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순서 따라 배분된 도로 면적..."왜 인간이 12cm짜리 단에 제지되어야 하는가"
빠른 속도 위주 거리 풍경 단조로워..."12cm 단을 사람에게서 자동차에 넘겨주자"

[에듀인뉴스] 우화(寓話)는 장르적으로 보면 서사적인 것과 교훈적인 것이 절충된 단순 형식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이 가르치는 교훈은 비교적 저차원적인 사리 분별을 위한 것이나 우리 삶에 알아두면 좋은 실용주의적인 것입니다. 같은 형식으로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도시와 환경, 그를 이루는 많은 건물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일상에서 놓치고 살았던 작은 부분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진솔한 물음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도시설계사,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건축학 전공 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Université Grenoble Alpes에서 도시학 석사졸업, 파리고등건축학교 Ecole spéciale d’architecture (그랑제꼴)에서 만장일치 합격과 félicitation으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파리 건축설계회사 AREP Group에서 실무 후 현재 파리 건축사무소 Ateilier Patrick Coda에서 근무 중이며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건물과 도시, 사람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건축가입니다. 우리의 삶의 배경이 되는 건축과 도시의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유용하게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도시설계사,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건축학 전공 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Université Grenoble Alpes에서 도시학 석사졸업, 파리고등건축학교 Ecole spéciale d’architecture (그랑제꼴)에서 만장일치 합격과 félicitation으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파리 건축설계회사 AREP Group에서 실무 후 현재 파리 건축사무소 Ateilier Patrick Coda에서 근무 중이며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건물과 도시, 사람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건축가입니다. 우리의 삶의 배경이 되는 건축과 도시의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유용하게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에듀인뉴스] 세상에서 처음으로 말 위에 올라탄 사람은 누구일까? 그로 인해 우리는 ‘속도’를 얻게 되었고 그 후로 모든 문화에 걸쳐 속도를 중심으로 도시는 발전하여 왔다.

전쟁 또한 그 형태가 바뀌게 되었는데 속도전에 유리하도록 말을 중심으로 짜인 전술과 군량의 이동 등으로 재편성되었다. 식민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도 속도는 정말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엔 당연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형태를 변화시켰다. 빠른 유통이 곧 도시경쟁력이 되었고 도시는 유통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왔다.

유통을 위한 도로는 사회의 간접자본이 되어 중요한 관리대상이 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현대식 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자동차와 사람이 같은 길을 써서 제 속도를 낼 수 없자 자동차가 원활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인도와 차도를 구분 지었고 12cm 위의 길은 인도, 아래는 차도로 오늘 우리가 익히 아는 도로의 형태가 만들어졌다.(솔직히 로마제국 시대의 도로와 별반 차이는 없지만 위, 아래 단차를 두어 인도와 차도를 구분 지은 부분이 다르다.)

도시의 거리는 더 빠른 속도를 위해 디자인되어왔다. 속도를 빨리 낼 수 있는 운송수단에 맞추어 자동차, 대중교통, 자전거, 사람에 순으로 도로의 면적이 배분되었다.

차도엔 자동차와 대중교통 그리고 자전거가, 인도엔 다양한 사람이 지나 다닌다. 높이 12cm로 나누어진 한 도로 위에서. 이번 시간엔 이 12cm로 도시를 논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효율적인 이동의 첫째 조건은 거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침이 없다는 건 이동을 방해하거나 멈추게 하는 요소가 최소화되어 있다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길을 걷다가 건너편 인도로 건널 때를 생각해보자. 내가 서 있는 곳의 단을 내려와 횡단보도를 거쳐 다시 단을 올라야 한다. 길 하나 건너는데 두 번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반면 자동차는 신호대기로 멈췄다가 출발해도 같은 레벨의 이동일 뿐이지 오르내리는 경우는 과속방지턱을 제외하고는 없다.

단을 오르는 수고가 운전대와 액셀레이터를 밟는 수고보다 결코 더 가볍지 않다. 다시 말해 이는 도시의 거리는 사람의 이동에 대한 배려가 없다 걸 의미한다.

 

혹시 12cm 높이의 단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도시의 거대함에 묻힌 이 작은 단위의 높이를 두고 우리는 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이나 지팡이를 짚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겐 결코 작은 단위의 높이가 아니다.

만약 우리의 도로가 빨리 가고 싶어 하는 자들만 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거치게 하고 급하지 않은 사람은 같은 레벨로 끊기지 않고 이동하게 하면 어떨까? 단을 오르는 수고는 차량에만 주면 안 될까? 횡단보도를 인도 레벨에 맞추어 배치하고 자동차가 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지게 하는 것이다.

만화나 영화에 나올법한 감정을 느끼는 자동차가 아닌 이상 힘들어하는 자동차는 한 대도 없을 것이다. 또한 과속방지턱과 같은 역할도 겸해서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없는 경우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걷고 싶은 거리는 무엇일까?

내 생각엔 적어도 내가 원하는 만큼 걸어 다닐 수 있고 한번 걷기 시작하면 내가 멈추기 전까지 다른 요소에 의해 걸음이 끊기지 않으며 이동하는 중간중간에 쉴 수도 있고 이벤트도 일어나는 살아있는 풍경이 가득한 거리다.

인사동 전통문화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앞 거리 그리고 삼청동길 등 친구들과 혹은 혼자서 걷기를 목적으로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늘 특정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친구들과 걷고 싶으면 집 근처를 걷는 것이 아니라 차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한 시간 이상을 이동해서 그 장소에 가야만 비로소 걸을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 생겼다. 거리 자체의 길이는 짧은 구간이지만 위에 언급한 조건들이 충족되어 있기 때문이다.

파리는 거리의 풍경이 상당히 풍부하다. 출퇴근의 모습만 봐도 자동차를 모는 사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 걷는 사람 등, 상당히 다채롭다.

재밌는 건 내가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내가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 또한 늘 바뀐다. 늘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거리를 자전거나 걸어 다닐 때 눈에 들어오는 거리의 풍경은 같은 장소를 지나가나 싶을 정도로 사뭇 다르다.

모두가 빠른 이동을 위해 빠른 속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로 하는 속도를 이동수단으로 취하고 그로 인해 거리의 풍경이 바뀌는 것이다.

빠른 속도만을 추구하는 거리의 풍경은 우리 눈에 늘 단조롭다. 거리마다 다양한 속도를 두면 그에 맞춘 풍경 또한 다양해진다.

다양한 속도를 두기 위한 시작으로 먼저 횡단보도 앞 12cm의 높이를 사람에게서 자동차에 넘겨주면 안 될까? 그럼 아주 조금이라도 우리의 거리 풍경이 조금은 기존과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