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이 글은 대구시교육청이 ‘어쩌다 원격수업! 선생님의 수업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명칭으로 공모한 온라인 개학 이후 실시한 원격수업‧평가 운영 사례 수기 응모작입니다.

허정동 대구 달서중 교사

선생님도 이번 생은 처음이야...

[에듀인뉴스] 아내와 즐겨보았던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
청춘과 가족의 중요성을 다룬다고 하는 프로그램 소개는 둘째로 치고 제목이 현재의 우리상황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졌다. 

‘이번생은 처음이라...’

이제와서 말하지만 온라인수업, 온라인클래스, zoom, 구글클래스룸 등등. 

 “선생님도 이번생은 처음이야.”

쌤이 부탁할게 출석체크 좀 해줘

대답없는 메아리. 대답 좀 해주렴

우리학교에서는 수업 플랫폼은 EBS온라인클래스를 채택했고 학사공지나 출석체크 확인은 네이버 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전체적인 학사진행으로 보았을 때는 이원적 학사 진행에 문제점이 생길 것도 같았지만 겨울방학 때부터 미리 구성된 각 반별 밴드가 출석체크 확인에는 용이했다.

이미 학생들이 방학과제나 학사안내를 밴드로 받고 있었기에 학생들을 밴드에 가입시키고 전달사항을 전달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출석체크였다. 출석체크가 시작되는 오전의 교무실은 마치 아주 바쁜 홈쇼핑 콜센터를 방불하게 했다. 수십 명의 학생들의 출석체크를 유선으로 하려다 보니 자연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전화를 하는 선생님들의 스타일도 각자 달랐는데 주로 “여보세요~ 00아~ 자니. 많이 피곤하지, 얼른 씻고 일어나서 출석체크 하고 수업듣자”로 시작되는 온건파와 “야! 몇신데 안일어나!! 니가 초등학생이야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부모님이 꼭 깨워줘야 일어나?”로 시작되는 강경파. (나는 주로 온건파였지만 나의 목소리만 온건했지 속으론 매우 강경했음을 속으로 인정하는 바이다.)

드디어 유튜브 데뷔. 우리도 유튜브로 수업해보자!!

우리학교에서는 온라인클래스와는 별개로 온라인 개학하기 전 학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랑의 정의를 내리라는 숙제에 작품으로 답해준 1학년 신입생의 숙제
사랑의 정의를 내리라는 숙제에 작품으로 답해준 1학년 신입생의 숙제

대부분 인성교육이나 범교과 관련된 영상을 탑재하고 있었는데 이 채널이 온라인 개학 후 EBS온라인 클래스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전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강의 영상이 자체제작이었으며 실제 학교 선생님들의 목소리와 얼굴까지 나오는 완벽한, 거의 EBS강의 수준의 영상이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간단한 영상강의 제작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뭔가 모를 거대한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나도 영상제작을 하기 시작했다. 국어과 교사이기에 작품해석 영상부터 학생들의 자작시 피드백 영상까지. 길지는 않았지만 약 20분 정도 되는 내 영상을 최종 업로드 하고 나서는 뭔가 모를 감동과 뿌듯함도 느꼈었다.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수업시간에는 발표하기 머뭇거렸던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 피드백 게시판에서는 활발하게 질문하기도 하면서 온라인 수업의 순기능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 국어수업 학습활동지 풀이 장면
실제 국어수업 학습활동지 풀이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