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한 국가의 미래는 그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의 꿈과 열정에 달려있다.

불과 반세기 전, 전쟁의 고통을 온 몸으로 견뎌낸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그리며, 전 세계에 유래 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루어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호랑이’라 불리며,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회의 땅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두에 서는 변화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한때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룬 한국에 대해 최근 외신 및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빨 빠진 호랑이', '거대한 양로원'과 같은 우울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 절망 섞인 조롱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 많은 국내 전문가들이 나라 밖에서 위기 원인을 찾지만, 실상은 심각하게 곪아가는 내부 문제에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꿈과 열정을 잃어가는 청년들이다. 우리 청년들은 3포, 5포 세대에 이어 7포 N포 세대라는 서글픈 꼬리표를 달고 있다.

실제로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청년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청년고용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5조 원이 넘고, 2016년 관련 예산은 2조1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매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청년정책의 효과성에 대해 당사자인 청년들은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정부의 청년정책이 정말 청년을 위하고 있는지, 청년들은 정책을 알고 있고 본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지는 미지수다.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들이 제시한 정책을 평가하고 피드백 과정을 리드해야 할 정치권은 여전히 태연하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4월 총선 생각뿐인지 여야 할 것 없이 당 내·외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다.

지금 청년들은 포기해야 할 것들이 하고 싶은 것을 넘어서고 있으며,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자기 최면을 걸며 근근이 생명을 연명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철이다. 때마침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넓게 쓰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는 어구가 떠오른다.

당시 빌 클린턴은 이 어구로 현직 대통령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를 누르고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부디 이번 총선에 임하는 후보들은 ‘바보야 문제는 청년이야' 라는 어구를 깊이 새기고 비장한 각오로 임해주길 바란다.

더 이상 청년들을 깔보지 말라.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다면 청년들이 나서 준엄한 심판을 내릴 날이 올 것이다. 부디 정치권은 소모적인 논쟁과 정치·이념적 대립을 그만 멈추고 벼랑 끝에 선 청년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