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문해력과 수해력 등에서 기초학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전라남도교육청은 올해 전국 처음으로 정규 교사로 편성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시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이 초등 저학년에게 치명적인 학습 격차를 불러오고 있다는 경험적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전남교육청은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로 인해 기초학력 상승의 효과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기초학력 전담교사들의 수업기를 공유해, 전남교육청의 기초학력 전담교사제의 실제 운영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수정 교사의 한글 수업 모습 

[에듀인뉴스] 나에게는 유난히 아픈 두개의 손가락이 있다. 2015년 1학년 허OO과 2019년 2학년 허OO. 두 아이의 공통점은 읽고 쓰지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담임으로 열심히 지도했지만, 가르치는 방법도 시간도 부족하여 결국 큰 변화 없이 다음 학년으로 보내야만 했다. 

제대로 지도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마침 ‘기초학력전담교사’를 지역별로 선발한다는 공문을 보고 주저 없이 ‘문해력 전담’부문으로 신청하였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기초학력전담교사(이하 문해력 전담교사)는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주었다. 

특수학급처럼 수업시간에 ‘풀아웃’ 방식으로 운영하여 방과후에 학생을 따로 남겨 지도할 수 밖에 없었던 담임일 때와는 다르게 학생도, 전담교사도 집중력 있는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여러 상황이 전개되었고, 문해력 전담교사가 투입되는 시기 역시 많이 늦어졌다. 

첫 검사는 3월이 아닌 4월 중순에야 이루어졌고, 현재 근무 학교에서 지도는 5월 8일, 순회학교는 6월 1일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지도한 학생은 순회 학교 1학년 손OO, 2학년 장OO과 근무학교 2학년 조OO, 문OO으로 4명이다. 이 중 3명은 다문화가정, 1명은 조손가정 학생으로 초기문해력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다. 조OO의 ‘초기문해력검사’ 결과는 아래와 같다. 

(자료=김수정 교사)

‘초기문해력검사’에서 해당 학년의 정상적 문해력 발달수준은 5단계이나 4월 조OO은 ‘문장 받아쓰기’ 2단계, 나머지는 모두 3단계였다. 의미 있는 음절은 모두 잘 읽었으나, 무의미한 음절과 복잡한 겹받침 읽기를 어려워했다. 

구절 읽기도 음운변동(연음법칙 등)에서는 어려워했으나 대부분 무리 없이 읽어 낸 거로 보아 음가지도는 거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을 통해 읽기 유창성과 문장 쓰기에 집중하고, ‘찬찬 한글’ 책으로 복잡한 겹받침 지도를 하였다. 

읽기 유창성 지도는 ‘수준평정그림책’을 활용하여 지도하였고, 문장 쓰기에서도 받침이 없는 글자는 잘 썼으나 받침이 있거나 글자의 소리를 잘못 알고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수정해주었다. 

그러나 문장을 쓰고 재배열하는 활동을 지루해하여 글 없는 동화책 ‘노란 우산’을 활용하였다. 수준평정그림책 4단계 ‘우산’ 책과 연계하여 글 없는 동화책에 글을 쓰는 ‘작가 되어보기’ 활동을 하였다.

‘노란 우산’은 비가 오는 아침 학생이 집을 나서서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등교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책 양면을 기준으로 장소와 상황에 적합한 문장 만들기를 하여 해당 쪽에 포스트잇으로 붙이는 활동을 하였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서 그림에 맞는 이야기를 만드는 활동은 조OO에게는 즐거운 활동이었다.

그림책 속 모든 장면의 글을 완성한 후 담임선생님께 부탁하여 수업 시간에 반 친구들에게 직접 조OO이 읽어주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담임선생님 말씀으로는 노란 우산을 이미 본 친구들도 있었지만, 모두 집중해서 조OO이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었고,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조OO이 원래 유창하게 읽는 학생처럼 자신만만하게 읽는 모습에서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해주셨다.

7월 검사 결과 읽기유창성이 7단계 높은 수준으로 나와 담임선생님과 논의를 거쳐서 1학기가 끝나면 문해력수업을 종료하기로 하였다. 조OO에게도 2학기에는 문해력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자 조OO은 계속 하고 싶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제 말이 글로 되는 것이 신기했어요.”, “모르는 글자를 알게 돼서 좋았어요.”, “이젠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워요.” 

아쉬워하는 조OO과 이야기를 나누고 마무리를 한 후,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초기문해력검사’를 실시해 모든 검사에서 1단계가 나온 송OO을 2학기부터 지도하기로 하였다.   

김수정 교사의 수업 진행 모습

장OO은 순회학교 2학년 학생으로 4월 초기문해력 검사를 하러 갔을 때 매우 수줍어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함께 온 엄마는 거의 한국말을 알아듣지도 말하기도 어려워하시는 베트남분이셨다. 집에서 엄마와는 베트남어로, 아빠하고는 한국어로 대화를 하지만 맞벌이로 바빠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고 있었다. 

장OO은 같은 2학년이었던 조OO과는 많이 달랐다. 모든 검사 영역에서 1단계로 초성 음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으나, 특히 ‘ㅊ ~ ㅎ’ 음가는 어려워했다. 모음 음가 역시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알지 못해 처음 보는 단어의 경우 모음을 자주 혼동하였다. 가장 쉽게 읽는 ‘ㅏ’, ‘ㅓ’ 도 마찬가지였고 대부분의 모든 받침을 거의 읽지 못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의사 표현을 거의 하지 않고 그저 고개로 표현할 뿐이었다. ‘아이 눈높이에서 머무르기’ 활동을 10회 하는 동안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말을 하였다. 그런 장OO을 위해서 ‘입 열기 활동’을 궁리하다가 감정단어를 활용하여 수업 시작 전에 오늘 기분은 어떤지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일상적인 감정 단어임에도 어려워해서 무슨 말이에요? 라며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점점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들어오자마자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요?”라고 물었다. 마스크를 끼고 있지만, 눈이 반달처럼 웃고 있다. “글쎄” 하고 우선 답을 해놓고는 장OO의 분위기를 살폈다. 교실에서 있었던 일도 잘 얘기하지 않던 장OO이 먼저 질문을 던진 건 처음이었다. 

혹시나 하고 “오늘 OO이 생일이니?”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이트보드에 붙여둔 국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 미역국 좋아해요.” 그래서 국 그림을 살펴보니 정말 미역국이었다.

그 후 장OO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과 함께 자신의 고민이며, 친구 이야기 등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어디 살아요?”, “선생님 저는 꿈이 많아요. 너무 많아서 걱정이에요.”, “오늘은 그림 그리고 싶어요.”, “선생님 딸은 중학생인데 왜 화장을 안 해요? 화장하면 예쁜데.”, “은유가 자꾸 화를 내서 기분이 우울해요.”, “와! 신기하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등등. 

며칠 후에는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한 교직원이 수업하는 곳으로 물건을 가지러 왔다가 놀라며 “와! OO이가 정말 말을 많이 하는구나!”라고 하였다. 하지만 장OO은 그런 말에 개의치 않고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장OO이도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으로 지도하고 있다. 수준평정 그림책 0단계 책부터 시작하여 현재 2단계 책을 읽고 있다. ‘아이 눈높이에서 머무르기’ 활동을 제외하고는 실제적인 ‘읽기따라잡기’ 수업 시간은 13회에 불과 하지만 원점수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대표받침 공부를 하면서 자주 하는 말은 “와! 이렇게 쉬워요?” 였다. 물론 다음 시간에는 잊고 와서 다시 공부하지만 스스로 한글을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장OO이에게는 커다란 변화라고 생각한다.

담임선생님께는 매번 SNS로 문해력 수업 전 “오늘 장OO이 수업 있습니다”라고 보내고 수업 후에는 그날 수업 과정과 결과를 보내드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사진을 보내주셨다. 장OO이가 그림을 그리고는 담임선생님께 누군지 맞추어 보라고 했다면서. “한글 선생님이지?” 라는 선생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이야기까지 함께. 

그리고 받아쓰기는 10문장 중 2~3문장만 맞았는데 문해력 수업을 받은 후로는 7~8문장을 맞고, 글자 읽기에 관심을 보이며 종종 물어보기도 한다고 하셨다. 

국어 시간에도 고개를 숙이며 눈을 피했는데, 적극적으로 발표도 하고, 문해력 수업 시간이 되면 연필과 지우개를 손에 들고 기다리고 있다며, 장OO의 변화된 모습에 감사하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국어를 제외한 여러 교과에서는 매우 뛰어난 장OO이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낮은 자존감도 있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친구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장OO은 일반적 속도의 한국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몇 번의 상처 끝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시간들은 더욱 장OO의 구어 발달을 어렵게 했고, 문어발달에도 그대로 영향을 준 것이다. 오히려 베트남에 있었다면 언어까지 뛰어난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장OO이를 보면서 발생적 문해력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장OO이에게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앞으로 장OO이가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김수정 곡성 입면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