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어떤 책이 학생들에게 좋은 책일까? 다소 순진무구한 질문이라 탓할 수도 있겠다. 가장 외부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청소년 시기에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성향을 살펴볼 때 이는 쉽지 않은 답변이다. 

인문, 사회 분야는 물론 과학, 예술 분야 등 어느 것도 청소년의 가슴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쏘시개가 될 수 있다. 다만 청소년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보다는 또래 집단이나 부모, 교사, 멘토의 영향이 훨씬 큰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누군가 무어라 좋은 말을 해주거나 또는 눈에 띄게 소유하고만 있어도 그것은 곧바로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는 만사가 그렇듯이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내포한다. 여기선 또래 집단이나 저자, 멘토의 영향력이 학생들의 책 선정에 영향을 미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교육적인 측면에 연계해 보고자 한다. 

한때 우리에겐 인문학의 열풍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면서 어디서나 인문학 독서의 열정이 대단했다. 그래서 독서는 곧 인문학의 대변인처럼 자연스럽게 문학, 역사, 철학의 분야를 쉽게 넘나들었다. 각종 문·사·철 관련 도서가 서점가를 점령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따금씩 과학 세계를 안내하는 과학자나 교수들의 집념으로 과학이 실험실이나 강의실을 넘어 서점가에 베스트셀러로 등장하였으며 학교 도서관의 대출 목록에서 상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그중에 단연 압도적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주었던 감동은 읽기에 다소 벅차는 책이긴 하지만 다 읽고 난 후에 찾아오는 만족감과 상취감은 무엇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필자는 무려 2번이나 《코스모스》를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흥미 있게 읽은 책으로 학생들에게 기꺼이 추천하고자 하는 과학 분야의 책이 있으니 바로 KAIST 교수인 정재승의 작품이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과학을 중심으로 인문과 사회 그리고 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통합적 지식과 사유를 보여주는 과학 교양서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은 다 아는 사람이라는 케빈 베이컨의 법칙은 물론이고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전 세계의 어린이들을 방문하려면 얼마만큼의 속도로 이동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것까지 집중해서 읽다 보면 우리가 사는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려는 과학자들의 즐거운 탐구를 만날 수 있으니 1석2조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복잡한 물리 법칙이나 수학을 전혀 못 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이 세상과 사회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 대한 깊이 있는 과학적 설명이 담겨 있다.

복잡한 사회 현상이나 친숙한 문화 콘텐츠 속에 숨겨진 과학을 통해 과학으로 세상에 접속하는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문학, 인문, 사회, 예술 전 분야를 아우르는 최고의 과학 교양 베스트셀러로 소개하면서 청소년 스스로 결단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왜냐면 고등학생 필독 도서로 선택하게 되더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개인적인 믿음 때문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저자인 정 교수는 “과학은 하나의 태도”라고 했다.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얘기하는 대목에서다. “어떤 대상은 과학적으로 대하고 어떤 대상은 과학적으로 대하지 않고, 이런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세상을 대하는 과학적 자세 같은 게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런 책을 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과학적인 태도야말로 한국 사회에 정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이는 과학자가 보기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일반인 특히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평소에 비과학적인가를 알기에 그렇다. 

학생이나 학부모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전통적인 무속신앙이나 미신에 쉽게 길들어져 있는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필자의 경우도 어린 시절에 항상 할머니와 어른들과의 교류에 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어 있어 여기서 완전 자유로울 수 없기도 하다, 

다만 그러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개인적 판단이 타인들과 조금은 차별화되어 있을 뿐이다. 이를 대변하듯이 평소 필자가 느끼는 몇 가지 사례를 그대로 정 교수는 말하고 있다. 

“한국 사람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원래 충분히 과학적이지 않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혈액형과 성격 사이의 상관관계 같은 것을 믿지 않나. 음모론을 쉽게 믿기도 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정책이나 공약을 따지기보다 그 일과 관련된 사람이 무슨 무슨 감이 아니라며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과학적 태도를 배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어떤 것도 쉽게 믿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반면 증거가 있다면 받아들이는 태도도 있어야 한다. 열려 있으면서도 비판적인, 양립하기 어려운 두 태도가 모두 필요한 것이다. 

무엇이든 쉽게 믿지 않지만 직관과 다르더라도 증거를 대하면 받아들이고, 그렇게 받아들였다가도 반증이 될 만한 증거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기존 믿음이 폐기될 수 있다는 게 과학의 매력이다. 그런 태도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뿐이랴. 사람들의 확증편향 성향도 문제로 제기한다. 정 교수는 “옛날에는 그런 태도가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할 때 유리했겠지만 지금은 훨씬 합리적인 사회가 됐는데도 우리는 아직 2만 년 전의 뇌를 쓴다. 그러다 보니 어리석은 행동들을 많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필자는 과학고에서 재직하던 20여 년 전, 당시 인재들과의 인연을 계기로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독서를 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서점에 들르면 인문·사회 분야와 교육분야 못지않게 과학분야의 신간 서적에 눈길이 간다. 

어쩌다 관심을 자극하는 과학분야 -환경, 뇌과학, 생태학, 기후 변화 등등-책이라 판단이 되면 기꺼이 구입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습관은 바로 과거 필자가 수학·과학 분야의 인재들을 교육하면서 획득한 기초 지식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도 뇌의 한 모퉁이를 자극하여 꾸준한 독서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직접 필자에게 좋았을까? 그것은 바로 생활 속에서 필요한 과학적 사고와 태도를 배양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것은 인문학과의 융합을 통해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근대철학의 출발점을 이끈 데카르트의 사상, “나는 회의(懷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맥락과 같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일단 역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사고의 다양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또 철저한 반증과 사실적 기초에 입각한 판단으로 행동과 사고에서 신중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과학적 사고는 늘 왜? 어떻게? 라는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삶에서 과학적 사고의 필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도 있다.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자기 생각과 의견을 견지하여 주체적인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길 꺼려하고 주저한다. 이것은 평소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소극적 태도 때문이며 결국 주체적으로 자기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의 생각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타당성을 입증하듯이 과학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의 폭을 넓히고 객관성을 유지하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미래의 대한민국에는 과학하는 청소년이 많아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고정관념이나 낡은 사고를 혁신할 수 있다. 

이젠 어느 정도 우리의 삶에 뿌리를 내린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과학적 태도를 배양하는 것만이 새로운 시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