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씽킹으로 자기주도학습능력, 어떻게 기를 수 있나

[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호민애 서울대사범대학부설중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대표
호민애 서울대사범대학부설중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대표

[에듀인뉴스] 핸드폰을 보다가 엄마의 전화에 급하게 과제를 제출하는 중학생, 수업을 보면서 잠을 이기지 못하는 고등학생의 모습...

얼마 전 모 방송국의 다큐멘터리에 담긴 학생들의 모습이다. 이 방송이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것은 많은 사람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많은 학생의 생활 습관은 무너졌고 출석과 과제 제출 전쟁은 학부모와 교사를 지치게 만들었다. 2학기 전면 등교에 기대를 걸고 있을 때쯤 코로나19는 다시 확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학기 수업을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1학기보다 생활 습관이 더 무너진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활 습관을 학생에게만 맡겨 두지 말고 스스로 성찰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중학교에 맞는 공부 방법과 독서 방법 등을 안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2학기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습 코칭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2학기 개학을 맞이하여 중학교 1학년들과 함께 2학기 계획 세우기부터 진행했다. 비주얼씽킹으로 2학기 계획 세우기 활동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1학기 모습 되돌아보고 2학기 기대하는 모습 생각해보기

2단계 : ERRC로 계획세우기

3단계: 비주얼씽킹으로 계획을 구체화하기

1학기 때 배운 비유를 통해 자신의 1학기 모습과 2학기 기대하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국어 수업의 내용을 복습도 하였다.

학생들은 계획을 막연하게 세울 때가 많기 때문에 ERRC 프레임으로 학습지를 제작하여 체계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ERRC는 블루오션 전략 책에서 김위찬 교수가 제안한 것으로 ▲제거할 것(Eliminate) ▲감소할 것(Recude) ▲증가시킬 것(Raise) ▲창조할 것(Create)의 약자이다.

ERRC 학습지를 활용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거할 것은 무엇인가?, 감소할 것은 무엇인가?, 증가시켜야할 것은 무엇인가?, 새롭게 창조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막연한 목표를 구체화시킬 수 있다.

1학기 때 자신의 모습을 대부분 학생들은 어둠, 나무늘보, 돼지, 코알라 등에 비유했다. 막막했고 게을렀고 무엇을 할지 몰랐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자신들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례가 많았다.

2학기에는 대체로 게으름을 벗어나기,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기 등이 많았다. 구체적인 수업 단계는 다음 표와 같다.

학생들은 2학기 모습을 1학기와는 다르게 기대했지만 막상 계획을 세우라고 하면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

ERRC 프레임은 자신의 삶을 다각도로 생각하고 세우는데 도움을 준다. 학습지를 작성할 때 보면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이 계획을 달성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도록 했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RRC 학습지로 작성한 계획표이다. ERRC를 통해서 자신의 생활을 다각도로 생각하게 된다.(사진=호민애 교사)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RRC 학습지로 작성한 계획표이다. ERRC를 통해서 자신의 생활을 다각도로 생각하게 된다.(사진=호민애 교사)

몇 명 학생들은 ‘일찍 자기’를 ‘11시에 자기’로 수정하기도 하였고 ‘운동하기’를 ‘하루에 30분 운동하기’로 바꾸기도 했다.

이 단계에서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한 학생들은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할 때 구체화하면 된다.

글로 표현한 것을 이미지화하면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는 것은 계획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수업을 하나씩 진행해나가면서 교사는 제목(타이틀)을 만들고 학생이 자신의 생각이나 활동 결과물을 올리게 한다. 패들렛은 수업의 과정을 시각화하는데 도움을 주며 학습자가 학습의 과정을 성찰할 수 있게 돕는다.(사진=호민애 교사)
수업을 하나씩 진행해나가면서 교사는 제목(타이틀)을 만들고 학생이 자신의 생각이나 활동 결과물을 올리게 한다. 패들렛은 수업의 과정을 시각화하는데 도움을 주며 학습자가 학습의 과정을 성찰할 수 있게 돕는다.(사진=호민애 교사)

패들렛을 통해 전체 수업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점점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임을 안내하면서 자신의 계획을 계속 점검하도록 한다.

ERRC 학습지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면 계획을 더 구체화할 수 있고 자신의 계획을 이미지로 계속 생각하는 과정에서 실천 의지를 더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동기 유발이 비주얼씽킹 과정에 있어야 비주얼씽킹 과정을 불필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임할 수 있다. 우리는 상상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동기 부여 이야기를 해 주어도 좋다.

(사진=호민애 교사)
(사진=호민애 교사)

이렇게 컴퓨터나 패드를 활용해서 표현하는 학생도 있다.

(사진=호민애 교사)
(사진=호민애 교사)

종이로 표현하는 것보다 컴퓨터나 패드를 활용하는 것이 편한 학생들은 사용하도록 허용해주고 종이가 편한 학생은 종이에 표현하게 한다.

하나의 도구를 사용하게 하기 보다는 각자가 편한 도구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사진=호민애 교사)
(사진=호민애 교사)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출석을 안 하는 학생들, 과제를 안 내는 학생들 때문에 답답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사실 학생들은 정말 잘하고 싶어 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못하고 있는 것을 알지만 유혹에 넘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활동을 한다고 해서 한 번에 좋아질 순 없겠지만 이렇게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고 생각의 힘을 키우다보면 조금씩 성장해나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