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모니터 너머 새로운 감각으로 인사하는 방법

[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에듀인뉴스] 코로나 시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부스스한 얼굴로 캠 카메라 앞에 앉은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좀 더 생생한 감각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화상수업으로 만나더라도 생기 있고 산뜻한 언어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요리조리 애틋하게 고민했다.

아침이면 ‘너는 오늘 무슨 색이니?’라는 질문과 함께 색깔로 오늘 내 마음을 표현해보기도 하고, 항상 곁에 두는 사물을 가지고 나의 하루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다 엊그제는 이런 질문으로 온라인 수업의 아침을 열었다.

“얘들아, 우리 오늘은 의성어나 의태어로 인사하면서 하루를 시작해볼까?”

‘의성어나 의태어로 인사를 한다고?’ 멀뚱멀뚱 눈을 끔뻑이는 아이들을 번쩍 깨워줄 신선한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한다. 먼저 그림책 <오오오!>부터 나가신다!

그림책 '오오오!' 표지.(애런 레이놀즈 글, 댄 샌탯 그림, 도담도담 역, 키즈엠, 2019)
그림책 '오오오!' 표지.(애런 레이놀즈 글, 댄 샌탯 그림, 도담도담 역, 키즈엠, 2019)

“오!”

“오?”

“오오오오오오아아악!”

“오아!”

이 그림책은 감탄사로만 서사를 이어가는 흥미로운 그림책이다. 장면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감탄사만 이어진다.

글자만 읽어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그림책을 펼쳐서 글과 그림이 만나면 비로소 동물 친구들이 한바탕 벌이는 소동이 눈앞에 펼쳐지고 귓가에 들린다.

“오오 선생님, 두 글자 ‘오’랑 ‘아’만 가지고도 이렇게 한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게 신기해요!”

“이 그림책 보니까 만화영화 ‘톰과 제리’ 생각나요. 대사는 하나도 없는데 계속 에피소드가 이어지잖아요.”

아이들이 제법 수다스러워진다면, 이제 두 번째 그림책을 펼칠 때가 됐다. 이번엔 그림책 <쏴아아> 나가신다!

그림책 '쏴아아' 표지.(재희 저, 킨더랜드, 2020)
그림책 '쏴아아' 표지.(재희 저, 킨더랜드, 2020)

이 그림책은 물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의성어를 보여준다. 수도꼭지에서 ‘톡톡’ 떨어지는 물소리에서부터 컵에 담긴 물을 빨대로 ‘쪼로록’ 들이마시는 소리, 그리고 ‘토동 토동 토동’ 우산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장면마다 시원한 물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어째 페이지를 넘길수록 주인공 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아이는 ‘못 참겠다!’ 소리를 지르더니 ‘빨리 빨리 빨리’를 외치며 어딘가를 향해 가는데, 이 아이에게 무슨 사정이 생겼을까? 독자 여러분이 직접 그림책으로 확인해보시라!

이렇게 두 권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한바탕 까르르 웃고 나면,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 인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기 시작한다. 교실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보면서 그림책 수업을 할 때는 아이들이 이런 인사를 들려주었다.

“얘들아 안녕, 나는 오늘 ‘폴짝폴짝 우당탕탕’이야. 오늘 학교 오는 길에 막 뛰어서 왔거든.”

“나는 오늘 ‘낄낄낄’이야. 아침에 미진이랑 이야기하면서 걸어오는데 너무 웃긴 거야!”

이렇게 의성어나 의태어로 인사를 나누다 보면, 그 인사만 들어봐도 아이가 아침에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는지 감각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은 아침을 맞이했지만 아이마다 이렇게 다채로운 정서와 느낌을 안고 여기 교실까지 왔구나, 싶어서 입가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한편 엊그제 온라인 수업으로 의성어 의태어 인사를 나누었을 때는 어땠을까? 아이들은 사뭇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는 요즘 ‘흐물흐물’이에요. 맨날 집에만 있으니까 자꾸 졸리고 늘어져요.”

“저는 ‘착’이에요. 이불에만 ‘착’ 달라붙어 있으니까…”

절반가량의 아이들이 생기 있고 에너지 넘치는 단어보다는 ‘뒹굴뒹굴’이나 ‘쿨쿨’과 같은 단어로 아침인사를 했다.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눌수록 가슴이 먹먹해졌다.

교실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인사 나누던 아침과 아이가 혼자 모니터 앞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이토록 판이하게 달랐다. 아이가 경험하는 공간, 몸의 움직임, 보고 듣고 느끼는 매일의 감각이 아이의 정서와 기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다시금 절절히 실감했다.

오늘도 아이들은 캠 카메라 앞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흐물흐물’ 늘어지는 몸을 일으켜 매일 모니터 너머로 얼굴을 보여주는 아이들이 새삼 기특하다.

아이들이 ‘폴짝폴짝’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낄낄낄’ 웃음을 터뜨리며 교실로 왔던 아침이 사무치게 그립다. 코로나가 ‘훠이훠이’ 물러간 교실에서 아이들과 마주 앉아 마스크 없이 ‘까르르 까르르’ 웃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린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이렇게 질문을 건네고 싶다.

“오늘 당신이 맞이한 아침은 어떤 의성어나 의태어로 표현할 수 있나요?”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의성어나 의태어로 인사하면서 내가 맞이한 아침의 정서와 느낌을 표현해보는 그림책 수업 활동입니다.

1.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마음을 의성어나 의태어로 표현하면서 인사해봅시다.

2. 내가 아침에 보거나 듣고 느낀 것, 직접 경험한 일을 떠올려보고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는 말로 자연스럽게 표현해봅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