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이 글은 대구시교육청이 ‘어쩌다 원격수업! 선생님의 수업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명칭으로 공모한 온라인 개학 이후 실시한 원격수업‧평가 운영 사례 수기 응모작입니다.
안소정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중 교사

[에듀인뉴스] 원격수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먼저 결정해야합니다. e학습터, EBS온라인클래스, 구글 클래스룸, MS 팀즈, 니로 등이 원격수업을 위한 플랫폼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저마다 장점이 달라 무엇을 선택하든 교사와 학생이 그 인터페이스에 적응한다면 원격수업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교사와 학생을 이어주는 장소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해도 그것을 수업으로 채우는 것은 교사의 몫입니다.

우리 학교 학생의 수준과 상황에 적합한 자료와 콘텐츠를 엄선하고, 조직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플랫폼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개발된 질 좋은 콘텐츠가 많이 있어 한동안 잘 활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콘텐츠를 가져와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순간이 생겼습니다. 학생들의 수준과 속도에 적합하지 않거나 추가적인 안내와 설명이 없어 아쉬울 때도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수업을 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빈 종이나 학습지에 수업내용을 쓰면서 설명하고 이를 촬영한 영상을 탑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구글 클래스룸에 영상을 바로 탑재할 수도 있고, 유튜브 등에 탑재한 후 링크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방식은 카메라나 스마트폰, 이를 고정할 거치대만 있으면 되어 쉽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에게 일대일로 설명 받는 느낌을 주며 원하는 부분은 반복하여 듣고, 이해한 부분은 건너뛸 수 있습니다. 또 단순히 수업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평가와의 관련성, 자주 하는 질문, 많이 실수하는 부분을 짚어줄 수 있어 좋습니다.

수업 영상 속 학생, 철수와 영희
원격수업을 위해 제작한 수업 영상들

우리 학교에는 청력이 약해 자막이 있으면 수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동영상을 만드는 것에 조금 익숙해질 무렵, 이 친구들을 위해 영상에 자막을 넣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촬영한 영상에 자막을 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했습니다. 처음에는 서툴러 시간이 좀 걸렸지만 기능이 복잡하지 않아 곧 익숙해졌습니다. 자막을 넣지 않을 때보다 번거로웠지만 한 번 더 손을 거친 만큼 완성도가 높아졌습니다. 자막을 넣어보니 교사가 사용하는 언어가 중요하단 것을 느꼈습니다. 이후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고 군더더기 없는 표현을 사용하려고 애쓰게 되었습니다. 

또 수학을 실생활의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에서도 더빙을 잘 사용하였습니다. 수학과 관련된 실생활의 상황을 좀 더 현실감 있고,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빙을 활용한 수업의 예시
자막을 넣은 수업 영상들

원격수업의 또 다른 형태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의 수업과 가장 가까운 수업을 실현할 수 있지만 숙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카메라 앞에서 수업을 하는 것도, 동시에 학생들과 소통을 잘해낼 자신도 부족했습니다. 

대신 교사와 대화를 주고받을 가상의 학생을 수업 영상에 등장시키면 어떨까 생가하게 되었습니다. 교사와 학생의 모습을 그림판에서 간단히 그리고 제작한 영상 위에 첨부하였습니다. 남녀학생에게 철수와 영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비록 그림이지만 우리 아이들을 대신해 질문하고, 대답하는 상황을 연출하였습니다. 

이때 도움이 된 것이 더빙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제가 사용한 프로그램은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클로바 더빙’입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사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다양한 연령의 남녀의 목소리를 제공하여 상황에 맞게 더빙할 수 있습니다. 

입력창에 수업에 사용할 지문이나 대화를 글로 입력하면 음성파일로 변환되는데 꽤 자연스럽습니다. 가령, 수업 영상 속 선생님이 ‘부등식을 풀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라고 물으면 학생이 ‘양변에 음수를 곱하거나, 음수로 나눌 때요.’ 라던가 ‘크거나 같다()를 크다()고 쓰는 것이요.’라고 답하는 것 등 입니다. 또 실제 학생들이 할법한 질문을 철수와 영희가 영상 속에서 대신 해주기도 합니다.

수업 영상 속 학생, 철수와 영희

또 수학을 실생활의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에서도 더빙을 잘 사용하였습니다. 수학과 관련된 실생활의 상황을 좀 더 현실감 있고,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빙을 활용한 수업의 예시

수업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지만 집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답답함을 느꼈을 학생들에게 영상을 통해 바로 곁에 있듯이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진도를 나가기 위한 영상을 찍는 사이사이, 학생들의 질문이나 제출한 과제에서 자주 보이는 오류를 피드백하는 영상을 간단히 찍기도 했습니다. 질문한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과 피드백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난 달,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원격수업의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코로나19로 등 떠밀리듯 한 원격수업이었지만 이 정도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가 새로운 수업 패러다임을 경험하고 공유할 수 없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이제 원격수업은 등교를 대신하는 방법이 아니라 교실 수업과 병행되어 학습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갈 때인 것 같습니다. 올해의 이런 경험이 한 때의 에피소드에 그치지 않고 블렌디드 러닝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교실 수업을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