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우화(寓話)는 장르적으로 보면 서사적인 것과 교훈적인 것이 절충된 단순 형식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이 가르치는 교훈은 비교적 저차원적인 사리 분별을 위한 것이나 우리 삶에 알아두면 좋은 실용주의적인 것입니다. 같은 형식으로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도시와 환경, 그를 이루는 많은 건물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일상에서 놓치고 살았던 작은 부분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진솔한 물음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에듀인뉴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또 한 번의 삶의 변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물리적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작게는 거주하는 공간에서 시작하여 크게는 도시공간까지 대대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과연 우리의 도시와 삶은 어떤 부분이 어떻게 변화할까?

(출처=https://blog.naver.com/nak426/222096578955)
(출처=https://blog.naver.com/nak426/222096578955)

재택근무 "시간 및 넓은 인재풀 확보 가져와"


먼저 근무형태의 변화가 있다. 근무는 삶을 위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수단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출퇴근 방식으로 근무할 수가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교대로 출퇴근하기도 한다. 업종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무직은 이미 재택근무의 형태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재택근무의 장점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우선으로 뽑는다.

OECD기준 평균 출퇴근 시간은 28분이지만, 대한민국 수도권 평균 출퇴근 시간은 평균 1시간 55분으로 26개 회원국 중 통근 시간이 가장 길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를 반기는 직장인들도 상당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미국 브라운대에서는 출근 시간이 1분 늘어날 때마다 운동할 시간은 0.0257분, 음식 준비할 시간은 0.0387분, 수면은 0.2205분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또한 미국의 한 의학저널에 따르면, 24km 이상 통근하는 사람들은 비만일 확률이 높고, 15km 이상 통근하는 사람들은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는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원인도 적지 않다고 했다.

물리적 공간이동의 자유는 시간의 자유 또한 가져다주었다. 따라서 많은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활용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이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재택근무는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또 다른 장점은 인재풀이 넓어졌다.

예를 들어 가사노동을 하는 전업주부도 시간을 내어 일을 할 수 있고, 국경과 시간을 넘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전부터 유행처럼 번지는 ‘유투버’라든가 또 다른 비대면 파트타임 일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한 가지 직종에 구애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능력만큼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 예상한다.

이처럼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어느 정도 벗어나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문제는 그 모든 역할을 한 공간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일에 따라 분류된 공간이 주거 공간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아무리 된장국이 맛있다 한들 ‘뜨악’할만한 와인잔 된장국.(출처=https://gae9.com/trend/2MZWczYSNQwy#!new/37233)
아무리 된장국이 맛있다 한들 ‘뜨악’할만한 와인잔 된장국.(사진=sbs 캡처)

와인잔에 된장국을?


우리는 사회에서 여러 가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따른 공간이 있었다.

회사원으로의 역할은 회사에 출근을 할 때부터 지속된다. 퇴근 후 아빠, 엄마, 형, 누나와 같은 가족구성원의 역할은 집에서 이루어진다. 학생은 학교 운동선수는 운동장에 있을 때 제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역할은 그 역할을 발휘하기에 좋은 공간에 있어야 효율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서 시행하는 재택근무는 집에서 이루어지는 근무형태다. 그날그날 나에게 할당된 업무를 수행하고 일을 마치면 바로 집으로 복귀다. 출퇴근길을 거치는 시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역할이 바뀐다.

그렇게 되다보니 일과 삶의 구분이 그닥 없어진다. 일을 하면서도 가사를 하고 가사를 하면서 일을 한다. 업무를 빨리 처리할수록 그만큼의 자유시간이 늘어난다. 분명 나는 집에 있지만 시간마다 혹은 필요한 순간마다 나의 역할은 바뀐다.

이런 현상이 단지 효율적이라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와인을 마실 때 와인잔을 사용한다. 형태는 와인의 향을 오래 머금고 와인을 따를 때 공기와의 마찰을 잘 줄 수 있도록 되어있으며 손의 온도가 와인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잔 밑은 얇은 유리기둥을 두었다. 와인잔 특유의 예쁜 형태를 떠나 와인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없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만약 이 와인잔에 된장국을 먹는다면 어떨까? 새로운 느낌의 퓨전이라며 좋아하며 와인을 마시듯 된장국을 마시는 사람이 과연 온전한 정신의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의 공간도 마찬가지다. 공간이 만드는 환경은 인간에게 큰 영향을 준다. 사무용품과 사무용 가구들이 만드는 사무실 특유의 향, 땀 냄새와 열을 식히기 위해 약하게 틀어둔 에어컨이 있는 헬스장, 기도와 찬양소리로 가득한 교회, 분명 일도 운동도 예배도 집에서 할 수 있지만 공간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에 있을 때 목적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공간의 합목성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다.

프랑스는 이 상황에서도 재택근무 수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월부터 6월초까지 3개월간 실시된 자가격리 기간 동안에는 44%가 재택근무를 했고 이후 22%로 줄어들었다. 파리 외곽지역은 39%에서 15%로 재택근무자의 수가 줄어들었다.

이후 환경부 장관 엘리자베스 보네(Élisabeth Borne)에 의해 회사 내 마스크착용을 의무화 하였고 바이러스가 있는 지역에 한해 재택근무자의 자리를 확보하도록 지시되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럴 수 없겠지만 업무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소통)이다.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피드백을 통한 수정, 업무지시, 브레인 스토밍 등 한 공간에서 목적을 공유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업무의 효율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비록 하루에 1만7000명의 확진자가 나오지만 프랑스는 기존 업무방식을 고수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왜일까?

건축공간은 사람과 사람의 물리적 사회 관계를 형성시키며 최소한의 인간성을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

학교의 기능은 학업의 전수에 있지만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 선후배 관계, 같은 학급의 교우관계와 같은 사회성도 함께 키우는 역할을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일만 잘하는 직원보다는 일도 잘하고 사내 관계도 좋은 직원을 더 선호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변수는 정해진 업무처럼 딱 떨어지는 일이 없어 결국 한 사람의 인간성이 어떠냐에 따라 변수의 결과가 달리지기 때문이다.

결국 어쩌면 질병보다 무서운 건 인간성 결여가 아니었을까?

회사의 본질은 돈만 버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다. 자신의 일을 통한 자아실현도 회사의 업무를 통해 실현하며 그것이 일을 하는 동기가 되고 업무에 임하는 자세 또한 바꾼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간구성 변화 – ‘콤팩트’ 시티에서 ‘에코’ 시티로.(이미지=유무종)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간구성 변화 – ‘콤팩트’ 시티에서 ‘에코’ 시티로.(이미지=유무종)

실내 공간의 변화


재택근무가 되었든, 출퇴근 근무가 되었든 공간의 변화는 필수적으로 되었다. 한 공간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의 수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우리의 공간도 탄력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기에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가구업을 하는 지인과의 대화에서 얻은 몇 가지 내용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선 때와 상황에 따른 가변성을 집안에 주기 위해 가구선택을 할 때 가벼운 경량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각 가족구성원이 공유했던 가구는 구성원의 수대로 나누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소파 대신 1인용 라운지 체어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구의 디자인도 어느 정도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아파트나 소형 주택이 대부분이니 크기가 콤팩트하고 얇고 가볍지만 튼튼한 재질로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여행을 제한 받아 여행을 위한 돈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가구를 사들이는 것으로 여가를 대체할 상황도 예상한다.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에도 가변성을 주어 낮과 밤, 시간대에 따른 쓰임의 변화에 용이한 디자인도 예상한다.

공간의 변화 또한 수직적 확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수렵채집 시절에는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의 사이에 자연을 두고 거리를 유지했다면 산업혁명 이후 코로나 전까지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아파트 형태의 공간 구성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다시금 공간 사이에 여유 공간의 필요성이 요구되며 동시에 공간구성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수평적 확장은 도시면적을 고려했을 때 어려울 것이라 수직적 확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여유있는 층고를 확보하여 거리두기를 실현할 것이고 기존의 벽식 구조에서 탈피하여 기둥식 구조로 바뀔 것이다.

허나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100년전에 르꼬르뷔제에 의해 실현된 건축개념이다. 기둥으로 확보한 공간을 사용자의 편의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어 같은 구조의 집을 소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재택근무를 하게 된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의 모습은 이제 하나의 쓰임에 하나의 역할만을 담을 수는 없게 되었다. 또 질병으로부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여유 공간 또한 필요한 시점에 공간과 가구의 가변성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내부 지향성을 갖되 친환경적 여유 공간을 통한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면 하나의 아파트 안에서도 다양한 표정의 공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도시설계사,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건축학 전공 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Université Grenoble Alpes에서 도시학 석사졸업, 파리고등건축학교 Ecole spéciale d’architecture (그랑제꼴)에서 만장일치 합격과 félicitation으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파리 건축설계회사 AREP Group에서 실무 후 현재 파리 건축사무소 Ateilier Patrick Coda에서 근무 중이며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건물과 도시, 사람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건축가입니다. 우리의 삶의 배경이 되는 건축과 도시의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유용하게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