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es24 캡처)

[에듀인뉴스] “마음에는 사랑을, 손과 입에는 전문성을”

이는 교사 생활 10년 만에 면벽(面壁)하는 수도승의 수양처럼 득도(得道)한 어느 여교사의 외침이다. 

이것이 진정한 교사의 미덕임을 깨닫기 까지 그녀는 무수한 성찰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고뇌와 번민 속에서 개인적인 성장의 시간을 보냈다. 06학번으로 교대에 입학해서 1년간 미국 유학을 포함하여 5년을 예비교사로 살았다. 그리고 6년의 교사 생활을 했다. 임용시험에 바로 합격하고 출산할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녀는 늘 배가 고픈 상태였다. 흔히 말하는 철밥통 교사라는 배부른 소리도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매년 새로운 경험과 도전이 있었다. 그 사이에 두 번 6학년을 졸업시키고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다른 지역에서 임용시험에 한 번 더 합격하기도 했다. 그녀는 경인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에서 국제사회문화교육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휴직 기간 동안에 스스로에게 물은 질문에서 자신의 허전한 감정을 찾게 되었다. 그 질문은 바로 “너 같은 선생님이 네 아이의 선생님이라면 어떻겠니?”라는 것이었다. 결국 교육에 관한 모든 문제는 이 질문에 가닿았고 자신이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부터 “적당히 일하면 된다. 업무는 적을수록 좋다”는 넋두리와 친해지면서 ‘적당히’라는 타성은 업무, 수업, 관계, 모든 곳으로 스멀스멀 퍼져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특기도 없고 성찰도 없는 교사로 30년을 넘게 살아야 가까스로 정년퇴직을 한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수많은 시간을 기꺼이 즐겁게도 아니고, 자기다워서 만족스러운 시간도 아닌 채로 보낼 수도 있다는 사실, 자기 자신으로 실존하지 못하고 행복할 것 같지 않다는 게 가장 두려웠다. 

그녀는 이러한 고백을 통해서 교사로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우리의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모두가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송은주는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의 저자다. 그녀는 재능기부형 유튜브 <은주클럽>을 운영하며 예비교사 및 현직 교사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임용시험 준비생 대상으로 논술을 무료로 첨삭해주고 있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자기답게 사는 사람’으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교사이자 부모의 입장에서 블로그에 올리며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책은 중‧고등학생의 희망 직업 1위로 꼽히는 교사가 된 밀레니얼 세대 초등교사들이 왜 ‘안정적인 직업’을 얻었음에도 여전히 불안하고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지, 교사들의 99%가 왜 정년까지 버티지 못하는지 밝히고 있다. 

흔들리는 교권, 학부모와의 깊어지는 갈등으로 인해 교사의 두려움은 커지는데 오늘의 학교는 침묵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스마트교육, 창의융합교육 등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는데 오늘의 학교는 과거의 영광만을 붙잡으며,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 

학교는 과연 어떤 상태인가? 교직은 천직인가? 교사에게도 워라벨은 있는가? 저자는 누구나 한마디씩 보태지만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학교의 현실을 100여명의 동시대 교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학교에서는 차마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교사의 삶과 고민에 대하여 심도 있게 성찰하고 있다. 

그야말로 열정과 타협 사이에서 흔들리는 밀레니얼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장에서는 밀레니얼 교사로 산다는 것, 제2장에서는 정년까지의 몸사림을 거부합니다, 제3장은 할 말은 하겠습니다, 마지막 제4장은 AI 시대를 준비하며, 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꼭지마다 교사들의 다양한 교직에서의 눈물겨운 이야기, 즉 그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솔직한 고백에 공감하며 때로는 질책을 때로는 진한 격려와 위로를 해 줄 것이다. 이 시대는 우리의 교육에 대해서 말하는데 누구나 자격이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학교의 현실을 잘 알아야 한다. 그 학교의 현장을 지키는 교사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감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느낌과 정서로 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 속에서 과감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교육은 이제 변화의 길, 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열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우리가 마냥 잘못된 교육에 이끌려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신뢰가 무너진 우리의 공교육, 이를 바라보며 가슴앓이를 하는 학부모, 무엇보다도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기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없는 아이들은 오늘도 각종 학원으로 내몰리며 왜 사는 건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아간다. 

그 아이들이 미래의 주인공이다. 그들이 기성세대를 먹여 살려야 한다. 총 인구 중에 65세 이상이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2025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가의 동력을 잃어가는 미래에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우리 후세들에게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고백한다. 아기 엄마로서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처음으로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미술치료를 받으면서 먹고 사는 걱정보다 자기답고 행복한 일을 찾으라고 누군가 알려주었다면, 충분한 탐색과 실패와 고민의 기회가 있었더라면, 아마도 자기는 초등교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깨달음의 고백 말이다. 

필자는 이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오랜 시간 고등학교에서 입시지도를 통해 전교 1~2위의 수재들만이 교대에 입학하는 자격을 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대변할 수 있다. 그런 공부만 하던 인재들이 세상의 험한 파도에 싸우기엔 너무도 허약하다. 학교의 시스템이 그들을 중심에 두고 작동되었기에 그들은 동료들의 우상으로, Teacher’s pet(교사들의 애완인)으로 살아왔다. 

그들은 자신에 대해 별로 생각할 겨를이 없이 오직 전교 1등의 공부를 위해서만 달려왔다. 오직 안정된 직장, 만 62세 정년이 보장된 철밥통 교사를 위해서 말이다. 현시대에 교사로 살아가야 하는 정체성에 그들이 한없이 흔들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나 교사가 되기를 꿈꾸어 본 적이 없는 수재들은 더욱 갈등의 폭이 크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시대적인 화두가 된 워라벨을 꿈꾸기를 강요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교사만큼 유리한 직업은 없다. 

그러나 저자는 이제 깨닫는다. 교육전문가로서 학교, 교육, 사회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교사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변화의 흐름이 학교 현장에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보수적인 학교가 이제 드디어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교직의 장점인 안정성은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일어날 직업, 환경적 변화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변화하는 현실을 제대로 알고 성찰하지 않으면 교사는 개인의 불행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적⋅교육적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 우리 교육은 세대와 직업, 교육과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직의 초년생은 물론 20년 이상의 고경력 교사까지 함께 생각을 나누고 그들의 신념과 생활을 돌아보며 대화를 나눈 이 책은 교사란 얼마나 직업과 소명을 삶 안에 녹여내는 사람들인지를 실감나게 드러내고 있다. 

100여명의 교사를 취재하며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교사는, 여교사는, 남교사는, 경력교사는, 초임교사는 어떠해야 한다’는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프레임을 떨구고 모두가 이 틀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생각에 깊은 공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이고 싶다. 어떤 압박에도 자유롭게 자기다운 모습으로 사는 것은 모든 세대의 과제이다. 교사를 향한 온갖 시선 속에서도 소신을 지키고, 평교사로서 자랑스럽게 나이를 먹으며 자기 모습으로 살아가는 교사들이 많기를 바란다. 

후배 교사들은 선배 교사들을 존경과 이해의 눈빛으로 따뜻한 정서를 나누길 바란다. 뒤늦게 고등학교 관리자로 나선 필자는 현재의 위치에서 젊은 교사들을 마음껏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다. 적어도 그들의 이야기에 두 귀를 활짝 열고 경청하려고 한다. 다만 기성세대 이상으로 보수적인 그들에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싶기도 하다. 

필자는 우리 교육을 바꾸고 혁신하려는 젊은 마음을 유지하길 바라기 때문이고 또한 이를 적극 권장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 못지않게 모든 교사는 각자 고유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를 공감하는 자세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교육 동지로 세상의 변화 못지않게 현재의 학교 현장을 아니 우리의 교육환경을 바꾸어 나가는 적극적인 지성인 교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마음에는 사랑을, 손과 입에는 전문성을”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교사에게 진정한 울림으로 다가서기를 필자는 저자를 대신해 다시금 외치고 싶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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