병준 대구 영송여고 교사<br>
장병준 대구 영송여고 교사

프롤로그

[에듀인뉴스] 어느 날 학교가 멈췄다.

4년 동안의 남고 생활을 마치고, 교직 생활 처음으로 여고에 입성하게 되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처음이라는 기대와 설렘으로 겨울을 지냈다. 그런데 학교가 멈췄다. 꽃도 피고 아침마다 터지는 알레르기 재채기가 움트기 시작했는데도, 학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마스크만 잘 사고 잘 쓰면 될 줄 알았는데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2020년 4월 4일 토요일]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원격수업을 준비하게 된 건 교사가 유튜버가 될 기회를 맞이한 것이 아닐까 싶다. 수업 영상은 유명한 인터넷 강의를 답습하는 것이 꽤 자연스럽게도 느껴졌지만, 그것은 공교육이 자진해서 사교육으로 흡수당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달라야 한다. 학교 원격수업의 방향은 인터넷 1타 강사의 강의가 아니라, 차라리 유튜버의 그것을 좇아야 했다. 그래서 주말 내내 방에 들어앉아 유튜브를 들여다보았다.

[2020년 4월 8일 수요일] 시청각 효과를 자유자재로 적재적소에 구사할 수 있는 건 원격수업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타이밍에 그림과 사진 효과음 등을 삽입함으로써 학생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수업내용뿐만 아니라 농담까지도 시청각 효과를 동원했다. 점점 나는 유튜버가 되어 가고 있었다. 

소설「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2차시 원격수업 영상
소설「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2차시 원격수업 영상

[2020년 4월 17일 금요일] 나는 작년에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구글 클래스룸’을 접해본 바가 있고 그래도 아직까진 젊은 세대에 속하는지라 원격수업 운영에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어르신 선생님들의 경우는 다르다. 수십 년을 분필과 칠판으로 수업해오신 분들이다. 

선배 교사가 연륜을 바탕으로 한 소중한 경험들로 후배 교사를 이끌어주듯, 후배 교사도 선배 교사에게 새로운 시대의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세대건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만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상대를 무시한다면 세대를 불문하고 ‘꼰대’가 되는 것이다.

자칫 원격수업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선배 교사를 불편해하는 ‘어린 꼰대’들이 적어도 학교에는 없었으면 좋겠다. 애들이 뭘 배우겠나.

[2020년 5월 4일 월요일] 시간이 지나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었다. 동교과 선생님이 만든 원격수업을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역시 젊은 여선생님의 센스와 아이디어를 따라가기는 이미 태생적으로 무리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해 온, PPT 바탕의 녹음 수업을 과감하게 버리고 ‘프레지’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노트북 카메라를 통해 학생들에게 내 얼굴과 자료화면이 동시에 노출되었는데, 혹시나 수업화면이 캡처되어 여기저기를 떠돌 생각을 하니 걱정이 돼, 곰돌이 가면을 쓰기로 했다. 반응은 좋았다. 후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곰돌이가 문학 수업을 하는 장면이 학생들의 SNS에 떠돌아다녔더란다. 

'프레지’를 활용한 원격수업 영상
'프레지’를 활용한 원격수업 영상

에필로그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댓글 반응 중 하나가 흥미로웠는데, 장사가 안되는 이유를 나라 경제를 탓하거나 터가 안 좋다, 심지어는 고객들의 입맛 문제까지 들먹이는 사장님들을 두고 “자기가 잘못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저렇게 남 탓만 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가 있나”라는 글이었다.

그리고 이건 교사들도 역시 함께 고민 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유별난 학생들이 많다.”, “체벌도 금지된 판국에 수업 시간에 떠들고 엎드리는 학생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 “코로나 같은 상황에서 학습이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 이런 말들과 생각들에서 나도 일정 부분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게 당연시된다면 ‘골목식당’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무책임한 가게 사장들과 다를 게 뭔가 싶다.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에,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교사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직면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준비할 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부터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장병준 대구 영송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