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임종화 현직 중학교 교사/ 좋은교사운동 회원
임종화 중학교 교사/ 좋은교사운동 회원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했던 1학기

[에듀인뉴스] 2020년 1월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확산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던 2월, 우리 학교는 비교적 빠르게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여 교직원 세미나를 통해 원격수업에 대비한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 후 공식적인 개학은 연기되었지만 3월 첫 주부터 온라인 가정방문을 통해 학생, 학부모와 얼굴을 보며 첫 만남을 가졌고, 3월 둘째 주부터 실시간 원격수업을 실시하였다.

당연히 처음 해보는 원격수업이었기 때문에 수업 준비와 진행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수업 영상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라는 조언을 듣고 만들어 보니 수업 영상 제작과 실시간 원격 수업도 조금씩 적응이 되었고, 선생님들이 공유해 준 수업 방법을 배워가며 모둥별 토론, 발표 수업 등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학생들도 잘 따라 와 위기 상황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안정된 상황과 달리 원격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노트북 화면으로만 만나는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서 수업과 과제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화면을 끄고 반응하지 않는 학생, 아예 수업을 들어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 학생, 과제를 제출하지 않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등교 수업 때도 느린 학습 속도를 보이거나 자기주도학습이 익숙하지 않았던 학생들에 대한 걱정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1학기 우리 교육을 돌아보면 정책적으로 방역과 안전을 고려하면서 3월에 한 반씩 돌아가면서라도 하루라도 학생들과 얼굴을 보며 학기를 시작하고, 희망하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대면 수업과 상담을 허용하여 학습 방법과 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게 허용했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늦었지만 2학기가 시작되면서 원격수업 기간에도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한해 등교를 허용한 것은 다행스러운 변화이다.

이러한 학습 격차에 대한 막연한 고민은 1학기 말 평가 결과를 통해 일부 확인되었고, 성적을 확인한 부모님들도 가정에서 지도하기 어렵다는 어려움과 고민, 한계를 호소하셨다.

짧은 방학 후에 시작되는 2학기도 계속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병행이 예상되어 학습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 대한 1학기와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2학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자"

2학기를 시작하며 학교 차원에서는 등교 지도가 필요한 학생을 추천받아 적극적으로 급식을 제공하며 학교에서 공부하게 하는 대책을 마련하였고, 저녁에는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자율학습을 시작하였다.

이와 함께 학급 차원에서는 토요일과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하여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한 명씩 만나서 상담을 시작하였다.

가벼운 일상 생활과 고민에 대한 나눔으로 시작하여, 공부하는 방법, 시간 등을 점검한 후 학생과 몇 가지 약속을 하였다.

첫 번째, 실시간 수업 때 화면 끄지 않기. 두 번째, 하루 수업을 마치면 공부한 내용과 다음 날 제출할 과제를 복습노트에 간단하게 기록하여 선생님에게 카톡으로 보내기.

이후 저와 약속한 학생들이 매일 복습노트를 카톡으로 보내주면 제가 간단한 칭찬과 함께 보완할 점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

중학교에서 담임교사가 모든 과목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카톡 대화를 통해 학생의 삶과 공부 습관을 점검할 수는 있다. 이러한 시도가 당장의 학습 효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1학기보다 원격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협력적인 수업과 다양한 체험 활동, 학생 간의 만남을 통한 배움 등이 어렵고 학습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더 큰 위기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상황이 기회이기도 하다.

일상 수업일 때 눈에 띄지 않던 학생들이 원격수업 때 화면을 끄고, 아예 접속하지 않는 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어 누구를 도와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과제형 수업을 할 때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따로 접속하여 설명해 줄 수도 있고, 친구들 앞에서 모르는 것을 묻지 못하던 학생들도 채팅이나 메일로 묻고 답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열악한 학교 환경에서 이 모든 것을 교사의 열정에만 의존할 수 없고, 교사와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오늘 내가 만나는 학생을 품고 도울 수 있는 것은 교사임을 알기에 좋은교사운동이 시작한 ‘학습결연 119 캠페인’의 문을 두드린다. 그곳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

신청 및 문의=좋은교사운동 사무국
(신청 및 문의=좋은교사운동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