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급훈을 걸어놓은 고교 교실이 있다. 바로 30년차 사회과를 가르치는 조윤희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이다. 

학생들은 매일같이 ‘스터디 플래너’를 작성해 담임교사에게 제출하고, 담임교사는 깨알같이 피드백을 달아 돌려준다.

돌아가면서 하는 교실 청소는 실명제. ‘방과후학교’(자율학습)에 상습으로 무단결석한 학생에게는 ‘각서’를 받고, 그러고도 또 결석하면 어김없이 부모님에게 편지가 날아간다.

담당 과목이 사회과이다 보니 ‘민주’ ‘평등’ ‘경제’가 주된 주제다. 사회 교실에서는 “민주가 아니라 자유가 생명” “자유와 평등을 다 잃는 ‘가짜 평등’이 아니라, 경쟁과 번영 속에 배려가 있는 ‘진짜 평등’이 중요하다” “분배가 아니라 번영이 정의(正義)다”라고 열을 올린다.

'경쟁 없는 교실엔 경쟁력이 없다'(백년동안)는 30년간 교단을 지킨 저자의 교육 에세이집이다.

<에듀인뉴스>에 ‘조윤희쌤의 교실 돋보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 등을 다듬고 고쳐 쓴 30편의 교실 이야기는 3부로 나눠져 있다.

1부 ‘나는 교사입니다’에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면서, 아버지가 타지로 일 나가있는 동안 아침에 혼자 못 일어나는 학생에게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알람시계’를 사준다(‘나의 상담 교사 입문기’).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이 한순간 잘못으로 교도소에 들어가자 어머니는 울면서 옛 담임교사에게 사실을 알리고, 옛 담임은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교도소의 제자와 진정어린 편지를 주고받는다(‘교도소에서 온 편지’). 대학 졸업하고 취직까지 한 옛 제자들이 수시로 찾아오는 건 보통이고, 매체에 연재한 칼럼을 보고 “이건 내 얘기!”라며 편지를 보내오는 제자도 있다(‘커터칼을 든 타로 점성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이유로 스승의 날 행사조차 논란이 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반장들이 보자기 끈 늘어지도록 선생님들 소풍 도시락을 싸오던 “라떼는 말이야”를 소환하지만, 실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도시락으로 기억하는 건 학생이 새엄마 부담 안 드리려고 김밥집에서 사온 살짝 맛이 간 김밥이다(‘쉰 김밥 두 줄’)…….등등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봄직한 애환들이지만, 교사는 물론 학부모, 또 학교 졸업한 지 오래된 일반 독자들은 ‘맞아! 그땐 그랬지!’ 하며 무릎을 치는 한편 이런 질문들을 절로 하게 될 법하다. ‘나에겐 이런 선생님이 있었던가?’ ‘내가 교사라면, 이런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2부 ‘사회과 교사입니다‘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잊어버린 경쟁의 참뜻을 가르치기 위해, '토론왕’ 선발 대회를 실시하는 등 사회과 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담겨 있다. 필치는 산뜻 발랄하지만, 열다섯 편 글이 던지는 물음은 묵직하다. ‘당신은 학교 때 제대로 배우기는 했습니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가르치겠습니까?’

제3부 ‘대한민국 교사입니다’에는 담임반과 사회 교실을 떠나,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교사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일상의 단상 다섯 편을 담았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 맺음말을 이렇게 마무리 한다.   

"잘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힘이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 아이들을 끝까지 믿어주고 사랑하며, 이들이 자라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기술이 필요한 아이에겐 기술의 소중함을, 서책이 더 필요한 아이에겐 ‘먹물’의 힘만큼이나 책임이 엄중함을,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의 소중함을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우리 각자는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조용히 앉아 새기고 또 새기고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야 할, 세상이 험해지고 아이들은 약아져 교사의 권위가 무너져버린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그 자리에 서서 무너지는 교단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야 할, 나는 ‘대한민국’ 교사입니다." - 맺음말, 2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