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 2009년에 나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2010학년도 수능을 봤다. 수능 응시를 결심한 것은 그 해 여름이었다. 6월 모의고사는 이미 지난 후였고,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다고 생각해 9월 모의고사도 건너뛰었다. 혼자서 예전 문제집들을 갖고 공부했다.

수능시험 날, 나는 낯선 상황에 마주했다.

시험지에 겉표지가 있었다. 뒤늦게 안 것이지만 이 겉표지는 시험지가 배부되고 나서 미리 문제를 눈으로 푸는 학생들을 막고자 2009년에 처음 제작된 것이었다.

6월이나 9월 모의고사를 풀었으면 알 수 있었겠지만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간 나는 시험 날 이 겉표지를 처음 받았다.

당황한 나머지 겉표지를 빼고 풀면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영어 듣기를 들으면서 시험지 전체를 펼쳐서 뒷 문항들을 풀었는데 수능 날에는 겉표지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변명인데 그때는 정말 너무 당황해서 백지가 되었다. 평소보다 낮은 영어 성적을 받고 넋이 나갔던 기억이 난다.

이런 경험에서 나는 지난 7월, 수능대책을 9월 전에 발표해서 9월 모의고사 때는 시험해볼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에듀인뉴스>에 기고했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더라도 당시에는 수능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처음 경험하는 작은 것들도 크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9월 28일에서야 대책 발표를 했다. 이 중에서 논란이 된 것은 전면가림막이다.

(사진=https://blog.naver.com/sunboy10/222102953392)
(사진=https://blog.naver.com/sunboy10/222102953392)

책상마다 조달청을 통해 구입한 가로 60㎝, 세로 45㎝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게 된다. 좌우 간격은 충분히 뗄 수 있지만 앞뒤 간격을 벌리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험 때의 상황만 고려한다면 마스크 착용을 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시험만 보는 상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고 식사나 간식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림막이 필요한 이유는 납득 가능하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며 기존의 정책을 철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험생 입장에서는 책상 가림막으로 시험지의 이동에 거슬리는 경험을 시험 날 처음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이에 국민청원이 올라와 반대 여론을 모은 것은 물론, 학교나 학원, 개인이 구매해서 이를 연습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2009년에 모의고사 연습을 한 번만 했어도 수능 때 그렇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이 논란이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조금만 미리 발표해 준비하고 학생들이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면 이런 논란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준비란 원래 각자의 영역이지만, 이렇게 공통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모두가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험생 예비교육을 언제, 어떻게, 무슨 내용을 진행할 것인지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예년 같으면 수험생도 감독관도 하루 전에 교육을 받지만 올해는 감독관 사전교육을 좀 더 철저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수험생 교육이 어떻게 된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다.

수능 1주일 전부터 전국의 고3 학생 모두 전면 원격수업이 실시된다. 추정컨대 이 때를 통해 전국 공통의 교육을 영상의 형태로 제공할 것이다.

단, 학생들에게 미리 시스템을 충분히 숙지시키는 교육을 할 것인지, 아니면 감독관 교육만 하고 수험생들은 당일 날 일어나는 돌발변수에 대해 감독관의 지시를 따르게 할 것인지 아직 알려져 있는 바는 없다.

수능은 늘 끝난 뒤에 감독관에 대한 민원 등으로 많은 후폭풍이 뒤따른다. 올해는 평소와 다른 지침 등으로 더 많은 민원이 예상된다.

수험생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집중해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지 수험생 입장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