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이 글은 대구시교육청이 ‘어쩌다 원격수업! 선생님의 수업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명칭으로 공모한 온라인 개학 이후 실시한 원격수업‧평가 운영 사례 수기 응모작입니다.

장호석 대구 동변중 교사

[에듀인뉴스] “초·중·고교생 4월 9일부터 온라인 등교···유치원 개학 무기한 연장”

2020년 3월 말, 뉴스를 통해 온라인 등교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온라인 등교라니? 뭘 어떻게 한다는 거지? 그렇다면 체육 수업은..?”

온라인 과제는 이미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긴 하였지만, 온라인 수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막연하다 못해 불안감까지 엄습해왔다.

첫 온라인 수업은 온라인 연수에서 알게 된 손 댄스(Tutting) 수업이었다.

손댄스 학생 과제 제출 영상<br>
손댄스 학생 과제 제출 영상

손 댄스란 손가락과 팔만을 이용해 음악에 맞춰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인데,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서도 춤을 출 수 있으면서도 직접 따라 해보니 손가락을 많이 움직여야 해서 소근육 및 신경 발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 댄스를 추는 영상을 개인별로 촬영하여 제출하는 것을 최종 과제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과제 제출율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작은 이벤트를 열었다. 

만약 3학년 전체 학생 130명 중 70% 이상이 기한 내 과제를 제출한다면 SNS 상에서 유행 중인 춤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는‘아무노래 챌린지’영상을 초특급 게스트를 초대하여 함께 촬영해 올리겠다고 공약하였다. 

초특급 게스트는 바로 우리 학교 김영우 교장선생님!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학교에도 못 오고 집에만 있을 학생들을 위한 즐거운 이벤트를 하고 싶다는 나의 제안에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체육 교과에서 표현 활동은 자신의 감정을 신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래서 1, 2차시 수업에서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추측해보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는 활동을 제시하였다. 

본격적인 손 댄스 연습 수업에 들어가 유튜브에 있는 손 댄스 동작 강의 영상을 올렸다. 과제 제출율을 높이기 위해 영상을 올린 날부터 동작을 익힌 사람은 바로 영상을 찍어 올려도 된다고 하였더니, 춤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은 참여율이 높았지만, 그래도 채 30%를 넘지 못했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부끄럽지만 교사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름 열심히 손 댄스 동작을 연습했지만, 영상에 나오는 멋진 흑인의 솜씨는 따라잡지 못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찍어 올리기 부끄러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내가 먼저 부끄러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손 댄스를 추는 모습을 촬영해 올리게 되었다. 

확실히 반응이 왔다. 게시글에 댓글로 밖에 접할 수 없었지만,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게 느껴졌고 과제 제출 속도도 붙기 시작했다. 이대로 나와 교장선생님은 아무노래 챌린지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 긴장이 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종 제츌 비율은 65%. 그래도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보다 제출한 학생들이 많아 고맙고 기특했다. 

아쉬운 대로나 혼자 나와 5초정도 춤추는 척하다 없어지는 페이크 영상을 올려주어 이벤트를 하긴 하였고,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일상 브이로그를 살펴보고, 간단한 수화 동작을 배워보며 나에게 손이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보는 시간을 덧붙이며 즐거웠던 손 댄스 수업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스포츠 방탈출 게임

아이들이 참여하는 것이 느껴지니 수업을 하는 맛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의미가 있으면서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이어졌다. 

온라인 수업을 해야만 하는 이 기회에, 평소 학교 수업에서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 어려웠던 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전달해주는 데 조금 더 집중해보기로 했다.  

세상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체육과 스포츠가 녹아 있는 지 알려주기 위해 책, 영화, 만화와 더불어 체육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는 ‘체육 인문 수업 – 세상 속 스포츠’라는 5차시 수업을 계획하게 되었다. 

스포츠 만화 수업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찾다 보니 스포츠 만화 중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만화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수업 과제로 ‘국산 스포츠 만화를 만들어주세요, 나만의 스포츠 만화 스토리 만들기’ 과제를 내어주고 자신만의 만화 시나리오를 쓰게 했다. 

가장 훌륭한 시나리오를 제출한 학생의 작품을 선정하여 학생에게 상품을 주고, 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5차시의 스포츠 방탈출 게임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시나리오는 생각보다 훌륭했고, 마치 평소에 이미 생각해놓은 듯 구체적이고 엄청난 시나리오를 제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시나리오 1등은 준하에게 돌아갔다.

준하는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어 평소에도 늘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늘 너무나도 착하고 성실한 태도로 임하며 체육수업에서도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이나 과제를 훌륭하게 해내오는 학생이었다. 

준하는 달리기왕을 꿈꾸는 달구의 시나리오를 썼고, 흔치 않은 스포츠를 소재에 확실한 메시지가 담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주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준하에게 네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상상한 달구의 모습을 몇 가지 그려서 보내달라고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어설픈 실력이지만 구글 슬라이드를 이용해 편집하여 ‘달리기왕 달구의 사투’라는 스포츠 방탈출 게임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였다. 

학생들은 너무 재밌었다며, 이렇게 체육 교과서를 열심히 읽어본 건 처음이었다며 게임을 하면서 뭔가를 배울 수 있기까지 했다고 얘기해주었다. 스토리를 구성하고 그림을 편집하면서 ‘내가 괜한 짓을 했나’라는 후회가 든 것도 사실이었지만, 즐겁게 참여해준 아이들 덕분에, 좋은 시나리오에 캐릭터까지 그려준 준하 덕분에 고생한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수업이었다. 

한 달 넘게 진행된 온라인 수업에 교사들도 학생들도 어느 정도 익숙해질 5월 중순 무렵. 갑작스럽게 격주 등교가 결정되었다. 교실 수업을 하는 일반 교과 같은 경우에는 같은 학습 영상을 활용하면 교실에 있는 학생과 집에 있는 학생이 같은 내용을 공부하게 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출력본

하지만 체육 교과 같은 경우에는 용·기구를 활용해야 하고 운동 종목을 연습하는 동안 교사의 직접적인 피드백이 수업에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같은 내용과 같은 질의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리하여 수행평가 종목을 2개로 정하고, 오프라인 등교 시에 연습하고 평가할 종목과 온라인 등교 시 익힐 수 있는 수행평가 종목으로 구분하여 Two-track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오프라인 수업 때는 손으로 접촉을 최대한 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도 활동량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되는 축구를 선정하였고, 온라인 수업에서는 그동안 진행한 온라인 수업을 포함하여 스포츠 과학과 스포츠맨십 관련 내용이 포함된 스포츠 포트폴리오, ‘나만의 스포츠 사전 만들기’를 수행평가 종목으로 결정하였다. 

갑작스럽게 던져진 온라인 수업이라는 바다. 망망대해에 던져진 내가 타고 있던 체육 수업이라는 배는 다른 사람들의 것들보다 유독 부족하게 느껴졌다.

체육으로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부터 시작한 항해는 포트폴리오 평가와 거꾸로 수업이라는, 온라인 수업이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을 신대륙으로 나를 인도해주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루어졌던 이번 학기의 블렌디드 수업이 교사로서 나의 성장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체육과 스포츠에 대한 지식을 더 쌓고, 체육 교과에 담긴 가치를 내면화하여 학교에서 배운 체육이 평생체육으로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못난 선생님과 함께 온라인수업해(海)를 같이 떠나준 우리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