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선생님, 이번 추석은 집에서 가족끼리 조용하게 보내기로 했어요.”

[에듀인뉴스] 코로나 19로 이동을 자제하고 집에서 가족들과 추석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다. 친척들이 북적북적 모여서 정을 나누는 명절도 좋지만, 올해는 가족끼리 도란도란 둘러앉아 시 한 편과 그림책으로 마음을 나눠보면 어떨까?

시집 '나는 지금 꽃이다' 표지.(이장근 저, 푸른책들, 2015)
시집 '나는 지금 꽃이다' 표지.(이장근 저, 푸른책들, 2015)

먼저 이장근의 청소년시집 <나는 지금 꽃이다>를 펼쳐서 시 한 편을 읽어주면서 이야기의 물꼬를 터보자.


박하사탕 맛이야/ 뭐가?/ 허브 냄새가 나기도 하고/ 아이, 뭐가?/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해/ 도대체 뭔데?/ 약수가 손에 닿는 기분이랄까/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여기까지 읽다보면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눈망울을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게 뭘까, 도대체 뭘까?’

연과 연 사이에 잠시 멈추어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면서 이렇게 질문해보자.

“얘들아,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 있는 건 과연 무엇일까?”

“박하사탕 맛이 나면서 파도 소리가 들린다니, 뭔가 시원한 거 아닐까요?”

“음, 저는 왠지 아침 공기가 떠올라요!”

아이들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서 다음 연을 읽어주자.


응, 가을 하늘/ 시각 장애인 형이 느끼는 가을 하늘은/ 내가 보는 가을 하늘보다 생생하다


“아하, 가을 하늘이었구나!”

“우와, 촉감이나 맛으로도 가을 하늘을 표현할 수 있다니!”

이 시의 제목은 <잃어버린 감각>이다.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가을 하늘은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미각, 후각, 청각, 촉각을 통해서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도 잠시 바깥으로 나가서 새로운 감각으로 가을 하늘을 경험해보면 어떨까.

그동안 집에만 웅크리고 있느라 감수성을 잃어버렸다면, 오늘만큼은 감각의 촉수를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가을의 정서를 온몸으로 만끽해보자.

포근하게 내리쬐는 주홍빛 햇볕과 살랑살랑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의 온도, 코끝을 시원하게 하는 청아한 공기의 감촉까지.

산뜻한 가을은 지금 당신의 곁에 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그 아름다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오감으로 가을 하늘을 느끼면서 잃어버린 감수성을 되찾았다면, 이번엔 달의 정취에 푹 빠져볼 차례다.

추석날 둥근 달을 보면서 아이들과 펼쳐보기 좋은 그림책 두 권을 추천한다.

그림책 '달' 표지.(퍼트리샤 헤가티 저, 브리타 테큰트럽 그림, 김은재 옮김, 키즈엠, 2018)
그림책 '달' 표지.(퍼트리샤 헤가티 저, 브리타 테큰트럽 그림, 김은재 옮김, 키즈엠, 2018)

먼저 그림책 <달>을 펼치면 페이지마다 달의 형상으로 종이가 뚫려있다. 책장을 넘기면 커팅 처리된 종이 틈을 통해 달이 차고 기우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브리타 테큰트럽은 달빛이 비추는 밤의 생동감을 종이와 종이 사이에 찬란하게 담아냈다.

고요한 밤하늘에 달이 떠올라 생명력을 부여하면, 거북은 알을 낳기 위해 모래밭으로 헤엄쳐 올라오고 해파리는 밤바다에서 느물느물 춤을 춘다.

살아 움직이는 밤 풍경 속으로 지금 당장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그림책이다.

그림책 '오늘은 하늘에 둥근 달' 표지.(아라이 료지 저, 김난주 번역, 시공주니어, 2020)
그림책 '오늘은 하늘에 둥근 달' 표지.(아라이 료지 저, 김난주 번역, 시공주니어, 2020)

어느덧 밤하늘에 보름달이 동그랗게 떠오르면 이제 그림책 <오늘은 하늘에 둥근달>을 꺼낼 때가 됐다.

책을 열면 손으로 빚은 것처럼 부드럽고 폭신한 달이 페이지 가득 펼쳐지는데, 마치 종이 너머에서 실제로 빛이 비추어져 나오는 것처럼 노란 색감이 눈부시고 황홀하다.

달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와 분위기를 고스란히 종이에 담아서 손바닥 안에 간직하고 싶다면 이 그림책을 꼭 펼쳐보시라.

둥근달을 마주하면 내 마음 속 뾰족하고 모난 구석들도 동글동글해진다.

노란 달빛 아래 가만히 서서 올 한해 가족들에게 뾰족한 말로 상처주지는 않았는지 떠올려보자. 따끔하고 아픈 순간이 떠오른다면 넉넉하고 보드라운 품으로 서로를 꼬옥 안아주자. 오늘만큼은 하늘에 둥근달이 떴으니까.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추석 날 시 한 편과 그림책을 가지고 가족들과 함께 도란도란 따뜻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 질문입니다.

1. 오늘 내가 만난 가을 하늘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오감(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을 동원해서 다양한 감각으로 표현해봅니다.

2. 올 한해 가족들에게 뾰족한 말로 상처 주었던 순간이 있나요? 밤하늘의 둥근달을 보면서 넉넉한 품으로 서로를 꼭 안아주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