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에듀인뉴스] “선생님, 저는 늘 집에 혼자 있어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집 안에 혼자 있는 아이가 많아졌다. 많은 아이가 혼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으면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맞벌이 등 다양한 사정으로 돌봐줄 어른이 없는 경우에는 아이 혼자 보내야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집에 혼자 있으면서 처음엔 이불 속에서 뒹굴 수 있고 컴퓨터도 많이 하니까 좋다고 생각했는데요, 이젠 아니에요. 친구랑 학교가 그리워요.”

많은 아이가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림책 <뒷집 준범이>를 떠올렸다.

그림책 '뒷집 준범이' 표지.(이혜란 저, 보림, 2019)
그림책 '뒷집 준범이' 표지.(이혜란 저, 보림, 2019)

그림책 <뒷집 준범이>의 준범이는 일하러 나간 할머니가 밤에 돌아올 때까지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 준범이는 어둡고 어수선한 방에서 온종일 혼자 논다. 바닥에는 책가방이 널브러져 있고, 바닥에 펴둔 이불 곁에는 장난감 조각이 돌아다닌다.

준범이네는 얼마 전 시장 골목 낮은 집 컴컴한 방으로 이사를 했다. 준범이는 할머니를 기다리면서 혼자서 TV를 보고 그림도 그리면서 씩씩하게 잘 놀지만, 혼자 놀다 지치면 창문을 살짝 열고 바깥을 구경한다.

준범이네 집 창문을 열면 앞집이 보인다. 바로 앞집은 음식점, 그 옆집은 슈퍼, 또 그 옆집은 미용실이다. 어려서부터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서 그런지, 앞집 친구들은 뭐든지 같이 한다. 앞집 친구들이 왁자지껄 어울려 노는 소리가 들리면 준범이는 책장에 발을 딛고 올라가 창밖을 빠끔 내다본다.

“야, 너도 이리 와. 같이 놀자.”

“어? 아… 안 돼. 할머니가 나가지 말고 집에서 놀랬어.”

준범이는 어두운 방 안에서 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향해 우두커니 서 있다. 어느덧 저녁밥 때가 되었는지 음식점하는 강희네 집에서 자장면 냄새가 솔솔 풍긴다.

‘앞집 아이들은 다 같이 둘러앉아서 자장면을 먹겠지? 얼마나 맛있을까?’

준범이는 혼자서 침만 꼴깍 삼킨다. 그러다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준범아 노~올~자!”

준범이가 창문 밖으로 나올 수 없다면 친구들이 들어가면 된다. 동네 친구들이 방문을 열어젖히고 우르르 들어오자 준범이가 혼자 있던 차가운 방에 따스한 온기가 퍼진다.

“배고프지?”

강희네 엄마가 커다란 쟁반 위에 자장면 다섯 그릇을 담아서 창문을 통해 준범이네 방으로 넘겨준다.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서 준범이네 방으로 노란 볕이 들고 환한 기운이 퍼진다. 준범이는 입가에 자장을 잔뜩 묻히고 친구들과 뒤엉겨서 논다. 그 표정이 볕을 쬔 이파리처럼 싱그럽다.

마지막 뒷 면지를 보면 준범이가 일하고 돌아오신 할머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그런 준범이를 바라보는 할머니 표정에서 애잔함과 함께 안도감이 느껴진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창을 하나씩 갖고 있다. 창문 너머 방 안에 혼자 웅크린 아이들이 많아진 요즘, 아이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한 사람의 존재가 더욱 절실하다.

아이가 슬쩍 열어둔 창문을 통해 자장면 한 그릇 내주는 한 사람, 낯선 동네에 이사 온 아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한 사람. 아이 곁에 그런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아이는 홀로 보내야 하는 긴 하루를 조금은 덜 외롭게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이제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온다. 부디 우리의 교실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볕을 전해주는 공간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그늘진 응달 구석에서 시들어가는 이파리도 볕을 쬐고 바람 쐬면 다시 싱그럽게 피어난다. 우리 아이들도 다시 돌아온 교실에서 마음속 창을 활짝 열어젖히고서 가을볕에 활짝 피어나면 좋겠다. 

가을볕에 얼굴이 말갛게 익어갈 아이들의 두 볼을 떠올려 본다. 부디 잘 익은 홍시처럼 아이들의 마음도 붉고 말랑해지기를.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음 놓고 뛰놀면서 넉넉하고 탐스러운 햇살을 만끽할 수 있다면, 이 가을 더 바랄 것 없겠다.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따스한 온기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 질문입니다.

1.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때 나는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친구나 이웃, 사람들이 그리웠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봅니다.

2. 나에게도 강희네 엄마처럼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한 사람이 있나요? 주변의 이웃과 친구, 어른들을 떠올리면서 이야기 나눠봅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