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교원의 양성과 운용②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워드 클라우드로 칼럼의 내용을 만들어 표현.(사진=홍후조 교수)
워드 클라우드로 칼럼의 내용을 만들어 표현.(사진=홍후조 교수)

[에듀인뉴스] 최근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여 취업준비를 하던 젊은이들을 절망시킨 적이 있다.

문정부 들어 정부출연연구소에서도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정규직화한 결과 연구역량이 떨어지는 이들이 들어와 기존 연구원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정상적인 절차라면 결코 임용되지 못했을 정도로 실력이 부족한데 직무도 태만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블라인드 채용을 하니 연구역량을 가늠할 수가 없다고 한다.

자격미달자가 자리를 차지하면서 성실하고 뛰어난 이들이 일자리를 얻기가 더 어려워지는 불공정한 처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교육계라고 다르지 않다. 선거를 치르는 교육감들은 선거에서 이기는 능력은 탁월해보이나, 그간 일해 온 것을 보면 교육적 식견은 신통치 않다.

학교에서도 그렇다. 학교에서 교장의 직책은 매우 중차대한데 특정 교원노조 출신, 교육감 측근이라는 이유로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모제로 교장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무사히 교직 마감' 교장 승진제, 당면한 비판점들


학교에서 교장은 보통 교직경력 20년이 넘는 교원 중에 교감을 거친 뒤 교장 자격 연수 이수, 근무 성적 등 합산 점수가 높은 순으로 임명된다.

교사가 성실히 일하여 일정한 경력과 자격을 갖추어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정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교장은 이런 교원승진제에 의한 경우가 절대 다수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교원승진제에 따라 교장이 된 이들이 빚는 문제가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상당 수 교장은 퇴직 전 2년 정도를 역임하는, 마치 군대로 말하면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가는 말년 ‘병장’ 같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야말로 아무 일없이 ‘무사히’ 교직생활을 마감한다. 어쩌면 교장으로서 남은 교직생활이 너무 짧아 무슨 일을 새로 벌이는 것이 학교에 폐가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교원승진제도의 불합리성이 지적되었고, 더 젊은 나이에 힘차게 일하는 교장이 필요하다는 중론이 있었다.

또 다른 경우는 일찌감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교장이 되어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의 장학직과 학교의 교장직을 오가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런 교장들은 학교에 채 1년도 머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소한 4~5년은 교장이 한 학교에서 교감, 교사, 직원, 학생, 학부모 등과 일심단결해서 꾸준히 일해야 성과를 내는데 그렇지 못하다.

더구나 공립학교는 교장과 교감이 바뀌고, 교사들도 4~5년 만에 전보이동을 하여 학교를 일정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운 교원 운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교장이 한 학교에서 4년 이상 꾸준히 근무하는 제도가 필요하였다.


'좋은 교장 모시자'는 교장공모제,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이런 불합리를 걷어내고 좋은 교장을 모셔서 좋은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은 2007년 교장공모제 도입으로 나타났다. 교장공모제는 교원승진제를 보완하는 제도로 도입되었다.

(이미지=통계청 블로그 캡처)
(이미지=통계청 블로그 캡처)

공모제 아래에서 교장이 될 수 있는 경로는 세 가지다.

우선 초빙형은 기존 교장자격소지자 중에서 선발하고, 개방형은 직업고나 예체고 등 특수한 경력을 요구하는 학교에서 교장으로 모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참여가 가능한데 학교운영위원회가 공모심사를 거쳐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교육청에서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논란이 되는 것은 내부형 교장공모제인데, 이는 교장자격 미소지자인 평교사들이 교장이 되는 경우로, 공교롭게도 특정 교원노조 출신이 태반이기 때문에 종종 문제가 된다.

2010년 이후 임용된 교장 238명 가운데 154명(64.7%)이 전교조 출신이다. 지역에 따라 100%인 경우도 있다. 투명한 과정을 거쳐 임용한다고 하지만, 이들의 자기소개서에는 전교조 활동이나 교육감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 등이 공공연히 드러난다고 한다.

또 미리 내정된 바가 적지 않아 다른 이들은 결국 들러리를 서는 불합리가 연출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니 좌파교육감의 제사람 심기, 보은인사, 인사전횡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한때 군에서 하나회가 그랬듯이, 특정 단체 소속 교사가 과잉 대표되고 있다면 분명 문제 있는 제도이다.

이렇게 발탁된 공모제 교장들은 임명권자인 교육감의 정책은 충실히 따르지만 학생과 교직원 등 학교구성원들을 위해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교원노조의 특성상 교직생활 내내 기존 체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행동에 익숙한지라 반성적으로 숙고하여 창의적이고 건설적이며 인화지향적인 행정을 펼치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전교조지부장 출신 교육감들이나 전교조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교육감들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무제한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신청학교 중 15%에서 50%로 그 수를 늘렸다. 결국 특정 노조 소속 교사들이 교장으로 더 많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지금까지의 결과로 미루어 보면 이 제도는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대해서는 자격 여부,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 공모제 교장의 비율, 공모제 교장의 역할 수행과 성과 등 적지 않은 논란이 계속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문제제기의 핵심은 교감을 거치지 않고도 좋은 교장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리더로서 일정 기간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공모교장은 이를 거치지 않은 것이 약점이다.

학교 내 일부의 일을 맡는 부장교사와 달리 교감은 교장이 되기 전에 학교 전체를 경영해보는 학교의 두 번째 리더로서 중요한 직책이다.

교장이 되어 해야 할 일을 미리 다 해보는 자리이다. 때로는 교장이 직접 하기 어려운 ‘악역’을 맡아 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교에 오는 모든 공문은 일단 교감의 손을 거친다. 공문을 줄여야하기에 가급적 교감 선에서 일을 끝내므로 교감의 업무는 더욱 힘들다.

또, 교감은 학교에서 각종 현황 보고서 작성 및 설명, 교육과정운영계획서 작성 도움, 학교의 각종 규정 정비에서 나이스 입력 사항 점검,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각종 행사 계획 안내, 방학 중 근무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을 한다.

즉, 교감은 학교의 온갖 일은 다 거쳐보는 자리다. 특히 불성실한 교장을 만나면 교감이 그 뒷감당을 다해야 그나마 학교가 돌아간다.

그런데 이런 교감 일을 맡아보지 않은 교사가 곧바로 교장이 된다면 그가 학교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사실 교사에서 곧바로 교장이 되는 이 제도는 처음부터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즉 교사들 중에 교감을 발탁하는 ‘교감’ 공모제도 없는데, 이를 건너뛰고 교사들 중에 교장을 발탁하는 교장공모제를 도입한 것은 참으로 이상하고 잘못된 것이었다.

군에서 연대장을 해보지 않은 이가 곧바로 사단장을 하는 경우에 비유하면 지나칠까? 현재처럼 교감공모제를 건너뛰고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대안은 리더십이 탁월한 교사를 교감으로 발탁하는 교감공모제를 먼저 실시하고, 그 다음으로 교감들 중에 탁월한 이를 교장으로 발탁하는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학교에는 검증된 리더가 필요하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잘 하기는 어렵지만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것은 할 수 있다.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개선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교사에서 곧바로 교장이 되는 길을 폐지한다. 대신 먼저 교사들 중에 교감을 발탁해보는 것이다.

교감공모제를 도입하고 그들이 수년간 교감으로 일하게 하자. 교감으로 일을 잘 한다고 평판을 얻으면 그들을 포함하여, 교감들 중에 일부를 교장으로 발탁해보자.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문제를 줄이는 길은 교감공모제를 도입하여 유능한 교장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 단체 소속은 대표성을 갖도록 비율을 정한다.

중등학교 교장의 경우 특정 학과 출신들이 과잉대표하지 않도록 일정 비율로 상한제를 두고 있는데, 교감공모제에서도 특정 단체 소속 교사들이 과잉대표되지 않도록 일정한 비율을 반드시 정해야 공정한 인사가 될 것이다. 특정 단체 출신이라도 그 물이 좀 빠질 것이다.

공모제 교장이 승진제 교장보다 더 긍정적이라면, 공모제 교감도 승진제 교감보다 더 나을 것이고, 그들이 훗날 교장이 되면 학교와 교육을 더 낫게 발전시킬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참고자료: 노컷뉴스(2020.10.7.), “충북 내부형 교장공모제 교장 77.8% 전교조 출신.”

서울경제(2020.10.12.), “ 전교조 출신용?...‘무자격’ 공모교장 늘리자는 진보 교육감.”

한국교육신문(2020.10.19.), “공모교장 자소서 ‘특정노조 경력’ 표식.”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pilot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