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패소 교육부, 항소 선택으로 법정 공방 재돌입...대법까지 최소 2년 예상
이명주 "교원 양성체제 개편 등 현안 산적한데...학생 교육권 먼저 생각해야"

이명주 공주교대 총장 1순위 후보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용제청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판결문 일부 편집 및 캡처.
이명주 공주교대 총장 1순위 후보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용제청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판결문 일부 편집 및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법원이 이명주 공주교대 총장 1순위 후보자의 임용 제청을 거부한 교육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지난 9월 1일 내렸다.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1순위 총장 후보의 임용 제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교육부는 항소를 선택, 공주교대는 앞으로 최소 2년간 총장 공백 사태를 맞이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이명주 공주교대 1순위 총장 후보자(교육학과 교수)가 임용제청을 거부한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임용제청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해 6월부터 1년 넘게 이어져온 공주교대 총장 공백 사태가 마무리되나 싶었지만 교육부가 항소에 나서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법원 판결 요지는?...근거와 이유 제시하지 않은 처분 위법


이명주 교수는 지난해 11월 제8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에서 학생 82%, 직원 80%, 교수 63%의 득표를 얻어 종합득표율 66.4%를 차지, 1순위 후보자 자격을 갖췄다.

학교 구성원 및 지역 주민들은 해당 지역 출신이자 공주교대 17회 졸업생인 이명주 교수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1년 만에 처음으로 모교 출신이 총장직을 수행하게 됨에 따라 지역과의 상생 협력 모델을 통해 대학과 지역의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교육부는 임용제청 여부를 3개월을 끌더니 올 2월10일 ‘총장임용후보자 재추천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공주교대로 보내 이명주 1순위 후보자의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와 사유를 적시하지 않았다.

특히 이명주 교수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정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기준 7대 비리(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관련범죄)에 해당 사안이 없다고 주장해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이 교수는 “임용제청을 거부하면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 제23조 1항에 위배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가 제시한 행정절차법 제23조 1항에서는 ‘행정처가 처분을 할 때는 경미한 처분, 긴급한 처분 등을 제외하고는 당사자에게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제서야 교육부는 2월 13일이 교수 본인과 배우자의 교통 범칙금, 2008년 대전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자신의 저서 36권을 유권자에게 나눠준 혐의로 선고받은 벌금형, 이 교수가 교육부의 공주교대 감사에서 받은 주의 처분 등 세 가지 이유를 적시한 공문을 이 교수에게만 통보하면서 의구심을 더했다.

재판부는 교육부의 이 같은 업무 처리 방식이 행정절차법에 위배돼 위법이라고 판단했으며 후에 이 교수에게 거부 사유를 통보한 것은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명주 교수는 이번 판결에 대해 “현재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교원 양성 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라며 “그간 공주교대는 이 논의에 의견을 낼 수조차 없었다. 국가 백년지대계를 만들어갈 체제 전환이라는 중요한 길목이라 아쉬움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 변화에 맞는 전략을 세워 대학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공주교대가 훌륭한 교육자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역민과 학교 구성원은 힘을 합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공주교육대학교는 13일 오후 2시 30분 공주교대 정문 앞에서 총장 임용을 거부한 교육부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2020.02.13.(사진=지성배 기자)
공주교육대학교는 13일 오후 2시 30분 공주교대 정문 앞에서 총장 임용을 거부한 교육부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2020.02.13.(사진=지성배 기자)

대법 판례 있는데도 항소 선택 교육부...최소 2년 총장 공백 불가피, 학생 교육권은? 


이명주 교수 소송대리인은 “이번 사안은 대법 판례도 있는 명확한 사안이라서 변론 기일도 1회로 마무리 됐다”며 “교육부가 항소를 했어도 고등법원에서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 봤다.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고등법원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의 판결을 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면서 “1심 판결 1주일 정도 지나자 교육부는 바로 항소를 진행했다”며 “그들이 패소를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생각은 달랐다. 대법 판례를 기반으로 한 1심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

교육부 관계자는 “애초 총장 임용 제청은 학교 측에서 한 것이라 학교로 다른 후보를 추천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당사자의 명예를 존중하기 위한 절차였다. 대법 판례를 기반으로 한 이번 판결에 수긍할 수 없어 항소를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육부 항소로 인해 공주교대의 총장 공석 상태는 앞으로 최소 2년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2심 결과가 뒤집힌다고 해도 대법 판례를 기반으로 이명주 교수 측은 대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교육부 역시 2심 결과를 받아 보고 대법까지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 포기하지는 않을 심산이다.

이명주 교수는 “교육부가 1심 재판을 수용한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피해를 입는 쪽이 없다“며 “교육계 문제는 교육적인 부분이 더 깊게 고려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공주교대가 혁신의 길로 나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도와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학교에 총장이 없을 경우 중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교대의 경우 현재 교원 양성체제 개편 등 시대적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이명주 교수는 “선출직은 선관위가 당선증을 주면 당선과 마찬가지로 처리해야 한다”며 “선출직을 두고 교육부에 임용 제청을 해야 하는지는 헌법 소원까지 가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현행범, 징역형 등 7대 비리 가이드라인 아니면 임용 제청을 수용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교육부의 항소에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