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 블랜디드 교실 구축사업 안내 공문에 법랑칠판 교체 안내
부산시교육청 "온·오프라인 통해 다양한 유형 안내하고 있다"
교장들 정보 취득 어려움 호소..."공문 표지 적시 제품 고려하는 게 현실"

(자료=부산교육청 공문 일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전국에서 디지털 교실 구축을 위한 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부산시교육청이 ‘칠판교체 시 단초점 프로젝트(빔프로젝트)와 연계할 수 있는 법랑칠판으로 교체’를 공문에 구체적으로 적시한 내용을 학교에 안내해 특정 유형 제품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여러 종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현실적으로 공문에 적시된 것 외의 것을 선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현장 교원들의 지적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월 '건강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칠판 교체계획'으로 '단위학교의 자율적 선정'으로 교체 사업을 추진한다고 공문을 통해 학교 현장에 안내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부산형 디지털교실 구축사업 일환으로 부산형 블랜디드 교실을 구축한다며 학교 칠판 개선사업의 중복투자 방지를 위해 '단초점 프로젝트와 연계할 수 있는 법랑칠판으로 교체할 것'으로 변경해 공문을 보냈다.

그러면서 붙임 자료에 기존화면확대기(TV) 활용 전자칠판 구축, (초)단초점프로젝트, 전자칠판, 기타 디지털 판서가 가능한 첨단 기기와 법랑 또는 스크린 보드 등 단초첨프로젝트가 투사될 수 있는 칠판 등을 예시로 들었다.

또 교육청 차원의 특정 제품이나 업체 안내 등은 불가하다며 인터넷 검색 또는 조달청(나라장터) 쇼핑몰 등을 통해 제품을 검색하면 업체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참고하라고 설명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공문 표지에 적시된 법랑칠판은 칠판 유형으로 빔프로젝트가 설치되어 있는 학교의 경우 활용이 가능한 칠판(스크린보드, 법랑칠판 등)을 예시로 든 것”이라며 “전자칠판 등 디지털 판서가 가능한 첨단 기기를 학교 자체로 결정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내 학교의 사업 담당자들과 통화를 통해 세부 내용을 다시 안내했다”며 “1차는 온라인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오늘(13일)도 7개 학교에서 150여명이 참석한 설명회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첨단미래학교 사업이 진행된 20개교 견학도 진행하는 등 초기 혼선을 없애기 위해 3~4중의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정보 부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공문에 적시된 유형의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A 고교 교장은 “빔프로젝트도 있고, 전자칠판도 있고, TV 확대기도 있지만 제품 시연을 충분히 보지 못하면 공문에 적시된 칠판 유형으로 결정해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청이 안내 자료를 붙임으로 내리고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공문 표지에 적시된 내용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학교 현장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B 고교 교장은 “붙임 자료로 다양한 예시를 함께 들어줘도 공문 표지에 적시된 유형을 한 번 더 고려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긴 하다”며 “현재 담당 교사들이 의논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학교도 방문하고, 다른 교사의 말도 들어보면서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보 취득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학교 현장 교사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을 장단점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교육청이 블랜디드 러닝하는 전문가나 IT 전문가 등과 협의를 통해 장단점을 안내해주고 선택의 폭을 좁혀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부산시교육청이 올해와 내년 2차에 걸쳐 초중고 및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 사업은 1차 총 219개교 4043학급에 26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2021년 2차 사업에는 647억원 투입될 예정이다.

한편 전교조 부산지부는 지난 7월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형 블랜디드 러닝 활성화 사업을 미래 교육을 위한 사업이라고 하지만 현장 교사들의 고민은 거의 담겨 있지 않다”며 “일방통행식 졸속 사업을 연기하고 현장 교사의 의견을 청휘하는 설문조사와 토론회 등을 먼저 진행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