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n 캡처)

[에듀인뉴스] “내 편인 줄 알았는데 그럴 수가 있어?” “도대체 누구 편이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할 거야?” (……).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주 하는 말이거나 아니면 자주 듣는 말이다. 금방 이 말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애매모호한 행동에 대한 지적이자 강렬한 항의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한다. “엄마와 아빠 중에 누가 더 좋아? ……” 참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딜레마의 극치다. 눈치가 빠른 아이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둘 다 좋아” 라며 순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상대방에게 오히려 심리적 갈등을 유발하는 일종의 언어폭력이다.

이를 현실적으로 적용해 보자. 최근 우리에게 중국과 미국은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 편이냐? 아니면 저쪽 편이냐?”고.

가정에서는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를 두고 편 가르기를 하는 어른이 문제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다. 설마 자기를 선호하지 않는다 해도 어쩌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 냉혹한 생존의 법칙이 존재하는 정글이다. 그래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곧 생존의 문제가 되어 자칫하면 국가의 존망이 갈리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현재의 세상을 조망해 보자. 한마디로 세계는 미‧중의 양강 체제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정치 측면에서 세계의 제1 경제 대국이자 경찰국가를 자처했던 미국은 모든 영역에서 중국의 맹추격을 받아 이제는 예전의 위상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군사·경제·정치‧인권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중국의 대륙 굴기를 꺾는데 사생결단을 낼 태세다.

최근에 미국은 갑자기 중국에게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왜냐면 미국은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생물학 무기로 개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데다 고의적으로 확산시키거나 또는 확산을 방치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중 갈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 사이엔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술절취, 지적 재산권 침해, 소수민족의 인권탄압, 약소국의 대한 영토침범, 약탈적 경제정책, 환경파괴, 남중국해의 영유권 다툼 등으로 상호 간에 깊은 불신이 누적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여 막대한 인명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자 미국 정치권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현재 미국은 모든 매체를 동원해 중국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를 위시한 미국 행정부의 대중 전략은 중국을 단순하게 압박하는 수준이 아니다. 중국공산당을 이참에 허물어버리려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가? 이에 대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결사 항전을 외치고 있다.

(사진=Forbes)
(사진=Forbes)

하지만 중국이 은근히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대중국 강경정책에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속속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죽했으면 중국 군부 내 대표적 강경파이자 중국 국방대학전략연구소 교수인 다이쉬가 “미국이 중국을 때려도 중국을 동정하는 나라가 아무도 없다”고 탄식을 했을까.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절망하는 점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곧 다가올 미국의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현재의 이런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왜냐면 미국의 여야가 강경하게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갈수록 미국과 중국은 한국이 어느 편인지를 밝히라고 협박하고 있다. 트럼프가 반중전선에 합류하라며 거세게 요구하자 이에 질세라 중국은 자기편에 서라며 여러 채널을 통해 노골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우리로서는 미‧중 어느 나라와도 등을 지고 살 수 없기에 그야말로 난감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입 교역국이다. 두 나라 간에는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지대할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통일을 위해서도 중국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반해 미국은 전쟁에서 피를 나눈 혈맹이자 오늘날까지 군사적으로 대한민국 안보에 절대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기축 통화국으로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사실상 제1의 경제 대국이다.

군사력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미국의 눈 밖에 나서 잘된 나라가 없다는 것은 공포의 팩트(Fact)이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요즘 주춤하기는 하지만 역시 중국 못지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만약 우리가 미국과 등을 진다면 ‘6.25전쟁 당시 4만 명이 넘는 꽃다운 청춘들이 생명을 바쳐 멸망하기 직전의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주었고 또한 오늘날 경제번영을 이루기까지 숱한 원조를 해주었는데 그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나라’라며 전 세계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로서는 양다리 걸치기에서 벗어나는 확고한 스탠스(stance)의 표명이 필요하다. 왜냐면 두 강대국은 우리의 양다리 걸치기를 언제까지나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나라인가? 일전에 우리는 사드 배치를 놓고 이미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여 학습을 했다. 이제 우리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우리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전략적 양다리 걸치기가 이제는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이는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의 강력한 주장이기도 하다(2020.9.9.자 칼럼).

물론 지금에 와서 이렇게 선택 상의 막다른 골목에 처한 것은 실리추구라는 명목 아래 ‘전략적 모호성’의 전략을 너무 오랫동안 질질 끌어왔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미국과 중국이 사이가 좋을 때는 별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지금처럼 극단으로 향할 때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수 있다.

이제 국가 경영을 책임지는 정치인들은 이를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들 다수의 간절한 바람을 존중해야 한다. 무엇인가? 우리의 정체성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를 포기하고는 국가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시(國是)를 따르되 현실적으로 국가의 경제적 번영을 위한 실리도 살리는 최고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우리는 중국에게 단호하고 결연하게 말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며, 오랜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는 경제협력으로 공동번영을 추구하고자 한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양다리 걸치기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취할 전략이 아니다. 이것이 현재의 국가적 난제(難堤)를 뒤늦게나마 의(義)와 공동의 이(利)를 지키며 풀 수 있는 지혜이자 우리가 살길이라 생각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