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미숙(未熟)함이 더 나을 수도...'

[에듀인뉴스] 속까지 후련한! 【속뜻풀이 한자공부】
    未 熟
*아닐 미(木-5, 4급) 
*익을 숙(火-15, 3급)

‘일에 익숙하지 아니하여 서투름’을 일러 ‘미숙’이라 하는 까닭을 알자면 ‘未熟’의 속뜻을 속속들이 뜯어봐야 한다. 이유를 알면 속까지 후련하고 생각이 깊어진다. 

未자가 갑골문에서는 잎이 무성한 나무 모양을 본뜬 것이니 ‘나뭇잎’(a leaf)이 본래 의미인데, 이 뜻으로 쓰이는 예는 없고, 地支(지지)의 여덟 번째 명칭이나 ‘아직 ~ 아니다’(not yet)같은 부정사로 쓰인다. 

熟자는 음식물을 ‘익히다’(boil)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니, ‘불 화’(火)가 의미요소로 쓰였다. ‘누구 숙’(孰)은 발음요소이니 뜻과는 무관하다. 후에 곡식이 ‘익다’(ripen) ‘무르익다’(mellow)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未熟은 ‘음식이나 과실 따위가 아직 익지[熟] 않음[未]’이 속뜻이기에 위와 같이 서투름을 뜻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서투른 점이 있는가 하면, 능란한 점도 있기 마련이다.

송나라 왕안석 가로되, “한 사람의 재능에는 능란한 것도 있고 서투른 것도 있는데, 능란한 것을 취할 경우에는 서투른 것은 묻지 말라!”(一人之身, 才有長短, 取其長則不問其短 - 王安石).

● 성균관대 중문과 교수 전광진/ 속뜻사전앱 개발자. 문의 ▷ jeonkj@skku.edu

(※ 오늘이 ‘중문과 교수’라는 직함을 쓸 수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금일로 정년퇴임하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퇴임식으로 거드름 피우지 말고 조용하게 물러나라는 바이러스神의 명령과 배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全廣鎭 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