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국회와 지방의회의 고질적 문제는 항용 사람의 문제였다. 의회는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고 스스로 입법 권력을 행사하는 헌법기구이고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다. 지방의회의 의원 역시 주민직선을 통해 선출되어 조례를 제정하고 단체장을 견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들에게 주어진 권력은 국민의 것이고 국민을 위해 행사되어야 하지만, 갈수록 의원들의 이기적 행태와 자질문제가 거론되고 병폐는 고쳐지지 않는다. 당연하다. 제도적으로 훌륭한 인재들의 진입을 의회가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는 이기적이고 이해관계가 충만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자신과 관계된 사업에 수천억원의 사업비를 몰아 준 국회의원, 자신이 돌아 갈 회사 혹은 사립재단에게 가장 유리한 법률과 조례를 제․개정하는 의원들, 검찰과 법원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개혁입법을 가로막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재벌의 비호를 받는 의원…. 그들의 만행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의회가 애초부터 부패의 싹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진 결과 대한민국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일찍이 폐지되어야 할 고등고시, 경찰대학, 교장과 교감 자격증제, 정부관료들의 전관예우 등은 법령을 토대로 하여 세세연년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정부와 국회가 만들어준 제도를 깔고 앉아서 정부와 기업, 검찰과 법원의 권력을 독과점하고, 고급정보를 교환하면서 부동산 투기와 권력형 범죄를 양산했다. 특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제도가 온존한 것은 고시출신 판사와 검사, 경찰대 출신 간부, 어용 교수 등이 국회와 지방의회의 의원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그들의 만행으로 세대 간의 불화와 젊은이들이 좌절, 저출산 공화국이 만들어졌다.         

한국의 정치는 인적자원 확보에서 명백히 실패하고 있다. 국회와 지방의회를 자신의 사업확장에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정치를 하려면 돈이 많거나 직업도 모호하고 거의 유복한 실업자 수준이어야 가능하다는 저간의 지적은 국제적으로 창피스런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관행은 오랜 세월 독재정권의 잔재로 남아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가입, 선거운동 자유를 금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 개정을 권고했다. 

국민 기본권 확대와 차별 해소를 위한 조치였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2020년 4월 23일 “국가공무원법이 교육공무원의 정당 설립 및 가입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현직 교사의 헌법소원에 대해 ‘그밖의 정치단체’ 부분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정당 설립 및 가입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65조1항의 규정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모순된 판결이다. 이는 직진과 좌회전 동시 신호에서 직진은 허용하되 좌회전은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와 같다. 

정부는 헌재의 판결을 수행하기 위해 한술 더 뜨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1항에 따라 “공무원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는 정당 및 그 밖의 정치단체의 범위”를 구체화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9월 25일에 입법예고 하였다. 

국회정론관에서 '교원 정치기본권 찾기 연대' 소속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교원 정치기본권 찾기 연대' 소속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개정안은 ‘그 밖의 정치단체’를 ‘창당준비위원회, 후원회, 선거운동기구,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등으로 특정하였다. 만약 공무원 개인이 속한 노조나 단체가 이 사항에 저촉이 되면 어찌되는가? 개정안에는 그에 대한 답도 없다. 한마디로 정치의 퇴행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독재정권의 부정선거에 공무원 집단이 이용되었고, 그로 인해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혐오증이 깊어진 배경이 있다.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의 ‘정치감정’이다. 

그러나 갈수록 나라의 경제는 피폐해지고 지방자치는 썩어가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일반 공무원의 정치활동 불허는 백번 양보해서 이해한다 해도 교사집단마저 불허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 

교사만큼은 의회와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진출하고 정당가입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썩은 물’ 타령을 하며 한정된 ‘불신의 정치적 인적자산’을 갖고 정치를 지속하는 것은 자멸로 가는 길일뿐이다. 

물론 교사집단이라고 해서 마냥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교사에게 정치참여를 허용하여 지방자치를 살린 선진국의 사례는 간절한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 상식을 믿어보자.

한국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 교육기본법 제6조 및 제14조 제4항, 사립학교법 제55조 등에서 대학교원을 제외한 초중고 교원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교사에게 정치활동을 불허하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이다. 정치적 자유를 대학의 교원에게는 허용하되 교사에게 불허하는 것도 차별이다.

교사에게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학교가 정치판이 되고 교육은 오염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질없는 상상일 수 있다. 

교사는 성적의 조작이나 체벌, 성희롱 등 각종 행위에 대해 처벌과 징계를 받는다. 만약 발생할 수 있는 정치 편향의 행동에 대해 관련법을 제정하면 부정적인 행위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건 상식이다.

아직 도입되지도 못한 정책을 놓고 이데올로기적 비난부터 하는 것은 논리적 억측이다. 돌이켜 통금이 폐지되던 날을 상기해보자. 각종 엄청난 우려와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미카엘 드라포스는 현직 중학교 지리교사다. 사회당 당원이자 시의원 경력을 지닌 미카엘은 지난 8월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 프랑스 몽펠리에의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시장으로 근무하다가 임기를 마치면 다시 교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는 교사에게 정당가입과 정치적 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독일의 교사는 기본법 제5조 1항의 일반적인 의사 표현의 자유와 제8조의 집회의 자유, 제9조 1항의 결사의 자유에 따라 정치활동을 보장받고 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교사출신 지방의원들이 절반을 상회하거나 가장 많은 직업군의 배경을 갖고 있다. 

뭐 이익이 생기는 자리가 아니니 비교적 평범한 지식인에 속하는 교사들이 의원을 하고 임기를 마치면 학교로 돌아가게 되니 큰 말썽이 생길 리가 없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교사들이 정치참여를 허용받았다고 해서 그로 인해 학교현장이 편향적인 정쟁의 장이 된다거나 교실이 정치활동으로 오염되었다는 보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교사의 인적자산을 정치적 자산으로 연계하여 활용하는 유럽이라고 해서 교사의 정치활동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다. 알다시피 어느 나라나 지방자치는 문제가 많다. 경제나 교육의 자립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는 그것을 기획하고 동시에 견제하는 인적자산의 확보에 있다. 

국회의원이나 시장, 교육감과 시의원 등 주요한 인적자산에 비교적 고학력과 신뢰를 갖고 있는 교사들을 진출하게 하는 것은 청렴도 확보와 부패방지에 매우 효과적이다. 정치활동을 자신의 사업이나 이익에 연계하는 풍토는 ‘그렇지 않은’ 집단을 개입시킬 때 방지될 수 있다. 

시장과 시의원 일을 수행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교사에게 정치활동은 개인적 사업의 이익과 관계가 없는 일이고, 동시에 ‘교육의 정치적 반영’이라는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말하자면 교사집단은 비교적 깨끗한 시정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황금연못인 셈이다.

그래야만 교장자격증제 폐지, 대학과 입시개혁, 사법개혁과 교육개혁도 민의를 반영하여 책임있게 이룰 수 있다. 교사의 정치참여를 법제화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