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년제 실시, 초등 1학년 교실 온돌 사업 등도 일방적 추진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부산시교육청이 2021년까지 2년간 965억(2020년 319억, 2021년 646억)을 투입하는 ‘부산형 블렌디드 러닝’이 현장 의견 수렴없이 급하게 추진되고 있어 교사들의 지지와 공감이 현저히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산교사노동조합(부산교사노조)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교사 1107명을 대상으로 ‘부산교육정책에 대한 조합원의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먼저 전체 응답자 1107명 중 22.9%인 254명만이 ‘부산시 교육청이 선도하는 블렌디드 러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51.1%인 566명은 '알고는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했고, 25.8%는 '아예 모른다'고 답했다.

부산교육청은 블렌디드 러닝 사업에 2021년까지 2년간 965억(2020년 319억, 2021년 646억)을 집중 투입해 초중고 631개교에 첨단 에듀테크 기반 온·오프라인 혼합 교육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올해 9월부터 2023년 2월까지 2년 6개월간 5개 블렌디드 러닝 연구학교를 선정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교사노조는 "연구학교 지정과 거의 동시에 부산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실시되는 사업이 말이 되는 가"라며 "연구학교의 의미와 연구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이 물리적인 환경 개선에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지나친 낭비라고 걱정하고 있다"면서 "그에 맞게 수업 컨텐츠나 다양한 소프트웨어 제공, 학습자의 인터넷 환경 개선도 발맞춰 가야 효과적인 블렌디드 러닝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온라인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실 시설을 바꾸는 것만큼, 수업을 이끌어갈 교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시간 내에 ‘부산형 블렌디드 러닝’의 성과를 내는 것에만 급급한 나머지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학교별로 다양한 사정을 감안해 현장을 점진적으로 바꾸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블렌디드 러닝 뿐만 아니라 자유학기제(6개월)에서 자유학년제(1년) 전환, 교실 당 3000만원 예산을 투입 초등 1학년 교실환경 개선사업 등도 부정적이었다.

부산교사노조는 "부산은 현재 학교 자율이라고는 하지만 95.9%의 학교에서 자유학년제가 실시되고 있어 전면실시와 다를 바 없다"면서 "현장은 취지는 좋으나 현재 학교 시스템, 입시제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자유학기제를 1년으로 늘려서는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자유학기제(년)로 인해 교육과정·수업혁신(수업방법 개선)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는 아주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16.2%(179명), 보통이라는 응답이 30.2%(334명)인 반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8%(474명)로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초등 1학년 교실환경 개선 사업 역시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학급당 학생수가 25명을 초과하는 학급들이 많은 만큼 교실 바닥에 온돌을 까는 것보다 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아이들에게 훨씬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에 대해서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위한 교육청 플랫폼 제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어 학교마다 제각각인 기자재 확충과 인프라 확대, 인터넷 환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학생 지원 등을 요구했다.

부산교사노조는 "교사들은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학습도 중요하지만 명백한 학습 결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등교수업이라는 것에 동감한다"면서 "감염병을 예방하고 등교도 늘릴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는 속에서도 교사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 허탈감을 느끼고,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