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씽킹으로 학생의 경험과 개념을 연결하는 초등 수학 수업, 어떻게?

[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이윤정 서울 봉화초등학교 교사
이윤정 서울 봉화초등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수학 수업에서 비주얼씽킹을 적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수학 시간에 다루는 것이 고도로 추상화된 숫자이기도 하고, 이미 많은 부분 수업 내용과 활동이 정해져 있는 과목이라 수학 수업에서는 비주얼씽킹을 적용할 생각을 잘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수학 개념 이해 측면에서는 비주얼씽킹이 효과적인 부분이 있다.

첫째, 비주얼씽킹은 추상화된 것을 구체화시키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둘째, 비주얼씽킹을 하다보면 자신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인위적인 맥락 속에서 개념을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수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수학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비와 비율’은 6학년 수학에서 처음 등장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수학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하여 ‘나와 비와 비율의 연결고리’ 라는 활동 제목을 짓고 비와 비율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어 비주얼 노트를 작성해보게끔 수업을 계획했다.


[수업 단계]

1. ‘비교’를 해보거나 당한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기

2. 자신의 경험과 ‘비와 비율’을 연결 지어 스토리 만들기

3. ‘나와 비와 비율의 연결고리’를 주제로 비주얼씽킹 하기

4. 친구들과 돌아가며 발표하고 공유하기


평소 같았으면 교과서에 있는 비와 비율 문제를 풀어보면서 개념을 정리했을 차시였다.

이번에는 그 앞 단계에서 비주얼씽킹 활동을 위해 경험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비와 비율은 비교를 위해 기준량과 비교량이 늘 존재한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발문했다.

“평소에 ‘비교’를 해보거나 ‘비교’를 당해본 경험이 있나요?”

그랬더니 새로운 수업 장면이 펼쳐졌다. 이 질문 하나에 학생들이 신나서 재잘재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가격 비교를 해봤던 경험부터 시험 점수 비교를 당했던 경험까지. 수학 시간에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처음 봤다.

비와 비율을 활용하면 내가 주관적으로 느꼈던 경험을 객관적인 수치를 놓고 비교해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해 말했다.

그 후 학생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와 비율 비주얼노트를 작성하게끔 안내했다. 자신의 경험과 비와 비율을 비주얼씽킹으로 통해 구체화 시키는 활동을 진행한 것이다.

아이들은 비와 비율의 개념을 자신의 일상생활과 연결 지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젤리빈 뽑기를 할 때 비와 비율을 연결한 학생 작품과 축구팀 축구 선수를 중심으로 비와 비율을 연결한 학생 작품.(사진=이윤정 교사)
(왼쪽부터) 젤리빈 뽑기를 할 때 비와 비율을 연결한 학생 작품과 축구팀 축구 선수를 중심으로 비와 비율을 연결한 학생 작품.(사진=이윤정 교사)

젤리빈 뽑기를 할 때 자신이 싫어하는 겨자 맛이 나올 확률을 비주얼노트로 정리한 학생이 있는가하면 자신이 응원하는 축구팀에서 좋아하는 축구 선수의 비율을 비주얼 노트로 정리한 학생도 있었다.

(왼쪽부터) 체육대회 달리기에서의 비와 비율을 연결한 학생과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비와 비율을 연결한 학생 작품(사진=이윤정 교사)
(왼쪽부터) 체육대회 달리기에서의 비와 비율을 연결한 학생과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비와 비율을 연결한 학생 작품(사진=이윤정 교사)

체육 대회 때 달리기를 했던 경험을 담은 학생, 스케이트 국가대표를 꿈꾸는 학생의 선수 선발 경험까지 비주얼노트에 가득 담겼다.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도록 활동을 구성하니 교과서 문제를 풀고 정리할 때 보다 훨씬 생기 넘쳤다.

더 놀라운 건 수학 수업 속에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학생들이 경험했던 일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교과수업을 통해서도 충분히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기존의 수학 수업과 달라진 점은 학생들의 경험을 함께 나누었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경험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그것과 교과 내용을 연결해 비주얼노트로 정리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작은 활동 하나로 교과 학습 그 이상을 넘어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수학 수업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간단한 활동이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 수학 수업에서도 얼마든지 비주얼씽킹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수학 개념 이해를 돕기 위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도구로써 활용하면 이전과는 무언가가 달라진 나 자신과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