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미 인천용현초 교사
홍은미 인천용현초 교사

1학년도 온라인 수업을?

[에듀인뉴스] “무슨 1학년 애기들까지 온라인 수업을 하라고 해? 코로나 비상시국에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4월 초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는 솔직한 심정이었다. 우리 동네는 학군이 열악한 지역으로 학부모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도 한 몫 했다.

그래도 온라인 수업을 안 할 수는 없으니 동학년 교사들과 고심 끝에 수업내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했다. 아이들도 미디어 노출을 적게 해야 하고, 부모의 학습지도의 부담도 줄여주어야 하므로~

봄, 창체 과목들은 가볍게 최소한으로 다루고 한글학습 위주로 온라인 과제를 만들었다. 좋은 교재들과 자료들이 많은데다 동료 교사 중에 1학년 학부모가 3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1학년 학부모 입장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부담을 적게 주면서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과제를 만들어 올렸다.

온라인 과제만 잘 따라서 해주면 한글해득은 자연스럽게 될 거라 기대하면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

말짱 도루묵

5월 말 등교가 이뤄진 후 그 동안의 온라인 과제 점검을 해보니 허탈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안 해도 될 친구들은 너무나 착실하게 잘해오고, 꼭 학습이 필요한 친구들은 학습한 흔적도 없이 백지상태로 등교를 한 것이다.

부담을 최소한으로 준다는 취지가 온라인 학습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란 식으로 학습책임감까지 결여 되게 만든 것이다.

아무리 교사가 좋은 자료를 만들고 애를 써도 가정에서 협조가 안 되면 초등 저학년은 절대 학습이 불가하다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

당연히 온라인 수업에 대한 회의감도 커졌다.

‘한글 미해득 친구들을 위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나마 주 1회라도 등교를 하니 그때만이라도 집중적으로 지도를 해보리라 다짐했지만 등교할 때마다 다짐은 번번이 실패했다.

너무 많은 인원이, 너무 짧은 시간에 수업을 하다 보니 담임이 아무리 고수라도 못할 일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방학이 다가오니 정말 한숨만 나왔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그래! 역시 '만남'이 필요해"

여름방학 기간 동안 더 방치될 텐데 이렇게 한 학기를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남은 2주 만이라도 아이들을 개별 지도해야겠다는 결단이 들었다.

우리 반 긴급 돌봄하는 친구 두 명을 매일 교실로 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모두 사연이 있다. 하루를 살아가는 8살 아이들의 삶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졌다.

공부도 공부지만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만나지 않고 어떻게 전할 것인가? 만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오면 한글 읽기, 쓰기 공부를 하고, 그림책도 한 권씩 읽어 주었다.

첫 그림책은 ‘괜찮아’였다. 제일 먼저 아이들에게 한글을 몰라도, 숫자를 몰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책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니 처음엔 질문해도 대답할 줄 모르던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해줬다.

2주간의 집중 지도 성과는 놀라웠다. 학습 면에서도 그랬지만 정서적인 면에서 아이들은 급식실에서 나를 만나기만 하면 연신 손을 흔들고 아는 체를 했다.

‘아무도 모르는 학교에서 나를 아는 것이 얼마나 든든할까?’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이만하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들도 너무나 고마워하셨다. 그리고 담임에 대한 태도도 매우 호전적으로 바뀌었다.

2학기는 '1대1 학습결연' 운동과 함께

2학기에는 1학기 온라인 수업의 실패를 교훈삼아 어떻게 하면 아이들도 부모들도 즐겁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 결론은 온라인 상에서도 자주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재밌는 학습내용이라도 일방적인 온라인 수업은 쉽게 지치고 힘이 들기 마련이다.

공부한 소감을 묻거나, 생각할 질문들을 넣어 온라인 학습을 만들고, 과제 결과도 자율적으로 사진으로 올리도록 격려 했다. 그리고 매일 아이들이 쓴 글에 피드백을 해주니 과제 참여율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아이들 과제 결과가 공유되니 자연스럽게 학습의욕도 높아지고 같은 반이라는 소속감도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개별만남이 필요한 아이들은 더 두드러졌다. 가정상황을 봐도 아이 학습에 더 신경 써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아이들을 따로 만나야 할까?' 또 고민이 생겼다.

그런데 2학기에는 학습부진 지도를 학교차원에서 해준다고 한다. 또한 수도권 감염이 확산되는 상태에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무엇보다 2학기는 더 바빠졌다. 코로나로 계속 미뤄뒀던 행사들과 업무들이 몰아치니 아이들이 등교 안 해도 교사들은 너무 바쁘다.

너무 열심히 해도 자기만 참교사인 것 마냥 나선 달까 봐 동료 교사들의 눈치도 보인다. 아이들과 개별 만남을 갖는 것은 여전히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던 차에 1대1 학습결연 운동 소식이 날아들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꼭 만나야 한다는 내 양심의 소리를 묻어두고 싶지만, 이제 그럴 수가 없다.

1대1 학습결연 운동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날마다 애쓰는 교사들이 전국곳곳에 있음을 확인했기에.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겁다는 명제는 오늘도 진리이기에.

(신청 및 문의=좋은교사운동 사무국)
(신청 및 문의=좋은교사운동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