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옥영 경기대 교수,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
우옥영 경기대 교수,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

[에듀인뉴스] 지난 8월 7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학교 환경위생 관리 담당자를 ‘교직원’에서 ‘직원’으로 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허종식 의원 대표 발의) 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 직전부터 토론회장 앞에는 보건교사들 일부가 ‘우리는 모두 교육 가족입니다’라고 쓴 플랜카드를 들고 서 있고, 토론회장 안에서는 행정실장 등 교육청공무원노조(이하 교공노) 일부가 ‘학교보건법 개정 반대’ 피켓을 들고 서 있어 긴장감이 감돌았다.

잠시 후 허종식 의원이 인사말에서 “법안에 대한 의견은 얼마든지 개진할 수 있으나 협박은 안 된다. 이 법안은 누구에게 일을 미루자는 것이 아니라 학교 환경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자는 것이니 잘 논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아마도 매우 심각한 수준의 항의와 협박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교공노 측에서는 “사전 논의도 없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에게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하다가 반응이 없자 퇴장해 버렸다.

이후 보건교사 측과 자리에 남은 교공노 측 일부 인사들이 토론회를 이어갔고, 이 내용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양측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 정도였다.

첫째, 현행 법체계 상 교원과 직원 중 누가 환경위생관리를 맡는 것이 타당한가, 둘째, 실제 환경위생관리자는 무슨 일을 해야 하고 그 전문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셋째, 현실적으로 누가 실제로 이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가이다.

토론회 초반과는 달리 비교적 차분하게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결국 양측이 대립할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인력과 지원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는 나름 합리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각 학교에 1명으로 전체 학교의 70%도 안되는 보건교사 배치 수준과 달리, 행정직의 경우 학교 규모나 초중고 급별에 따른 배치기준이 있고, 거대학교의 경우 10여명에 시설관리 인력이 2명까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데 이후 이러한 논의 내용들이 제대로 짚어지지 않고, 갈등만 강조하며 약한 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일관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허종식 의원이 지난 7일 개최한 '학교시설환경위생관리' 어디로? 토론회 포스터 일부.
허종식 의원이 지난 7일 개최한 '학교시설환경위생관리' 어디로? 토론회 포스터 일부.

문제의 시작은 교육부 "교사들에게 업무 떠넘기기 시작되다"


사실 이 문제는 2004년 이후 거의 15년 이상을 끌어온 것으로, 교육부가 실질적인 정책 대신 교육부 관료들의 몸집 불리기를 위해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을 촉발해 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4년, 환경부가 다중이용시설의 공기질 관리 필요성을 제기하며 ‘통합관리’를 제안한 데 대해, 교육부가 학교에 이를 담당할 인력이나 인프라가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별도의 ‘자체 관리’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 교육부에는 환경위생 관련 담당 인력이 확충되었으나 학교에서는 인력이나 인프라 확보에 대한 방안이 전혀 없이, 이미 기존의 법적 직무가 있는 학교 구성원 중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관리는 어렵고 책임만 져야 하는 환경위생관리자’를 두는 방침으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교육부는 2005년, 합리적 논의 절차도 없이, 법률에서 위임도 하지 않은 환경위생관리자에 관한 내용을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에 추가하고, 2006년에는 국장 전결로 환경위생관리자를 ‘직원’에서 ‘교직원’으로 바꾸도록 이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당시 이 시행규칙은 관련 전문가들과 교총 및 전교조 등 교원단체, (사)보건교육포럼을 비롯한 보건교사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심의회도 없이 서면보고로 교육부의 의견을 수용했던 법제처의 의견을 내세워 이루어졌다.

관료들의 자리 마련을 위해 학교에 ‘면피용 희생자 만들기를 한다’는 항변도 있었다.

사실 초중등교육법 체계에서는 오랫동안 명확하게 ‘교원’과 ‘직원’을 분리하고 있었기 때문에(초중등교육법 제20조) 이러한 시행규칙의 개정은 이를 무시한 매우 초법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후 학교 내 소수자로 ‘보건교육과 건강관리’에도 벅찬 보건교사들에게 이 업무가 강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건교사의 각 학교 1인 배치율은 70%로 미배치교가 많았고, 거대학교의 업무 하중으로 추가 배치 요구가 높은 데다, 법적 직무를 들어 ‘교권침해’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면서, 결국 교사들, 행정실로도 이 일이 넘겨지며 업무 갈등이 더욱 심화되었다.

즉, 교사들은 본업인 교육활동에 지장을 받으며 시설관리에 내몰렸고, 행정직은 사무, 회계 인력도 전문성도 부족한 상태로 업무 갈등에 휩싸였지만 정작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기 어려웠다.

중요한 것은 이 상태를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고, 이대로는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중요한 환경위생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문제의 원인에 주목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러한 참사가 중앙정부의 ‘칸막이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 인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학교 안의 공기와 학교 밖 공기가 크게 다르지 않고, 아이들은 집단으로 문을 열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어떻게 학교마다 공기질 관리를 따로 해야 한다는 것인가! 구청이나 환경부, 관련 기관들이 학교환경 관리를 지원할 수 있으면, 희생양에 갈등만 낳는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앞으로는 학교에 독자적으로 환경위생관리의 책임을 지우는 기본 방침을 수정하고, 환경부와 통합 방안을 마련하든 아니면 지자체나 학교 외부에 시설공단이나 관리센터 등 지원 체계를 마련하든 대안을 마련할 일이다.

그리고 학교의 환경위생관리자는 법률에서 정한, 사실상 감당할 수 없는 그 많은 역할을 강제하고 책임을 지울 것이 아니라 행정적인 채널 정도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에 비추어 허종식 의원의 이번 법률 개정안은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논란이 있거나 상대적으로 큰 집단들의 반대가 예상되면 손익을 따져 무조건 물러섰던 잘못된 입법 관행에 비추어, 반대를 예상하면서도 오래 묵은 불합리한 문제에 대안을 시도한 매우 모범적인 사례다.

더 이상 표면적인 갈등을 내세워 문제를 감추거나 회피하지 말고, 투명하게 논의하여 실질적인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할 일이다.

교육부가 법체계를 무시한 채, 전문가들과 교원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법제처를 내세워 시행규칙을 개정했던 흑역사를 되돌려야 하며, 이 법안 개정은 그 시금석이다.

그리하여 법대로 교사들은 교육활동에, 행정직은 행정사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가야 한다.

특히 2007년, 증가일로의 학생 건강, 성문제에 대한 대책을 위해, 보건과목 도입을 취지로 개정된 학교보건법에 따라(제9조, 제9조의 2, 15조), 모든 학교, 모든 학생에게 체계적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그럼에도 단 1인도 제대로 배치되지 못한 채 고군분투하면서 희생양으로 내몰려 온 보건교사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법적 직무에 충실하게 일할 여건을 마련하기를, 나아가 하위법으로 상위법의 근간을 흔드는 잘못된 관행에 대해 국회가 이를 제한하는 법률과 관련 심사처 도입 등 대안을 마련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