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현대사회의 특징을 한 마디로 기술(記述)할 수 있을까? 무모한 시도일 것이다. 왜냐면 현대사는 흥망성쇠로 얼룩진 질곡의 역사이고, 복합적인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다양한 사상의 역사이고, 역사상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고, 매 순간 인간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변화의 흐름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어느 한순간에 고정되면 이는 곧 편협한 해석으로 간주되어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의 특성을 ‘고체 현대’와 ‘액체 현대’로 구분하여 사상적 접근을 시도한 인물이 있다. 바로 우리 시대의 큰 사상가이자 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이다. 

바우만은 21세기를 한마디로 ‘불안의 시대’라 설명하고 분석하고 계몽하였다. 탐구 정신이 뛰어난 그는 70세가 넘어 ‘액체 현대’ 이론을 발표했다. 그래서 ‘액체 현대’는 바우만의 사상을 대표하는 사회이론으로 굳혀졌다. 

그는 우리가 사는 시대가 지난 20세기 후반에 ‘고체 현대’에서 액체 현대로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양자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고체 현대란 계획적이고 합리적이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회를 일컫는다. 

반면에 액체 현대란 우연적이고 불확실하고 끝없이 변화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회를 말한다. 그럼 무엇이 이러한 액체 현대를 가져왔을까? 

바우만은 세 가지 측면을 주목했다. 첫째, 세계화의 진행이다. 세계화를 통해서 우리의 삶은 범지구적인 현상이 됐다. 둘째, 신자유주의의 등장이다. 이는 복지국가가 후퇴하고 일자리 등 우리 삶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었다. 셋째, 소비의 영향력이다. 우리 생활 전반에서 소비가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우리는 변덕스러운 소비자라는 정체성이 심화 되었다. 

바우만은 바로 이런 우연성, 불확실성, 이동성, 예측 불가능성에 관심을 집중하여 탐색했다. 그 결과 우리 시대는 모든 것들이 개인화되고 사(私)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이며 그로써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날카로운 통찰이었다. 

그렇다면 2020년대에 바우만의 사상이 던지는 함의(含意)는 무엇일까? 그는 우리 시대가 각자도생,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불안 사회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바우만은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액체 현대사회에 대한 정확한 인식. 둘째, 권력에 대한 정치의 통제력 회복. 셋째, 현실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회의주의적 태도, 이렇게 3가지다.

또 그는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 인류가 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가 전달하려는 것은 연대와 경쟁, 자유와 불안이 공존하는 21세기에, 자유와 연대를 어떻게 회생시킬 수 있는지의 방법이다.

이는 앞서 조망한 비관적 현실에 회의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의미 있는 삶과 사회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2020년대에 바우만을 계속 만나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와 연계된 바우만의 사상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주목할 것은, 바우만이 강조한 불안이 우리 사회·문화를 이루는 핵심 코드라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20대의 위기의 청년실업, 30대의 불안정한 일자리, 40대의 두려운 구조조정, 그리고 50대 이후의 막막한 고령사회는 그 불안의 적나라한 실체(實體)다. 

(사진=JTBC 캡처)
(사진=JTBC 캡처)

문제는 이 불안이 분노를 유발하고, 이 분노가 다시 불안을 구조화시키는 악순환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했듯, 바우만은 액체 현대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에 맞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강조한다. 더불어, 문제해결 주체로서의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현재 정치력은 어떤가? 참으로 한숨만 터져 나온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모두가 동병상련,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연대와 자유의 정신을 무장시켜 강력히 저항하고 혁신하는 것만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는 사실을 통감하게 된다. 여기엔 국민 참여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필요로 한다. 

결국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2020년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경제이자 정치, 그리고 교육으로 귀착된다. 따라서 불안을 낳고 구조화시키는 가난과 불평등, 그리고 혼돈의 정체성에 맞서기 위해선 다시 한 번 우리의 자유와 연대의 정치적 상상력과 실행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경제 발전과 정치 민주화를 한꺼번에 일으켜 세운 위대한 민족이 아닌가? 2020년대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상상력과 실행력이 확장되고 강화되길 소망하는 사람은 분명 필자를 위시한 어느 한 특정인만이 아닐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는 바우만의 사상에 다시금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진정한 한국인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삶의 자세를 확립하는 것, 이것이 바로 ‘뉴노멀(New Normal)’의 새로운 표준을 성취하는 것이고 나아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미래지향의 혁신적인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