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동반휴직으로 미국에서 1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학교생활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커다란 쉼표 같은 시간이다. 숨 가쁘게 달리다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다. 쏟아지듯 부여되는 일들에 묻혀 살다보면 무엇 때문에 애 쓰고 있는지도 잊는다. 그래서 가끔은 한 발 떨어져 보는 것이 필요하다. 거리를 두고 보면 놓쳤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다른 각도의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미국에서의 시간이 그런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교사는 가장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직업군이다. 학교로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 더 선명하게 보일까? 한국 공교육 현장을 벗어나 타지에 서면,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직접 삶으로 미국 문화를 경험하며 ‘차이’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그 생각을 확장 시키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

 

오레곤 주는 현재 한국에서 시행을 망설이고 있는 3단계와 같은 상태가 3월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여전히 시내의 상점은 반 넘게 문을 닫고 있고, 많은 자영업자들은 일을 잃었다. (사진=이다정 교사)

[에듀인뉴스] “선생님, 지금 포틀랜드 시위 관련한 뉴스를 보고 있는데 계신 곳은 괜찮은가요?”

한국에서 뉴스를 보고 걱정하는 메시지가 온다. 진보적 성향인 포틀랜드 내에서 계속 되던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트럼프 지지자들이 충돌하며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진 사건 때문이다. 주거지 쪽에서 시위가 일어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괜찮다고 답을 했지만, 사람들을 걱정하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타지에서 1년을 보내기 위해 떠나오며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로 인해 계속 머물러도 되는 것일까 고민하며 편치 않은 시간을 보내왔다.

폭발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각종 시위가 이어지는 미국에서 불안한 이방인으로 머물러야 하는 상황. 한국과 달리 완전히 셧 다운 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고 이곳에 온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오레곤 주는 현재 한국에서 시행을 망설이고 있는 3단계와 같은 상태가 3월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여전히 시내의 상점은 반 넘게 문을 닫고 있고, 많은 자영업자들은 일을 잃었다.

멈추어 버린 것 같은 도시엔 노숙자들의 텐트가 줄을 이었다. 아름답고 자유로운 에너지가 넘치던 도시는 차에서 내리기가 무서울 정도로 황폐해졌다.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무력감과 상실감이 커졌다.

쉽게 떠나 온 것이 아니기에 어떻게든 의미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이 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을 열심히 찾아다녔고, 이곳에서 이민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간간히 만났다.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여행과는 다른 타지에서의 일상을 살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삶은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 따른 선택이며 그 어느 곳에도 미리 정해진 유토피아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더 좋은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각자의 몫이며, 세상에 수 만 가지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늘 쫒기 듯 정신없이 무언가를 해야 했던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하지만 신속하게 일처리가 되는 한국과 다르게 모든 일처리가 너무도 느려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사진=이다정 교사)

늘 쫒기 듯 정신없이 무언가를 해야 했던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하지만 신속하게 일처리가 되는 한국과 다르게 모든 일처리가 너무도 느려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차를 구입하고 서류가 처리되는 과정이 미국생활의 반이 지나서 완료가 되었고, 문의를 한 것에 대한 답변도 1~2주 이상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다. 편의시설이 집 주변에 밀집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모든 것이 멀찍이 떨어져 있어 무언가 하나 하고나면 금방 하루가 가버린다. 하나의 예이긴 하지만, 극과 극인 신속함과 여유, 그 사이를 경험하며 무엇이 더 좋은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자의 삶을 자처하고 오신 분들과의 대화에서는 한국과 미국 양쪽의 삶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었다. 타지에서의 삶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임은 분명했다.

힘든 유학생활을 견디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하고, 문화를 익히고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 같았다.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대우를 받았느냐와 상관없이 이전 것을 내려놓고 겸허히 아래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시는 분도 계셨고, 결혼과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낯선 땅에 와서 적응하고 계시는 분도 계셨다. 다른 환경에서 불편함을 견디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모습을 보며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미국생활의 속살을 경험한 듯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삶을 가볍게 여기며 나와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남의 것은 왠지 더 근사해 보이는 법이다.

예전에 ‘대한민국에서 OOO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광고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적이 있다. 사표를 쓰고 싶다며 신세한탄을 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보고 취업준비생이 ‘취직을 해야 사표를 쓰지’ 라며 부러워하고, 누워서 TV를 보는 취업준비생의 모습을 보고 군기가 잔뜩 든 이등병이 부러워한다.

처음 등장했던 직장인이 이등병을 보고 ‘제대라는 끝이 있어서 좋겠다’며 부러워하는 장면으로 연결되는 이 광고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상황은 쉽게 생각하고 부러워하기 마련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상황은 모두 쉽지 않다며 위로한다.

다른 삶을 사는 이의 겉모습만 보았을 때는 그저 부러움을 느낄 수 있지만, 조금 더 다가가 삶을 들여다보니 그 어떤 삶도 나름의 고충이 있고, 애씀과 노력의 시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동안 한국에서 유행했던 ‘헬조선’ 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지옥같이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음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들으면 힘이 쭉 빠지고 비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을 나와서 보니 그동안 누리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 겪었던 어려움이 비단 한국 사회만의 문제도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이상적인 삶, 정해진 유토피아는 없다. 결국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사랑하고 가꾸느냐의 차이다.

이다정 경기 신능중 교사
이다정 경기 신능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